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 Nov 19. 2024

잠이 보약'인 과학적 이유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수면이 큰 영향 미쳐



수면 시간이나 질이 충분하지 못하면 사고 위험은 물론 각종 질환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 즉 충분한 수면은 질환 위험을 낮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수많은 합병증을 불러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당뇨병도 수면과 매우 관계가 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은 11~13년간 38~71세 영국인 약 24만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국제 의학저널(JAMA 네트워크 오픈)을 통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정상 수면(7~8시간), 약간 짧은 수면(6시간), 중간 정도 짧은 수면(5시간), 극히 짧은 수면(3~4시간)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붉은 고기, 가공육, 과일, 채소, 생선 소비량 등을 기준으로 식습관에 0점(가장 건강하지 않음)에서 5점(가장 건강함)까지 점수를 매긴 후 수면 시간 및 식습관과 당뇨병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기간에 참가자의 3.2%인 7905명이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정상 수면 그룹보다 극히 짧은 수면 그룹은 당뇨병 위험이 41%, 중간 정도 짧은 수면 그룹은 16% 더 높았다. 특히 이 결과는 건강한 식습관 그룹 내에서도 유지됐다. 아무리 건강한 음식을 먹어도 수면이 부족하면 당뇨병 위험은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건강한 식단을 채택해도 습관적으로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당뇨병 발병 위험이 줄어들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만으로도 당뇨병 위험을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아동과 청소년 건강에도 잠은 큰 영향을 미친다. 잠을 충분히 잘수록 낮에 공부한 내용이 뇌의 기억 장소에 잘 저장된다. 또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돼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이롭다. 게다가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핀란드의 5년 추적 관찰 연구로 확인됐다. 여자아이의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으로 너무 적거나 10시간 이상으로 너무 많으면 위험한 행동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는 신체활동보다 수면이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와 같은 결과에 따라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의 샬리니 파루티 교수는 여러 수면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2016년 아동과 청소년에게 필요한 수면 요구량을 제시했다. 출생 후 4~12개월은 12~6시간, 1~2세 11~14시간, 3~5세 10~13시간, 6~12세 9~12시간, 13~18세는 8~10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의 수면 시간은 유독 짧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를 포함한 여러 전문의가 2011년 150개 중·고교 학생 2만6395명을 대상으로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을 조사한 결과 6.7시간(중학생은 7.3시간, 고등학생은 5.8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수면 시간은 최근 더 줄어들었다. 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중학생은 6.7시간, 고등학생은 5.6시간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수면 시간을 늘리기 위해 등교 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추는 등교 정책을 한때 시행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감정조절·식사·운동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수면 시간은 늘지 않고 오히려 감소했다. 2019년 연구에서 중학생 10명 중 7명은 수면 시간이 오전 9시 등교 정책 시행 전 8.1시간에서 시행 후 7.3시간으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늦게 일어나도 되므로 더 늦게 자는 역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김승수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청소년기 수면의 변화는 생리적인 영향과 환경적 영향이 원인이다. 생리적인 영향은 몰라도 빛 공해와 막중한 학업 등과 같은 환경적 영향은 인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면을 늘리는 걸 게을리해 왔다. 카페인, 알코올, 스마트폰, 24시간 영업, 야식 등 잠을 방해하는 요인을 개선하지도 않았다. 세계수면학회가 매년 세계 수면의 날을 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수면의 날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 직전 금요일(올해는 3월15일)이다. 이날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이대서울병원에서 수면 위생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수면 위생은 건강한 수면을 위한 생활습관을 말한다.

이전 09화 “금감원 사칭 문자메시지 기승…안심마크로 확인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