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25년, 그리고 나의 미래는 무엇일까?
우리는 끊임없이 계산과 판단을 한다.
얼마나 이익이 나고 얼마나 손해가 날지,
무엇이 옳고 선이며 무엇이 나쁘고 악인지.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일은
산수처럼, 때론 도덕책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
나는 이미 몇 년 몇 달을 고민을 했고
오늘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을 하고 있다.
긴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혹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무겁거나 긴 시간에 대한 고민일 터였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번민에 휩싸인 이후,
수많은 계산과 판단을 해봤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선택하지 못했다.
불혹이 되던 즈음의 나는
수많은 미혹 들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고,
지천명이 되어가는 요즘의 나는
계산과 판단을 많이 하지 않아도 거스름이 별로 없다.
그래,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런 거다.
하지만, 거대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온 25년의 시간에 대해
계산과 판단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았고,
무거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에 무기력감을 느낀다.
사랑했던 만큼 상처와 박탈감이 크다는 것을 느끼는 한편,
이젠 애틋함마저 저만치 멀어져 가는 감정에 휩싸인다.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이곳과 나의 일들이
무의미라는 제로점에 수렴한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뼈아프다.
어느 때라고 위기가 아닌 시간이 있을까?
우리에게는 항상 위험과 기회가 상존할 수밖에 없고
오 대 오의 계산과 판단할 수 없는 어떤 중간점을 지나서
육 대 사 이상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온다.
그런데 위기(Risk)는 또한 불확실성의 다른 얼굴이 아니었던가.
지금 이 상태의 위험을 이미 백으로 인식한 지금,
더 이상 판단할 가치도 없는 거 아닌가.
푸념 섞인 이 글을 쓰는 짧은 몇 십분 사이에도
상당한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가며
그토록 오래 바라봤던 선택의 갈래길을 또다시 수십 번 번갈아 본다.
심장 아래 몇 킬로그램쯤 되는 무게추를 느끼는 한편,
호두의 단단한 껍질을 칼의 모서리로 긁어내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동적이면 안 된다.
호두 껍질 마냥 딱딱한 껍질이 둘러싼 속마음으로
풍선에 바람이 들어가듯 공허함이 밀려든다.
너, 오늘은 선택할 수 있는 거냐?
사실, 오래전, 이미 넌,
가리고, 그리고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