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소깍 나룻배 사공은
민물과 썰물이 만나는 짧은 풍경을 시로 읊는다
물속 밧줄을 당기며 느린 배를 지휘한다
구수한 입담에 휘감기는 뱃머리
물속 노을이 기어오른다
손을 뻗으면 닿을 한 뼘 길이를 그렇게 보내다 보면
사공은 온데간데 없고
시인이기를 원하는 그 남자만 해변에 남는다
그리움이 수없이 지나갔을 구멍 숭숭 뚫린 돌멩이
철썩철썩 파도소리를 입에 우겨 넣었다가
내 귀에 도로 옮기며 말했다
노란 귤 밭 주겠다던 아버지에게 낚여서
서울을 버리고 제주에 도로 왔노라고
모래사장에 쌓아올린 돌무더기 꿈이 아직도 커가는 중이라고
나룻배 사공을 사진에 담았던 아낙은
해가 저물기 전 그의 집으로 들어가고
파도에 둥그는 짧은 기억이
이국의 낯선 웃음에 묻어나고 있다
*제주 서귀포에 있는 자연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