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프리하지못해
나는 전공자이다. IT업계에 몸담은 지 햇수로 18년이 다 채워간다.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성실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지방대학교이지만 4년제였고, 왕복 서너 시간의 통학거리였지만 성적장학금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분주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작은 회사를 취직하고, 18년째 이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프리랜서로 전향 한 지 3년이 채 못되었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했고, 적당한 시기에 아이를 갖었다. 그게 적당히 사회생활을 한 4~5년 차쯤이었을 것이다.
IT 업계에서는 정직원과, 프리랜서 두 가지의 업태를 띠고 있다. 이 두 단어는 누구에게나 익숙할 것이다. 요즘처럼 IT가 관심이니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두 업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직원은 안정적인 월급이 지급되며, 일이 끊김에 두려움이 없다. 그렇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안정적'이다.
프리랜서는 말 그대로 '프리'하다. 자유롭게 일을 정하며, 자유롭게 월급을 받는다.(반대로 고용주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돈을 지급한다. 정직원은 일이 없어 쉬고 있을 때도 돈을 주어야 하니 말이다.)
이 두 가지 차이점을 두고 보면, 정직원을 택하는 사람은 '안정적'인 삶이 필요하거나, 영위하고 싶음이 강하다. 반대로 프리랜서를 택하는 사람은 안정적인 삶이 필수는 아닌 사람일 것이다.
내의 생각을 조금 강하게 주입해 보자면, 나는 '안정적'인 삶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생각했기에 정직원의 업태를 선택했다. 이유인즉슨 역시나 부양가족일 테다. 그렇게 15년을 일해왔다.
그러다 프리랜서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그것도 자의는 아니었다. 우연한 기회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이직한 회사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그렇게 팀이 공중 분해 되었다. 2~3개월치의 여윳돈을 쥐고서 실업급여를 처음 받아보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프리랜서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같은 건 없었던 것 같다. 위의 실직이 그 이유 역시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 역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실직 후, 제일 발이 넓다고 생각한 옛 회사 선배에게 연락을 했고, 자연스럽게 프리랜서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프리랜서를 하게 되었다.
배경이 길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프리랜서로서 겪는 심경의 변화에 대해서 인데 말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해 보자.
프리랜서는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인다. 즉, 현 프로젝트가 끝나면 '실직'의 상태가 되고, '구직'의 과정을 거쳐 '취업'의 단계로 진입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의 반복이다.
이렇게 적고 나니 아주 단순하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그것은 조금 복잡 미묘하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실직의 두려움'을 느끼고, '구직의 어려움'의 과정을 거쳐 '취업하기까지의 걱정'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멘털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간 정직원의 업태에서도 사실은 동일하다.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였으며, 현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안정적'인 업태임을 배경하면, 프로젝트가 끝나고 '휴식'의 상태가 되고, 회사에서 '구직'을 하는 동안 잠깐 다른 일을 손봐주거나 혹은 계속 쉬거나 하다가, 새 프로젝트에 '투입' 된다. 두렵고, 어렵고, 걱정되는 과정이 여기에서는 없다. 그래서 내가 이 업태를 그간 했나 보다. 그래서 내가 프리랜서로서 멘털이 흔들리는가 보다.
이번에 프로젝트 중간에 무기한 대기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2주 간이었지만 말이다.
위에서 말한 '실직'의 과정이 예고 없이 찾아왔으며(보통은 예고가 있다.), '구직'의 과정이 애매하게 약속되었으며, 중간에 불투명하게 되는 과정을 겪다 보니 너무 '어려웠다'. 약속된 구직자리에 '취업'이 되었지만, 새로운 팀에 새로운 사람들이어서 적응기를 다시 보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이 멘털을 관리해야 할까?
나의 2주간의 시간은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보내려 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 두려움을 나누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걱정을 덜기 위해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걱정을 많이 하시는 부모님을 대상으로 했나 보다. 어떻게 이야기하면 그럴 만한 사람이 그뿐이어서 일까.
나와 지붕을 공유하는 아내에게는 이러한 고민을 털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 집안에 고민인 사람은 한 명으로 족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걱정의 기운을 둘이서 공유하면 왠지 덜어질 것 같기보다 누적이 될 것 같았다.
의외로 아내는 걱정이 나만큼은 아닌 것 같다. 본인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우유부단한 성격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으로서의 나는 그런 부분을 가족들과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늘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든든히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붕 한가족인 부모님께 의지 했나 보다. 아내의 하루의 루틴을 내 실직으로 인해 흐트러뜨리지 않고 싶었고, 갈 곳 없는 내 시간을 부모님께 섞었나 보다.
하루 걸러 한 번씩 산책이라는 핑계로 부모님과 시간을 함께 했다. 하루는 고민을 털고, 쉬는 하루는 그 고민에 대해 각자 고민하고 그랬다. 어머니는 나의 마음을 조금 헤아리셨다. 부모의 마음보다도 인생 선배로써의 조언을 하려 하셨고,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기도 했고, 덜어지는 것 같았다. 여타 인생설계 서적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대답들과 대화들이었지만, 부모에게 듣는 말은 조금 다르게 와닿았을까?
그렇게 1주 반이 지날 즈음에 약속된 업무가 확정이 되었고, 이내 '재취업'을 하고 말았다.
나에게 2주간의 시간은 멘털 관리에 잘 사용했을까? 어쩔 줄 모르는 사이에 우왕좌왕하며 보내버린 시간인데, 과연 내 멘털에는 어떠했을까?
어영부영 보내버린 2주라는 시간에 아직도 멘털 관리하는 법을 알아내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도 짧으면 한 달 반, 길면 두어 달 후면 또 '실직'부터 일련의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때 나는 다시 멘털을 다부 잡을 수 있을까? 다들 멘털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