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자본의 포식자, 그리고 강철의 비

by 연구소장

[천명 외상센터, 제1 방어선 / 오전 11시 35분]


쿠구구구궁-!!


마치 진도 7의 강진이 덮친 듯, 천명 외상센터 전체가 요란하게 진동했다.


왕복 8차선의 강남대로를 새카맣게 뒤덮고 몰려온 수만 명의 감염자들이, 요새를 둘러싼 두께 50cm의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와 방탄 철문에 정면으로 격돌하는 소리였다.


"크아아아아!!"


"밀어!! 무조건 버텨라!!"


방벽 위 지휘 초소. 보안이사 백강우가 핏대를 세우며 절규했다.


그의 시야에 비친 바깥세상은 완벽한 지옥이었다. 선두에 선 감염자들이 콘크리트 벽에 머리를 처박고 뼈가 으깨져도, 그 뒤를 따르는 수천수만 명의 무리가 그 시체를 밟고 미친 듯이 벽을 기어오르려 발악하고 있었다.


강남 사태 초기의 무지성 좀비 떼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버지 천무성이 어딘가의 대형 송신탑을 통해 쏘아대는 '저주파 신호'는, 놈들의 뇌리에 남은 나노 머신 잔해를 동기화시켰다. 놈들은 마치 거대한 여왕개미의 지휘를 받는 군대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팀장님! 놈들이... 놈들이 탑을 쌓습니다!!"


방어선 우측을 맡고 있던 기동대원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백강우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끔찍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감염자들이 바리케이드를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것을 멈추고, 앞선 놈들이 무릎을 꿇어 엎드리면 그 위로 다른 놈들이 올라타는 식으로 순식간에 **'인육(人肉)의 계단'**을 형성하고 있었다.


물리 법칙을 무시한 압도적인 군집 지능(Swarm Intelligence). 단 몇 분 만에 3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 꼭대기까지 시체의 산이 쌓여갔다.


"1조, 고압 살수포 전면 개방! 2조는 기어오르는 놈들 대가리에 스턴건 꽂아 넣어! 단 한 놈도 성벽 위로 올리지 마라!"


푸아아아악-!!


방벽 곳곳에 설치된 대형 살수포에서 엄청난 수압의 물기둥이 뿜어져 나갔다. 단순한 물이 아니라, 민도현의 연구팀이 급조해 낸 고농도 신경 마비액이었다. 수압에 쓸려나간 감염자들이 바닥을 뒹굴며 경련을 일으켰지만, 놈들은 쓰러진 동족의 몸을 다시 계단 삼아 미친 듯이 기어올랐다.


빠지직! 쩌저적-!


"팀장님! 3번 구역 바리케이드에 균열이 가고 있습니다! 수만 명의 물리적인 무게를 콘크리트가 버티질 못합니다!"


무전기 너머로 다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아무리 막대한 돈을 들여 세운 난공불락의 요새라도, 수만 명의 '생체 공성 망치'가 뿜어내는 질량 앞에서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었다.


[천명 외상센터, 1층 중앙 통제실]


"회장님! 바리케이드가 밀리고 있습니다!"


CCTV 화면을 뚫어지라 보던 박철민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나는 양손을 전술 재킷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메인 스크린에 비친 참혹한 공성전을 서늘한 눈으로 응시했다.


"침착해. 아직 뚫린 건 아니니까."


나는 뒤돌아 통제실 한구석에 마련된 정부 합동 통신망 단말기로 걸어갔다. 방금 전 벙커에서 국방부 장관과 비서실장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이양받은, 대한민국 전시 작전 통제권(FRP) 암호가 입력된 콘솔이었다.


"도현아. 상황 보고해."


내 부름에 노트북을 끌어안은 민도현이 다가왔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서울 일대의 통신망은 감염자들의 폭동과 기지국 파손으로 간헐적 단절 상태지만, 대전과 부산의 DR(재해복구) 센터가 즉각 가동되면서 한국은행 금융망과 시중 은행 전산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현이 노트북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는 주식 시장(KRX)의 실시간 차트가 띄워져 있었다. 모니터 전체가 시퍼런 파란불로 도배되어 있었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그야말로 수직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시장은 완벽한 패닉입니다. 개장하자마자 서킷 브레이커가 세 번이나 발동됐습니다. 수도 서울이 생화학 테러로 마비되고 계엄령이 거론되자, 외국인 자본이 빛의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어요. 원화(KRW) 가치는 폭락하고, 환율은 미친 듯이 치솟고 있습니다."


"완벽하군."


나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폭락하는 차트들을 훑어보았다.


"재무팀 펀드매니저들 전부 당장 내 이사장실로 집합시켜."


"네? 폭락장인데 주식 거래를 하시게요?"


"폭락장이니까 해야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대한민국을 통째로 쇼핑하겠어."


나는 옥상 위성 안테나와 연결된 내 개인 단말기를 켜고, 스위스 은행(UBS)과 케이맨 제도에 분산된 내 페이퍼 컴퍼니들의 계좌를 띄웠다.


[Total Balance: $22,500,000,000.00 (약 30조 원)]


"정부가 주식 시장 아예 닫아버리기 전에, 이 달러 싹 다 풀어서 대한민국 핵심 생명줄들... 대형 식품 기업, 주요 제약사, 정유사 주식들 하한가에 싹쓸이로 매집해. 경영권 방어고 나발이고 지분 51% 넘겨서 모조리 내 밑으로 종속시킨다. 사태가 진정된 후, 이 나라의 실물 인프라가 누구의 손에 쥐어져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지."


"아...!"


민도현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것은 단순한 벼락부자의 돈지랄이 아니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헐값이 된 대한민국의 핵심 인프라를 압도적인 달러로 집어삼켜, 합법적이고 완벽한 **'국가의 진짜 주인'**으로 등극하려는 냉혹한 월스트리트식 금융 작전이었다.


"그리고 군대 움직임은. 방금 권태형 장관한테 통제권 넘겨받았는데, 쓸만한 병력이 있나?"


내 질문에 도현이 서둘러 국방부 해킹망 지도를 띄웠다. 서울 전역에 수백 개의 푸른색 점들이 흩어져서 깜빡이고 있었다.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예하 부대들과 각 구역 경찰 특공대 병력입니다. 남태령 지하 벙커, 용산 국방부 청사, 그리고 각 지역 대형 경찰서와 방공호 등을 거점으로 방어선을 치고 버티고 있습니다. 서울 내부에 고립된 정규 병력만 어림잡아 2만 명이 넘습니다."


"2만 명. 그 많은 병력이 왜 거리로 안 기어 나오는 거지?"


"고립되었습니다."


도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에어로졸 테러가 출근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바람에, 부대들이 밖으로 전개할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게다가 세종시로 대피한 정부 수뇌부의 명령은 '서울 봉쇄'입니다. 군인들이 밖에서 전투를 벌이다 감염되면 소총을 쏘는 변이체가 탄생하니까요. 결국 갇힌 병력들에게는 '현 진지(벙커)를 사수하며 구조를 대기하라'는 무전만 때려놓은 상태입니다."


나는 모니터를 보며 헛웃음을 쳤다.


현 진지 사수. 말은 그럴듯하지만, 결국 식량도, 탄약도, 가장 중요한 '감염에 대한 백신'도 없이 서울 한복판의 벙커에 갇혀 굶어 죽으라는 소리다. 국가가 2만 명의 군인과 경찰을 버린 것이다.


"버려진 사냥개들이 무려 2만 마리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암호화된 정부 합동 통신망 콘솔로 다가갔다. 내가 입력한 주파수는 남태령 수방사 지하 벙커의 작전 사령부였다.


뚜루루... 덜컥.


[...수방사 합동지휘통제소입니다. 현재 해당 회선은...]


"나다. 천명 글로벌 의료 재단 총수 천이환. 방금 국방부 장관 명의로 발동된 서울 및 수도권 전시 작전 통제권 이양 서류 확인했을 텐데."


수화기 너머에서 헉, 하는 거친 숨소리가 전해졌다.


[...확인했습니다. 수방사 작전참모장입니다. 하지만 천 회장님, 저희는 세종시의 봉쇄 명령에 따라 진지를 사수 중입니다. 외부 전개는 불가능합니다.]


"외부 전개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식량과 탄약이 바닥나서 못 하는 거겠지. 방호복 입고 나가봐야 물리면 끝장이라는 공포에 애들 사기도 바닥을 칠 테고."


나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참모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참모장. 세종시에 있는 샌님들은 당신들 못 구합니다. 하지만 나는 구할 수 있죠."


나는 옥상에 쌓여있는 엄청난 양의 물자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내 병원 지하 물류 창고에 당신들 2만 명이 석 달은 넉넉하게 먹을 식량과 식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려도 좀비로 변하지 않게 막아주는 초기 항혈청과 억제제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가 대량 배양하고 있죠."


[...치, 치료제 말씀이십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거짓말해서 뭐 합니까. 지금부터 거래를 합시다."


나는 서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내 병원에 있는 식량과 의약품, 항혈청을 당신들 고립 진지 옥상으로 직접 보급해주겠습니다. 그 대가로 당신들은 내 지휘를 받으세요. 지금 당장 당신들이 쥐고 있는 장갑차, 전차, 그리고 보병들 총동원해서 각자의 거점 반경 1km 이내의 안전 구역(Safe-zone)을 확보하고, 생존자들을 모아 방어선을 치십시오."


[하, 하지만... 저희에겐 헬기 등 항공 수송 자산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상공은 비행 금지 구역으로...]


"수송은 내가 '개인 사비'로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 아군 방공망 식별 코드나 열어 두십쇼."


통신을 끊은 나는 곧바로 내 개인 위성 전화를 집어 들었다.


국가의 보급이 끊겼다면, 내가 압도적인 자본으로 배달부(수송기)를 사 오면 그만이다.


"나다. 천이환. 오키나와 기지의 '블랙 맘바' 아시아 지부장."


글로벌 최상위 민간 군사 기업(PMC) '블랙 맘바'. 돈 냄새를 맡으면 지옥 끝이라도 달려가는 전쟁의 프로들.


[오, 미스터 천. 생화학 구역에는 우리 병력이...]


"전투 파병이 아니다. '보급 및 타겟 추출(Extraction)' 항공 작전이다."


나는 스위스 은행 계좌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선입금 5,000만 달러(약 650억 원). 작전 돌입 후 일일 위험 수당 1,000만 달러(약 130억 원) 별도 지급. 탄약 및 헬기 손실 비용은 전액 실비로 100% 보전한다. 오키나와에 있는 블랙호크 수송 헬기 편대와 호위용 아파치, 그리고 최정예 오퍼레이터 300명 당장 띄워."


수화기 너머에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용병단 지부장의 대가리가 미친 듯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터무니없는 허세가 아니라, 글로벌 PMC의 VVIP 고객만이 부를 수 있는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묵직한 액수였다. 용병을 좀비 떼 한가운데로 밀어 넣는 보병전이 아니라, 하늘에서 물자만 떨어뜨리고 타겟만 낚아채는 항공 작전에 수백억 원. 거절할 이유가 없는 꿀 같은 계약이었다.


[...훌륭하군. 수송 헬기 편대와 공중 지원기, 통제 오퍼레이터 300명. 1시간 내로 귀하의 병원 옥상으로 드랍하겠소.]


"빨리 와라. 사냥할 짐승들이 산더미니까."


[천명 외상센터, 3층 대강당 / 오후 1시]


병원 밖 강남대로의 공성전은 치열했지만, 대강당에 모인 수백 명의 비번 의료진과 직원들의 공기는 바깥보다 훨씬 끔찍했다.


어제저녁, 그들의 통장에는 분명 1억 원이라는 거금이 입금되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들의 표정에는 환희 대신 짙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가족들이 다 좀비가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군대가 서울을 봉쇄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직원들은 완벽한 패닉에 빠졌다.


언제 전기가 끊기고 식량이 떨어질지 모르는 집에 갇힌 가족들. 밖에는 괴물들이 우글거리는데 구하러 갈 수도, 데려올 수도 없다는 끔찍한 무력감. 나만 안전한 요새에 혼자 숨어있다는 죄책감이 그들의 멘탈을 파먹고 있었다. 통장에 찍힌 1억 원은, 당장 굶어 죽어가는 가족 앞에서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다.


드르륵-


내가 단상 위로 걸어 올라가자, 웅성거리던 장내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표정들이 왜 이 모양입니까. 1억 꽂혔는데도 우울합니까?"


나의 차갑고도 날 선 질문에, 응급실 3년 차 간호사 이지은이 입술을 깨물며 일어났다. 그녀는 요양병원에 있던 어머니를 일찌감치 VIP실로 옮겨 구원을 받았지만, 동료들의 참담한 심정을 대변해야만 했다.


"회장님... 돈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 동료들 가족들이 밖에서 고립되어 있습니다. 군대도 서울을 포기하고 외곽을 막았습니다. 저희가 여기서 두 다리 뻗고 안전하게 숨을 쉰들, 밖에서 부모 자식이 굶어 죽어간다면 그깟 1억 원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그녀의 절규에, 대강당 곳곳에서 참았던 오열이 터져 나왔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


"맞습니다. 직원 3,500명, 그 직계 가족들까지 합치면 1만 명이 넘죠. 군대도 도망간 이 마당에, 그 많은 인원을 마법처럼 한 번에 짠 하고 다 구출해 낼 방법 따윈 없습니다."


나의 냉혹한 팩트 폭력에 직원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국가는 도망갔어도 나는 안 도망갑니다."


나는 뒤에 서 있던 백강우에게 손짓했다.


지이잉- 대강당의 거대한 빔프로젝터 스크린이 켜지며, 서울 전역의 지도가 송출되었다. 지도 위에는 경찰서, 수방사 진지, 지하철 방공호 등 수백 개의 군경 거점들이 붉은색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방금 전, 내가 대한민국 수방사와 서울 내 잔여 병력 2만 명의 전시 통제권을 샀습니다. 그들에게 식량과 항혈청을 무제한으로 보급해 주는 조건으로, 그 2만 명의 군인과 경찰들이 이제부터 '우리 재단의 사병(私兵)'으로 움직일 겁니다."


직원들의 울음소리가 뚝 멎었다.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우리 재단 통신팀이 병원 옥상에 임시 저궤도 위성 통신망(Starlink) 라우터를 세팅했습니다. 지금 당장 가족들에게 와이파이 기반 메신저로 연락해 생사와 주소를 확인하십시오. 그 주소지 데이터는 즉각 서울 전역의 군부대로 전송됩니다."


나는 스크린을 가리켰다.


"여러분의 가족이 있는 집 근처의 군경 부대가, 장갑차를 몰고 나가 여러분의 가족을 1차 구출한 뒤 각자의 방어 진지로 안전하게 모실 겁니다. 그리고 가장 고립 위험도가 높은 핫존(Hot-zone)에 갇힌 가족들은..."


투두두두두두-!!


그 순간, 대강당의 두꺼운 창문 밖으로 고막을 터뜨릴 듯한 엄청난 로터 굉음이 울려 퍼졌다. 직원들이 창가로 몰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 낀 서울 하늘을 찢고, 칠흑색의 '블랙호크' 수송 헬기 편대와, 그 주변을 호위하는 '아파치 건십'들의 압도적인 위용이 천명 외상센터 상공을 뒤덮고 있었다.


"방금 5,000만 달러를 선입금하고 부른 글로벌 최정예 용병단 '블랙 맘바'의 항공 지원 부대입니다. 저 헬기들이 우리 병원의 식량과 약품을 군부대로 실어 나르고, 돌아오는 길에 핫존의 여러분 가족들을 병원 옥상으로 직접 추출(Extraction)해 올 겁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나의 목소리만이 대강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우리 병원 지하 4, 5층에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Shelter) 세팅을 마쳤습니다. 식량과 물은 1년을 버티고도 남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직원들의 직계 가족은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헬기와 장갑차를 동원해 끝까지 구조합니다."


나는 확성기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내 병원에서 내 환자 피 닦는 내 식구들 눈에 눈물 나는 꼴, 난 못 봅니다. 여러분이 수술실과 응급실에서 메스를 쥐고 내 방패가 되어주는 한, 여러분의 등 뒤에 있는 가족의 목숨은 나 천이환이 압도적인 무력과 돈으로 완벽하게 책임집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대강당 천장이 무너질 듯한 폭발적인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돈 1억에 대한 얄팍한 감사와는 차원이 달랐다. 현실적인 물리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군대를 보급으로 매수하고 글로벌 용병단의 헬기를 동원하여 치밀하고 완벽한 구원책을 실행하는 군주.


자신의 가장 깊고 연약한 공포를 완벽하게 지워버리는 이 절대적인 지배자를 향해, 3,500명의 직원들은 광신도처럼 오열하며 환호했다. 이제 이들은 단순한 병원 직원이 아니라, 천이환을 위해 기꺼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 있는 완벽한 '결사대(決死隊)'로 거듭났다.


[천명 외상센터 옥상 / 오후 1시 30분]


투두두두두두-!!


옥상으로 올라오자 엄청난 로터 바람이 내 가운을 거칠게 펄럭이게 만들었다.


블랙 맘바 아시아 지부장과, 수송 헬기에서 강하한 전술 장비 차림의 오퍼레이터 300명이 옥상 헬리패드에 도열해 있었다.


"5,000만 달러, 정확히 확인했소. 블랙호크 수송 헬기 10대와 아파치 건십 2대, 지시를 내리시오 고용주(Employer)."


나는 옥상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박스들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전투식량, 식수, 그리고 민도현의 연구팀이 아이스박스에 포장해 둔 '항혈청(초기 억제제)'들이었다.


"저 물자들 헬기에 꽉꽉 채워. 그리고 우리 통제실에서 넘겨주는 서울 곳곳의 2만 명 군부대 방어 진지 좌표로 날아가서 에어드랍(Air-Drop)해라."


"알겠소. 그리고 그 군부대에 있는 VIP(직원 가족)들을 태워서 이곳으로 수송하면 되는 거군."


"맞아. 그리고 작전 개시 전에 하나 더."


나는 강남대로 너머, 여전히 수만 마리의 감염자들이 핏빛 파도처럼 병원 바리케이드를 향해 몰려드는 끔찍한 도심을 노려보았다.


"내 앞마당에 벌레들이 너무 많아서 우리 애들이 힘들어하네. 아파치 띄워서, 내 병원 방벽 근처 100미터 이내로 알짱거리는 짐승 새끼들은 전부 기관포로 갈아버려."


지부장이 야수처럼 미소 지으며 자신의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All units, Operation Noah is a go! (전 부대, 노아 작전 개시!) 물자 수송 및 자율 사격 허가! 사냥을 시작해라!"


타타타타타타탕---!!!


콰아아아앙---!!


지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상공을 선회하던 아파치 헬기 두 대가 바리케이드를 짓누르던 강남대로의 감염자 떼를 향해 자비 없는 30mm 체인건 화망과 헬파이어 미사일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수백 마리의 감염자들이 순식간에 피보라를 일으키며 문자 그대로 고기 다짐육으로 변해갔고,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려던 끔찍한 압력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병원의 공성전은 순식간에 일방적인 화력 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10대의 수송 헬기들이 물자를 가득 싣고 서울 곳곳의 군 진지를 향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국가가 포기한 2만 명의 군인들을 살리기 위해, 달러의 힘으로 강림한 강철의 천사들이 잿빛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군대는 내 보급을 받아 내 사병이 되고, 경제는 폭락장에서 내 달러에 종속되었다."


나는 옥상 난간에 기대어, 아파치의 폭격으로 불타오르는 강남대로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아버지가 만든 지옥이 대한민국을 덮쳤지만, 나는 그 절망을 비웃으며 가장 현실적이고 단단한 권력의 제국을 완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민도현이 백신을 양산할 때까지, 이 서울의 생태계를 내 발밑에 완벽하게 무릎 꿇리는 것뿐이다.


자본과 무력, 그리고 메스로 무장한 괴물 의사의 진정한 영지전(領地戰)이, 아파치의 포연 속에서 서서히 막을 올리고 있었다.


제3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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