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도 모르는 두바이 쿠키

두쫀크 3부작 3. K-디저트 광풍의 현장 르포

by 이에누

오전 8시 40분, 스타필드 하남 지하 주차장.
사람들의 숨결이 자동차 유리창에 하얗게 맺혀 있다. 휴대용 전기포트에서 김이 오르고, 은박 담요 위로 핫팩이 굴러다닌다.
줄의 목적지는 단 하나. 두바이 쫀득 쿠키, 일명 두쫀쿠.

매장은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
그러나 이미 대기 번호는 72번.

사람들은 서로 말을 섞지 않는다. 각자의 화면 속에서 누군가 씹고, 자르고, 늘리고, 흘린다.
초콜릿이 아니다. 영상이다.

이 풍경은 낯설지 않다. 탕후루, 크로플, 흑당 버블티, 달고나 커피. 그리고 이제, 두쫀쿠.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두바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 두바이에서 온 적 없는 디저트

노우엘 오마 말린은 필리핀 출신 셰프다.
그는 두바이에서 피스타치오 분말과 카다이프, 초콜릿을 결합한 그의 표정에는 웃음보다 당혹이 먼저 떠올랐다. 인터넷에서 검색된 그의 말들.

“한국에서는 이게 ‘두바이의 상징’처럼 소비되는데, 두바이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런 디저트가 있다는 것조차 몰라요.”


— 기분이 어떤가요?


“기이하죠.

내가 만든 음식이

어느 나라에서는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렸다는 게.”


그는 한동안 말을 멈추더니,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한국에 대해 제가 알던 이미지가 있어요.

빠른 경제 성장, 교육열, 기술, 그리고…

범죄 영화 속 마약상, 불법 자금, 도망친 조직폭력배. 극단적으로 분열된 이미지죠.

근데 여기에 ‘디저트 광풍’이라는 또 하나의 바이러스가 덧붙여진 느낌이에요.”


— 바이러스요?


“네. 빠르고, 전염성이 강하고, 짧은 시간에 모든 걸 삼켜버리는.”


● 줄 서는 시니어들


줄 맨 앞에는 70대 부부가 있었다. 이들은 전날 밤 11시에 도착했다.


“손녀가 먹고 싶다길래요.”


할아버지는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다.

대신 손녀가 보내준 사진을 종이에 인쇄해 들고 있었다.


“이거랑 똑같은 거 맞죠?”


—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죠. 근데 이것도 안 해주면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못 해주는 사람 되는 거잖아요.”


그는 평생 제조업 공장에서 일했다. 정년퇴직 후 하루는 길고, 세상은 빠르다.


“요즘 애들 세상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근데 이거 하나라도 해주면 같은 시대를 사는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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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고 지금은 여러 매체에 기고하면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이 글들은 일과 놀이,체험과 생각들의 틈새 세상참견이고 생존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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