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2024 K-POP 하반기 결산

by 러트




다사다난했던 2024년도 저물고, 우리는 ‘2025'라는 엄청난 숫자 앞에 당도했다. 새로운 한 해의 버킷리스트를 세워 나가기도 바쁜 시기에 어떻게, 다들 케이팝은 잘 즐기고 계시는지, 험난한 현실 앞에 잠깐 잊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이번 결산 또한 2024년의 가을과 겨울을 나면서 필자가 수도 없이 들은 몇몇 곡을 소개하고자 진행하게 되었다. 조금 다른 것은 이번 결산이 업로드 되는 플랫폼이라는 점인데, 본래는 속해 있던 매거진 팀의 플랫폼에서 진행하던 콘텐츠이나 이번 하반기에는 활동을 쉬고 있는 상황임에 따라 필자의 개인 플랫폼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혹시 모를 익명의 독자를 위해 이전에 썼던 결산을 함께 첨부할 테니 궁금하다면 보고 오셔도 좋다. 크게 이어지는 점은 없으니, 굳이 보지 않으셔도 괜찮다.


이전 상반기 결산을 기고하면서 ‘유난히 명곡이 많이 나왔다.’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이번 역시 상반기의 감상 못지 않게 입맛에 맞는 곡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네모네모>, <Whiplash>처럼 신드롬을 이끈 곡들은 물론,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BABYMONSTER와 ILLIT(아일릿)의 신보 또한 상향세의 성적을 거뒀다. VIVIZ(비비지)의 <Shhh!>나 IRENE(아이린)의 <Like A Flower>, ITZY(있지)의 <Imaginary Friends>, 보깅, 텃팅 장르를 가세한 LE SSERAFIM(르세라핌)의 <CRAZY>도 예상 밖의 행보로 뇌리에 깊게 남은 활동이었다. 주목할 만한 신인 그룹도 많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랜드2의 최종 그룹인 izna(이즈나), 가수 김재중이 프로듀서로 참가한 SAY MY NAME(세이마이네임), Kep1er(케플러) 출신의 강예서, 마시로가 소속된 MADEIN 등이 그러하다. 이들 덕분인지 2024년 하반기에는 귀가 쉴 틈이 없더라. 그렇다면 대체 이렇게 많은 곡들을 제외하고도, 무슨 곡이 순위에 오른 것일까. 다음 <내가 쓰는 2024 K-POP 하반기 결산>의 노미네이트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음반 전체가 아닌 곡으로만 선발할 것.

2. 일상 생활에서 아무 이유없이 흥얼거리고, 자주 생각나고, 자의로 스트리밍하게 되는 노래일 것.


이제 필자가 꼽은 5개의 곡을 소개하겠다. 부디 본인의 입맛에 맞기를 바란다. 아니라면 자신의 입맛을 쉐어해 주셔도 좋다.




82MAGOR(82메이저) - <혀끝(Stuck)>



<내가 쓰는 2024 K-POP 하반기 결산> 첫번째는 10월 15일 발매된 82메이저의 미니 2집 [X-82]의 타이틀곡 <혀끝(Stuck)>이다. 82메이저는 2020년 설립된 그레이트엠 엔터테인먼트의 첫 아이돌 그룹으로, FNC 상무 출신의 대표이사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제 데뷔한 지 일 년이 조금 넘은 이 그룹의 음악이 귀에 꽂힌 이유에는 다름 아닌 멤버 예찬의 형이 P1harmony(피원하모니) 기호라는 점에 있다. 그들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곡이 2024년을 넘어 2025년 1월에 다다른 지금까지 플레이리스트에 자리한다는 것에 있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정말 감사드려요….

<혀끝(Stuck)>이라는 곡을 1위로 소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질리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 노래, 이상하게 질리지 않는다. 만원 지하철에서도, 집 가는 버스 막차를 기다리면서도, 일정에 늦어 경보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이상하리만치 모든 상황에 꼭 들어맞았다. 질리지도 않고, 자꾸 듣게 되고, 근데 들을 때마다 좋고. 이딴 노래 살다살다 처음 봤다. (아님.) 그러다 보니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손이 가더라. 한동안 필자의 외출 루틴은 아이폰에 아이팟을 꽂고, 애플뮤직을 켜서, <혀끝(Stuck)>을 재생하는 것이었다.

곡 얘기를 조금 해 보자면, 도입부에 삽입된 비트는 그다지 무겁지 않으면서도 곡이 힙합 베이스라는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어지는 벌스 또한 무겁다기보다 통통 튀는 것에 가까우며, 엄청 빠른 비트를 가진 것도 아니다. 힙합 베이스임에도 귀를 피곤하게 하지 않는다는 건 꽤나 중요한 포인트다. 그리고 프리 코러스가 다가오면 정체모를 관악기 사운드 같은 것이 백그라운드로 깔리기 시작한다. 이 사운드에서 코러스 백보컬까지 이어지는 멜로디가 말 그대로 미쳤다. <혀끝(Stuck)>을 좋아하는 사람들 열 명을 모아 좋아하는 부분을 물어보면 반절은 랩 벌스를 꼽을 것 같음에도, 필자는 이 곡의 멜로디 라인을 매우 좋아한다. 5세대 아이돌의 이단아라고 칭하고 싶은 82메이저의 <혀끝(Stuck)>, 매우 추천하는 바이다.




CLASS:y(클라씨) - <Psycho and Beautiful>



다음 소개할 곡은 11월 15일 발매된 클라씨의 미니 3집 [LOVE XX]의 타이틀곡 <Psycho and Beautiful>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MBC)>의 최종 결성 그룹인 클라씨는 프로그램의 팬층과 실력파 4세대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쥐고 힘차게 데뷔했다.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던 그룹이라 이후의 행보를 꾸준히 팔로우업 해왔는데, 아쉽게도 2022년 10월 26일 <Tick Tick Boom>을 이후로 정식 앨범을 발매하지 않더라. 필자를 포함한 많은 팬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렸을 것이다. 때문에 이번 컴백이 1년이 넘은 공백기의 결과물을 증명하고, 그룹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 되었으면 했다. 결론적으로는 결산에 들어갈 곡을 리스트업 하면서 위의 곡과 <Psycho and Beautiful>를 가장 먼저 꼽게 되었다.

이전 활동 <Tick Tick Boom>에서 재즈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클라씨가 비슷한 무게를 가진 <Psycho and Beautiful>를 들고 왔다는 것은 일종의 굳히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신스 사운드 하나만을 가지고 8초를 이끌어가는 도입부는 사운드만으로 신비함과 몽환적인 무드를 연출한다. 그 위로 얹어지는 보컬도 예술인데, 수많은 POP 커버로 알고리즘을 휩쓴 멤버 보은이 귀를 확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보컬도 조화롭다. 케이팝의 정석 보컬을 가진 채원과 자칫 무겁기만 할 곡에 펑크 한 스푼을 얹는 선유의 음색은 각각 노래의 내공과 환기를 담당한다. 지난 겨울 내내 <Psycho and Beautiful>를 줄창나게 들은 이유도 그러하다. 아직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2월, 클라씨의 묵직한 사랑 노래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Xdinary Heroes - <LOVE and FEAR>



다음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선보였던 XPERIMENT PROJECT의 두번째 싱글 <LOVE and FEAR>이다. 데이식스가 소속되어 있는 Studio J의 밴드 그룹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21년 데뷔하여 현재까지 점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귀에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주변인의 끝없는 구애 끝에 리스너까지 오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정말 입소문의 그룹이다.

<LOVE and FEAR>라는 곡을 들으면, 겹겹이 쌓인 화성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어딘가 묘하게 오타쿠의 심금을 울린다. 첫 벌스와 다음 벌스, 프리 코러스와 코러스까지 이어지는 리드미컬한 전개도 매우 극적이다. 이것은 라이브클립에서 더욱 자세히 보이는데, 멤버에 집중해서 보았을 때 구간마다 강조되는 악기가 각각 다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코러스에 다다른 노래는 보컬을 포함한 모든 악기가 전력으로 지르는 소리를 들려 준다. 이 기승전결이 어떻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포인트는 가사에도 드러난다. <LOVE and FEAR>는 사랑과 두려움을 제목에 걸고, 악마, 천사, 구원, 만찬 같은 단어를 때려박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오타쿠의 바이블 용어는 죄다 있는 꼴. ‘넌 계속 내가 널 포기하는 걸 포기하게 만들어’, ‘인정해 난 나약해 너에게 묶인 채 되려 기뻐해’라며 온 진심을 다해 외치는 코러스는 듣자마자 K.O를 외쳤더랜다. 필자와 같이 케이팝의 사방면에서도 오타쿠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는 사람이라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LOVE and FEAR>, 강력하게 추천한다.




QWER - <사랑하자>



이번 곡은 9월 23일 발매된 QWER의 미니 2집 앨범 [Algorithm’s Blossom]의 수록곡 <사랑하자>다. 첫 결산 때 데뷔곡 <Discord>를 소개한 바 있는데, 그 후로 2년 만에 리스트업 했다. 꾸준히 QWER의 노래를 들어왔으나 지난 앨범에서는 타이틀 외에 가슴에 팍 꽂히는 노래를 찾지 못 한 데에 이유가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사랑하자>는 QWER의 주특기인 힘차고, 당찬 포부를 노래하면서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닌 폭넓은 인류애(愛)를 제안한다. 그간 QWER이 입방아에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더욱 가슴이 아려오는 포인트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팀의 강점은 노랫말인데, 가시를 꽂는 이들조차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행보를 이어나가겠다는 식의 가사가 이 그룹을 계속 찾고 싶게 만든다.

<사랑하자>라는 노래에 있어서 좋아하는 특징을 꼽자면 단연 백그라운드 보컬이다. <사랑하자>는 보컬 시연의 애드립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에 걸맞게 화성 라인이라든지 더블링, 다른 멤버들의 애드립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들의 노래를 계속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QWER의 곡에는 시연을 제외한 쵸단, 히나, 마젠타의 파트가 중간중간 꾸준히 삽입되어 있다. <사랑하자>는 그 위에 촘촘한 화성을 얹어 보컬의 사운드를 증폭시키고, 곡의 무드를 한층 살리는 조미료가 된다. QWER이라는 팀의 성질과 '세상이 다 미워한대도 오늘 우리는 사랑하자’는 가사,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와닿게 하는 풍부한 사운드가 이 노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한다. 유난히 힘든 날이나 하루를 마무리하는 곡을 찾고 있다면 QWER의 <사랑하자>를 제안한다. 사심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같은 앨범의 <달리기>도 정말 좋다.




Loossemble(루셈블) - <TTYL>



마지막은 9월 2일 발매된 루셈블의 <TTYL>이다. 루셈블은 이달의 소녀(LOONA)의 현진, 비비, 여진, 고원, 혜주가 재결성한 그룹으로, 지난 결산에서도 말했다시피 이달의 소녀의 차후 행보를 찾아 보던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팀이다.

이 곡은 분명 처음 들을 때에는 큰 감흥이 없다가 음악방송 방송을 여러 번 보고 나서라야 진가를 느낀 곡이다. ‘노력해야지, 맘 뺏을 때까지 if you want my love’, ‘Oh my, oh my 더 노력해야지 Ring ring, talk talk 너무나 귀여운데?’ 같은 가사만 보아도 루셈블이 사랑에 있어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며 부르는 노래인지 추측해 볼 수 있다. 좋게 말하면 도발적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권위적인 이들의 스탠스는 가벼운 곡의 분위기와 화사한 루셈블의 보컬과 맞물려 묘한 이끌림을 준다. 특히 필자가 꼽는 킥은 브릿지에 있다.

‘죽느냐 사느냐 you gotta do it right, If it's for you and I’ 아니, 이 노래 분명 사랑 노래인데 삶과 죽음을 논하고 있다. 수많은 영어 가사 사이에 꽂히는 ‘죽느냐 사느냐’라는 워딩은 아무 생각 없이 듣던 청자를 흠칫하게 한다. 그러면서 이 곡을 재해석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아직 채 더위가 가시지 않은 늦여름을 독기 가득하게 버틸 수 있었다. 한겨울에 추천하기는 너무 따뜻하고, 혹시나 햇살이 따가운 나라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루셈블의 <TTYL>을 추천한다. 내리 쬐는 햇빛 아래서 파워 워킹도 가능케 할 것이다.




이상 5곡이 2024년 하반기 결산 TOP5에 랭크된 곡이다. 그 외에 소개하고 싶은 곡이나, 많이 들었던 곡은 여러 있지만 이 이상 쓰다가는 아마 3월에 이르지 않을까 싶어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2024년 케이팝 산업에서는 대중을 쇼킹하게 한 소식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러블리즈와 여자친구의 재결합이 있는가 하면, 그 이면에 프로미스나인•루셈블•로켓펀치•시그니처의 계약해지도 있다. 좋은 노래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는 없던 하반기였다. 두 귀를 즐겁게 해 준 이들과의 이별은 언제나 가슴이 헛헛해지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던 활동은 케플러의 7인 활동과 트리플에스의 디멘션인데, 7인이 되고서 처음 발매한 케플러의 <TIPI-TAP>이나 tripleS VV의 <Hit the floor>, tripleS ∞!의 <アンタイトル (Untitled)> 전부 예상하던 방향성이 아니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노미네이트 밖의 곡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RESCENE(리센느)의 <LOVE ATTACK>이나 XG의 <Something Ain't Right> 또한 즐겁게 들었던 곡이다. 아마 케이팝 골수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2025년도 많은 대중의 폭넓은 디깅을 응원하며, 즐거운 케이팝 생활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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