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한민국 현실과 위상
[독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이만열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코로나를 잘 극복하는 나라들은 여럿 있었지만, 유독 대한민국은 세계에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의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을 비유하며 방역을 얘기하고, 시민정신을 얘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와 가까운 곳에 중국, 대만, 싱가폴, 일본 등 여러 나라가 있었지만 왜 대한민국이 집중된 것일까? 이 모든 것들은 우리만 몰랐던 대한민국의 실제 모습 때문이었다.
국외에서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기본적인 표현은 선진국이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에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이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우리는 선진국이라는 외부 평가를 받는 나라로 변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그렇게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인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전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훌륭한 시민 사회와 국가 시스템을 보유한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다양한 방역 시스템을 세계에 전파하였고, 매뉴얼을 만들어 전세계가 따라하게 만들었으며, 역학조사를 위한 인프라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개인정보 수집에 필요한 시민사회의 동의를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 백신에 대한 일부 세력의 선동을 어떻게 극복하는 지 등 세계가 궁금해 하는 모든 것들을 선행해서 해결해 나갔다. 우리가 만든 진단키트는 전세계 키트의 75%를 차지하며 세계로 확산되었고, 전세계 모든 나라에 공정하게 지원하기 위해 고민하기도 하였다.
재난 영화를 보면 미국인은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그 나라를 떠나기 위해 그 나라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런 대우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 나는 눈가가 뜨거워져 흐르는 눈물을 티나지 않게 닦아내기도 했다. 감개무량하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표현인 듯 했다. 이 책은 이미 2013년부터 대한민국이 선진국이고 다른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격에 맞는 대한민국으로 발전하기를 원했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가 되었다. 영국에서 주최되는 G7 회의에 특별 초청되었다. G10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무성했다. 이것은 오직 경제력 때문일까? 우리가 오해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간단하게는 우리 영화와 음악이 전세계에 한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문화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고, 그 만큼 대한민국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또한 촛불 시위를 통해 보여준 민주주의는 세계에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시민들은 적극적인 선거를 통해 정치 균형에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평화적 촛불시위로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었고, 그렇게 선출된 권력이 경제, 관료 기득권과 정면으로 맞서 공정한 사회로 이행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선진국의 많은 자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 동안 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 나라들이 가장 따라하고 싶은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아니 선진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따라하고 싶은 나라가 대한민국일 것이다. 50년만에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또한 깊은 역사를 뛰어 넘어 현대 시대와 어떻게 조화를 하는 지, 성장에 따르는 진통을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 지 모든 것들이 궁금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들 나라들에게 많은 경험을 전달하며 국제사회에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선진국으로 국제사회에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 다른 선진국들이 조직하는 국제기구에 동참하는 것 뿐만아니라,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를 창설하고 앞서 나가는 것이 이젠 비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나는 박근혜 탄핵, 코로나19 대처를 보면서 대한민국이 정말 수준 높은 선진국이 되었다고 느낀다. 집회는 화염병과 최루탄이 연상되었는데, 이제 집회는 촛불이 연상된다. 촛불을 켜고 삼삼오오 모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나라, 집회를 해산하기 위해 곤봉을 들던 경찰이 아닌, 집회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경찰이 있는 나라, 정부와 정책을 신뢰하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따르는 나라, 이런 나라에 자녀들과 함께 살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물론 우리가 풀어야 할 많은 숙제들이 남았지만 지금처럼 하나씩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