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 글로벌 의료 재단, 제1 방어선 / 오전 10시 30분]
"3조, 4조! 포획된 감염자들 지하 3층 B동 주차장으로 이송해! 케이블 타이 2중으로 묶고, 마취 깨기 전에 도현이네 연구팀한테 인계한다!"
백강우의 확성기 섞인 고함 소리가 매캐한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를 뚫고 울려 퍼졌다.
강남대로를 새카맣게 뒤덮으며 몰려오던 수천 명의 감염자 1차 웨이브. 국가의 정규 진압 부대조차 실탄 사용을 주저하다 공포에 질려 방어선이 붕괴되었겠지만, 천명 재단의 기동대는 달랐다.
예산의 한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무한대의 고농도 마취 다트와 특수 스턴건. 그리고 티어 1(Tier 1)급 완벽한 방호복으로 무장한 100명의 전술 요원들은 단 1시간 만에 1차 웨이브의 기세를 완벽하게 바닥에 눕혀버렸다.
"철문 닫아! 남은 생존자들 오염 통제 구역으로 밀어 넣고, 외부 바리케이드 전면 봉쇄!!"
끼기기기긱- 쾅!
두께 50cm의 거대한 방탄 철문이 닫히며 육중한 빗장이 걸렸다.
철문 밖에서는 뒤늦게 달려온 잔여 감염자들이 콘크리트 벽을 긁으며 짐승의 괴성을 질러댔지만, 30조 원을 쏟아부어 만든 난공불락의 성벽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막았습니다, 회장님."
박철민이 땀으로 범벅이 된 방호복 헬멧을 벗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피가 튄 새하얀 가운을 털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상자는."
"기동대원 중 사망자 및 감염자 0명. 타박상과 골절 환자 3명입니다. 구조된 일반 생존자는 총 412명, 그중 물린 상처가 있는 교상 환자 58명은 즉각 격리 병동으로 빼서 초기 억제제 투여 중입니다."
기적에 가까운 전과였다.
국가의 공권력마저 손을 놓아버린 생지옥의 한복판에서, 일개 민간 병원이 수백 명의 목숨을 구출하고 단 한 명의 전사자도 내지 않은 것이다.
"부상당한 대원들은 VIP 병실로 올려서 최고급 대우로 치료해. 포획한 감염자 300구는 모조리 피 뽑아서 백신 데이터로 쓰고."
나는 무전기를 들어 병원 내부망을 호출했다.
"수진아. 생존자들 상태는."
[아수라장입니다. 압사당할 뻔한 환자, 유리 파편에 찔린 환자들이 응급실을 꽉 채웠습니다. 그래도 직원들 사기가 미쳐 날뛰고 있어서 통제는 완벽하게 되고 있습니다. 중증 외상 환자들 수술방 3개 동시에 돌아가고 있습니다.]
무전기 너머로 한수진의 헉헉대는 숨소리와 함께 결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긴장 늦추지 말고 중증부터 쳐내. 나는 손님들 좀 만나러 가봐야겠다."
나는 통신을 끊고 병원 본관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아버지가 서울 전체를 날려버리는 미친 짓을 저질렀으니, 지하 벙커에 얌전히 갇혀 있던 '그분'들도 슬슬 바깥 상황을 눈치채고 난리를 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상위 0.01%의 권력자들.
이제 그 알량한 권력과 돈다발이 이 요새 안에서 얼마나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인지, 뼛속 깊이 새겨줄 시간이다.
[천명 외상센터, 지하 5층 VVIP 벙커 병동 / 오전 11시]
"이보시오! 문 좀 열어보란 말이오! 당장 내 비서실장이랑 연결해!!"
"청와대에 전용 헬기 띄우라고 해!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집권 여당 대표 최만수야!!"
두꺼운 차폐 유리문 너머로, 환자복을 입은 중년 사내들이 문을 두드리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전파 차단 구역이라 스마트폰은 먹통이었지만, 벙커 라운지에 설치된 대형 TV를 통해 서울이 전염병으로 멸망해 가는 뉴스를 실시간으로 시청해 버린 것이다.
자신들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권력과 부의 무대가 불바다가 된 것을 보자, 그들은 이성을 잃고 발악하기 시작했다.
삐빅- 치익.
내가 출입 카드를 찍고 벙커 라운지로 들어서자, 40여 명의 VIP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몰려들었다.
"천이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서울이, 서울이 왜 저 모양이 된 거요!"
최만수 대표가 핏대를 세우며 내 멱살을 잡으려 들었다. 하지만 내 뒤를 따르던 박철민이 거대한 체구로 그를 거칠게 밀쳐냈다.
"환자분. 진정하시고 뒤로 물러나십시오."
박철민의 서늘한 경고에 최 대표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나는 라운지 중앙의 가죽 소파에 느긋하게 걸터앉아 다리를 꼬았다.
"뉴스는 다들 보셨나 보군요. 보신 그대로입니다. 며칠 전 여러분 혈관에 나노 머신을 탔던 제 아버지가, 이번엔 서울 지하철 환풍구와 정수장에 생물학 병기를 살포했습니다. 청와대? 국회? 1시간 전에 전부 감염자들한테 뚫려서 연락 두절입니다."
"말도 안 돼... 국군 수도방위사령부는 뭘 하고 있단 말이냐! 군대를 동원해서 밀어버리면 될 거 아니야!"
재계 서열 5위, 대양그룹의 회장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군대요?"
나는 피식 웃으며, 라운지 구석의 산소호흡기를 달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권태형 국방부 장관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대한민국 군대 통수권자들이 지금 제 병원에 누워서 피 거르고 계시잖습니까. 지휘 계통이 박살 났고, 길거리에선 피아 식별도 안 되는데 무슨 군대가 움직입니까. 지금 밖은 완벽한 무정부 상태입니다."
나의 잔인하고도 현실적인 선고에, 라운지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에 휩싸였다.
그때, 최만수 대표가 눈을 번뜩이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천 회장. 내 본가가 평창동인데, 거기에 내 가족들이랑... 아주 중요한 금고가 있네. 자네 기동대를 좀 보내주게! 구출해 오면 내 개인 자산 1,000억을 당장 현찰로 꽂아주지!"
"저도 부탁합니다! 한남동 자택에 제 아내가...! 내 스위스 은행 계좌를 통째로 주겠소! 헬기 한 대만 내어주시오!"
여기저기서 수천억 단위의 돈다발을 약속하며 헬기를 띄워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쳤다. 그들은 여전히 자본주의의 논리가 이 요새 안에서도 통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나는 턱을 괸 채 그들의 처절한 경매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1,000억? 스위스 계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 대표의 눈앞까지 다가갔다. 나의 압도적인 키와 체격, 그리고 사람의 뼈와 살을 수도 없이 발라낸 외과의 특유의 서늘한 눈빛에 그가 흠칫 놀랐다.
"최 대표님. 지금 밖에 있는 은행 전산망이 멀쩡히 돌아가고 있을 것 같습니까? 배추 한 포기도 못 구하는 아수라장에서, 종이 쪼가리 된 현찰 1,000억으로 당장 내일 쓸 멸균 가제 수건 한 장이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그건..."
"착각들 단단히 하고 계시네."
나는 벙커 라운지를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쳤다.
"당신들이 밖에서 무슨 왕 노릇을 했든, 지금 이 요새 안에서 당신들은 그저 내 허락 없이는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중증 환자'일 뿐입니다. 당신들 몸속에 있는 기계충들, 내가 에크모(ECMO) 안 돌려주면 오늘 밤에 당장 내장 다 터져서 죽습니다."
나의 팩트 폭력에 그들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유일한 화폐는 달러나 금괴가 아닙니다. 내 병원 지하에 있는 '초기 억제제'와, 내 손에 들린 이 '메스'가 유일한 화폐입니다."
나는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서류 뭉치를 꺼내 라운지 테이블 위에 던졌다.
"이게... 뭡니까?"
대양그룹 회장이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집어 들었다.
"돈 내놓으라는 유치한 협박은 안 하겠습니다. 대신, 지금 당장 이 사태를 종식시키고 내 요새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실물 인프라'를 징발하겠습니다."
나는 박태준 대통령 비서실장과 권태형 국방부 장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부 측에서는 '국가 재난 비상사태 특별법' 발동 서류에 사인하십시오. 이 시간부로 수도권 방역 및 생존자 구조에 관한 모든 **'전시 작전 통제권(FRP)'**을 천명 재단이 합법적으로 이양받습니다. 잔여 경찰 및 군 병력은 제 지휘를 받게 될 겁니다."
박 실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미, 민간 병원장에게 군경 통제권을 넘기라니... 이건 사실상 국가 무력을 통째로..."
"국가가 터졌으니까요. 치료제 양산 기술을 가진 제가 통제탑을 잡는 게 가장 빠르고 현실적입니다. 동의 못 하시면 밖으로 나가서 직접 무전기 들고 지휘하시든가요."
나는 다시 재벌 총수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대양그룹 회장님. 당신네 대형 마트 물류 센터에 쌓인 식량과 생필품, 그리고 배달 트럭 네트워크. 전부 우리 재단 소유로 무기한 귀속시킵니다. JK 제약 총수님? 당신네 공장 생산 라인은 오늘부터 제가 드릴 백신 레시피 찍어내는 하청 공장으로 쓰겠습니다."
"뭐, 뭐얏?! 사유 재산을 통째로 강탈하겠다는 거요?!"
"강탈이 아니라 합법적 징발입니다. 정부가 특별법에 사인할 테니까요. 꼬우십니까?"
나는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선택하십시오. 당신들이 가진 인프라의 통제권을 내어주고 이 방주 안에서 해독 치료를 받으며 목숨을 부지할지. 아니면 그 알량한 자존심 지키다가 밖으로 나가서 괴물들한테 산 채로 뜯어 먹힐지."
침묵.
지독하고도 비참한 침묵이 흘렀다.
대한민국을 호령하던 호랑이들이, 20대 젊은 의사가 쳐놓은 완벽하고 합법적인 덫에 걸려 스스로 목줄을 내어주어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돈 몇 푼 뺏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그들의 '권력의 기반' 자체를 통째로 내어주는 행위였다.
하지만, 살아야 했다.
가장 먼저 펜을 집어 든 것은 산소호흡기를 달고 휠체어에 앉아 있던 권태형 국방부 장관이었다.
"어차피... 지휘할 군대도 통신이 끊겨 뿔뿔이 흩어지고 있소. 치료제를 만들 수 있고, 이 정도의 방어력을 갖춘 천 회장에게 전권을 넘기는 것이 지금으로선 유일한 해답이오."
장관이 떨리는 손으로 전시 작전권 이양 서류에 서명을 갈겼다.
그것이 신호탄이었다. 대통령의 대리인인 박 실장이 울며 겨자 먹기로 특별법에 도장을 찍었고, 대양그룹과 제약사 총수들 역시 이를 뿌득뿌득 갈면서도 인프라 징발 동의서에 서명했다.
단 30분.
대한민국 상위 0.01%가 쥐고 있던 국가의 무력과 경제 실물 인프라가, 모조리 '천명 글로벌 의료 재단'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중앙 통제탑으로 합법적으로 빨려 들어왔다.
아버지가 서울을 붕괴시킨 덕분에, 나는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이 나라의 모든 생명줄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탁월한 선택들 하셨습니다. 물류 트럭 동원과 잔여 병력 배치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나는 서류들을 챙겨 들고 라운지를 나섰다.
문을 닫기 직전, 나는 그들을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치료는 순차적으로 진행될 테니 얌전히 대기하십시오. 아, 그리고 이 안에서는 제가 정한 룰이 헌법입니다. 허튼수작 부리시면 가차 없이 밖으로 쫓아내겠습니다."
[천명 외상센터, 지하 5층 특수 연구소 / 그날 오후 12시]
완벽한 권력의 이양을 마친 후, 나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5층으로 향했다.
민도현이 무제한의 예산으로 밤새 세팅한 BSL-4(생물안전 4등급) 최고 수준의 바이러스 연구소였다. 투명한 특수 방탄유리 너머로, 우주복 같은 양압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미친 듯이 현미경과 슈퍼컴퓨터를 돌리고 있었다.
"도현아. 상황은."
소독 부스를 거쳐 연구실로 들어서자, 민도현이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얼굴로 모니터에서 눈을 뗐다.
"회장님! 방금 징발하신 JK 제약 공장 라인 시스템과 저희 연구소 데이터를 연동시켰습니다. 1세대 감염자들 핏속에서 추출한 자가 항체를 베이스로, 빠르면 5일 안에 초기 진압용 항혈청을 서울 전역에 뿌릴 만큼 대량 양산할 수 있습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5일. 그 시간만 버티면 아버지가 던진 최악의 생물학 병기를 어느 정도 통제선 안으로 끌고 올 수 있다.
"잘했어. 백신은 무조건 성공시켜야 해. 그럼 방금 분석한 2세대 '샘플 Z' 에어로졸 바이러스는 어떻지? 아까 잡은 300마리 피 뽑아봤어?"
내 질문에 민도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가 키보드를 두드리자, 모니터에 오늘 아침 살포된 바이러스의 기괴한 분자 구조가 떠올랐다.
"강남 사태 때랑 다릅니다. RNA 구조가 한 번 더 변이됐어요. 감염 속도가 3배 이상 빠르고, 무엇보다..."
민도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 바이러스는 특정 **'음파(Frequency)'**에 반응하도록 나노 머신 기술의 잔재가 유전자 단위에 결합되어 있습니다. 즉, 천무성 회장이 모종의 대형 송신탑을 통해 신호를 보내면... 이성을 잃은 감염자들이 일제히 특정 목표를 향해 조직적인 공격성을 띨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직적인 공격성? 군대처럼 놈들을 지휘할 수 있다고?"
내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감염자들이 본능에 따라 무작위로 움직이는 것과, 누군가의 악의적인 지휘 아래 뭉쳐서 움직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재앙이다.
그때였다.
내 전술복 주머니에 있던 무전기가 날카로운 비프음을 내며 울렸다.
[회장님!! 당장 1층 통제실로 오셔야겠습니다!!]
방벽을 지키던 백강우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야. 방어선이 뚫렸어?"
[아닙니다! 바리케이드는 무사한데... 감염자들이... 밖에 놈들이 이상합니다!!]
나는 불길한 직감을 안고 1층 중앙 통제실로 뛰어 올라갔다.
통제실의 거대한 모니터 벽면에는, 병원 외곽에 설치된 수십 대의 CCTV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이게... 대체..."
나는 화면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본능에 따라 짐승처럼 바리케이드를 두드리고 서로를 짓밟던 강남대로의 수만 명의 감염자 떼.
그런데 지금, 수만 명의 괴물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소름 끼치게도, 그 수만 개의 붉은 눈동자들은 정확히 한 곳.
우리가 있는 이 '천명 외상센터'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군단이 장군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듯, 완벽한 침묵 속에서 압도적인 살기를 뿜어내며 서 있는 기괴한 모습.
우웅- 웅- 웅-!
그 소름 끼치는 정적을 깨고, 통제실 내부의 내선 전화가 울렸다. 외부 통신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 절대 울릴 수 없는 전화였다.
내가 수화기를 들자, 지독하게 익숙하고 징그러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치가 아주 장관이지 않느냐, 내 아들아.]
아버지였다.
가평의 지하 벙커에 숨어, 서울 전체를 장기판 삼아 자신의 좀비 군대를 조종하고 있는 미치광이 신(神).
[네 녀석이 그 알량한 성벽을 세우고, 귀족 놈들의 목줄을 쥐고 왕 노릇을 한다지.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네 방주가 내 군대의 파도를 얼마나 버텨낼지 궁금하구나.]
"아버지."
나는 통유리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괴물들의 군단을 내려다보며, 서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당장 백신 데이터를 넘기고 항복한다면 네 목숨만은 살려서 내 그릇으로 써주마. 하지만 거절한다면...]
"거절한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툭 자르고 서늘하게 응수했다.
"고기 방패들 몇만 마리 끌고 왔다고 쫄 줄 아셨습니까. 방금 정부 측에서 국가 전시 작전권이랑 물류 인프라 전부 저한테 합법적으로 이양하고 갔는데, 아주 잘됐네요. 내 앞마당에 쳐들어온 짐승 새끼들, 국가의 이름으로 전부 합법적으로 썰어버릴 명분이 생겼으니까."
나는 뒤돌아 통제실의 백강우와 박철민을 노려보았다.
"전군, 전투 준비."
나의 차가운 선전포고에, 1기생 기동대원들이 일제히 방패를 고쳐 쥐며 무기를 장전했다.
[하하하! 건방진 놈! 찢어발겨라!!]
아버지의 광기 어린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크아아아아아아!!"
수만 명의 감염자들이 뿜어내는 끔찍한 포효가 강남의 하늘을 찢고, 거대한 핏빛 쓰나미가 되어 천명 요새의 콘크리트 장벽을 향해 미친 듯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국가의 모든 권력을 거머쥔 젊은 군주와, 지옥의 문을 연 늙은 괴물의 진짜 전면전.
피와 살이 튀는 공성전의 헬게이트가, '군집 지능'이라는 최악의 변수와 함께 완벽하게 열려버렸다.
제32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