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적성정밀검사를 받다.

하루살이

by boldhealer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연장계약이 될 줄 알았던 프로젝트가 연장되지 못하게 되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 군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무급휴가에 어떠한 방어자세를 취하지 못한 채 그렇게 넋이 나가고 말았다. 그렇게 기약 없는 다음 프로젝트를 기다리던 중, 아버지와 목욕탕에 가서 나눈 어떠한 대화를 나눴다.


"혹시 모르니까, 화물운송자 자격증을 따보는 건 어때?"

자신도 잠깐 일을 하실 적에 취득하신 적이 있다 하시며, 나에게 권하셨다.

그렇게 시작이었다.



아침이 참 추웠다. 수능 한파가 이러했을진대, 난 시계를 보곤 잰걸음을 재촉한다.

시험장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접수 대기번호는 내가 이미 58번이었고, 수험번호로 받은 번호는 30번이었다. 수험장에 들어서니 꽤나 뒷자리다. -내 뒤에 몇 자리 없었다.-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들과, 오전 반나절을 함께 하기로 한다.

당신이 운전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그럴 자격이 있는지 정밀 검사를 한단다. 사실 이 시험은 운전으로 생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수 코스로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검사이다. 아버지가 권하신 것도 분명 "생계"를 위해서 임을 알고 있다. 그것이 내 생계이든, 나와 연관된 사람들의 생계이든 간에 말이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나도 여기 앉아 있다.


시험은 몇 가지를 본다. 다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순발력과 운전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각종 능력에 대한 평가가 그것이다. 그리고 인적성 검사. 그렇게 두 시간 남짓이면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다.


나는 꽤나 긴장했다. 미리 인터넷을 보고 어떤 것들을 체크하는지 알아보고 연습했지만 시험장이 주는 긴장이 오랜만이었을 터, 수능 한파와 같다고 느낀 날씨 탓일 수도 있겠다.

열심히 임했다. "부적합"을 받을까 봐..

열심히 신중했지만, 수험장에서 1등으로 나왔다. 그러고 나는 결과지를 받으러 간다.



"어머! 시험 엄청 잘 보셨네요? 와~"

"전부 1등급 받으셨어요~. 저희가 시험 잘 보신 분께는 선물을 드리고 있거든요."

얼떨떨했다. 수험에 신중했다. 그 결과였나 보다. 전부 1등급이라니.. 국민학교 2학년때 억지로 올백을 받은 적 이후로 처음인가 보다.


평소에 운전을 편하게 살살한다고 칭찬하던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만점 받고, 다른 수험자들 앞에서 박수를 받으셨다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내가 정말 운전과 적성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한 끝 들었다.


그렇게 뭔지 모르는 포장된 조그만 선물을 받고, 조금은 누그러진 수능한파의 날씨를 헤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하루를 풀어내며 포장지를 함께 풀었다. 작은 보조배터리였다.

사실 아내에게는 적성검사와 화물운송자 자격시험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가장으로서의 작은 변화는 걱정이 되어 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 지붕 아래 비밀이 오래갈 순 없을 것 같다. 그보다도 1등을 내심 자랑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이야기하고 내일을 공유했다.

본시험이 남았지만, 이렇게 시작된 그것을 잘 마무리하고 나면, 또 합격에 대한 자랑을 다른 이에게 하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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