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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앤 Dec 19. 2024

쇠소깍* 나룻배 사공

 쇠소깍 나룻배 사공은

 민물과 썰물이 만나는 짧은 풍경을 시로 읊는다

 물속 밧줄을 당기며  느린 배를 지휘한다

 구수한 입담에 휘감기는 뱃머리

 물속 노을이 기어오른다


 손을 뻗으면 닿을 한 뼘 길이를 그렇게 보내다 보면

 사공은 온데간데 없고

 시인이기를 원하는 그 남자만 해변에 남는다


 그리움이 수없이 지나갔을 구멍 숭숭 뚫린 돌멩이

 철썩철썩 파도소리를 입에 우겨 넣었다가

 내 귀에 도로 옮기며 말했다


 노란 귤 밭 주겠다던 아버지에게 낚여서

 서울을 버리고 제주에 도로 왔노라고

 모래사장에 쌓아올린 돌무더기 꿈이 아직도 커가는 중이라고


 나룻배 사공을 사진에 담았던 아낙은

 해가 저물기 전 그의 집으로 들어가고

 파도에 둥그는 짧은 기억이

이국의 낯선 웃음에 묻어나고 있다


*제주 서귀포에 있는 자연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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