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하루살이

by boldhealer
밤새 눈이 내렸다.
'첫눈'이 제법 눈답게 내려주었다.

'첫눈'이 주는 시기적인 의미로 무언가를 약속하고, 기다리게 하는 그 무언가는 없었다. 젊은 시절 무언가를 하기로 하는 약속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곤 했지만 그렇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사실 '첫눈'은 미리 일기예보를 통해 미리 예고된다. 예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제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이 비가 눈으로 바뀔 거라는 예보는 그렇게 틀릴 일이 없었다. 그렇게 제법 '첫눈'이 내렸다.

밤새 다음날 출근 걱정을 했었다. 눈이 내게 주는 걱정의 요소는 그 질척임과 미끄러움, 교통체증 속 만원 지하철, 부모님의 동네마실, 옷투정 부릴 아이들의 감기, 그걸 감당해 낼 아내,, 그것들이었고, 눈이 오면 마당을 뛰노는 강아지의 왠지 모를 흥분보다 하루를 살아가는 걱정이 앞서는 나이가 되었다.


결국 조금 서두른 탓에 조금의 걱정들을 피해서 정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첫눈'을 기록하고자 핸드폰을 꺼내고, 카메라를 가리는 보안스티커를 떼고(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출근길 제법 눈이 소복한 곳을 프레임으로 잡아 한컷 떠 내었다. 내 사진첩의 한 공간에 오늘은 '첫눈'이 온 24년의 어느 겨울의 초입일 것이다.


오늘은 퇴근길 걱정이 남았지만, 집에서 '첫눈'에 대해 이야기 나눌 아이들의 재잘댐과 출퇴근안부를 물어올 아내의 한마디의 일상을 기다리며, 일기처럼 써 내려가기로 한 원고지 한편에도 사진첩처럼 남겨본다.



'첫눈' 오늘 뭐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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