바다밖에 모르고 살던 그가 섬을 두고 떠나간다는 것은
거기 오래 해묵은 뒷모습을 떨구고 왔다는 것이다
그제와 별반 달라질 것 없는 바람의 귀퉁이를 쓸어내리며
수평선 위에서 떨어지는 노을의 기억도 더이상 소환하지 않겠다는
뾰족한 결심을 세웠을 때
내 발을 붙잡고 늘어졌다
굳게 닫은 귀 배에 올랐다
왜 뭍에 오르고 싶은지 물었을 때
그는 멍하니 노을을 낚아 올리던
어느 낚시꾼의 우수에 젖은 눈빛이 그립다고 말했다
내 무릎 옆에 나란히 무릎을 구부리고
배의 구석진 자리에 앉는 할머니
허리가 기역자로 굽은 그녀
비틀거리는 물결 따라 흔들리고 있다
중심을 잡으려고 얼마나 출렁거렸을까
멀어지는 배의 꽁무니를 물새처럼 쫓아가 초점 잃은 눈으로 붙잡은 적 없을까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넘어지려고 가끔씩 아는 이 없는 섬으로 가고
섬은 안간힘으로 일어서야 할 때 뭍에 오른다
거기 내 자화상이 펄럭이고 있다
* 인천 옹진군 덕적면 굴업리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