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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숨을 쉴 것 같다

몇 달 준비한 책의 초고을 완성했다는 것에 감사해

by 나만의 결


이제, 좀 숨을 쉴 것 같다
머릿속이 맑아졌다


몇 달 동안 정신없이 달렸던

나의 첫 책의 초고 완성.


미래를 위한 전쟁 중에 잠시 달콤한 휴식이 왔고

전투를 끝낼 고지가 선명해졌다.




넌 좀 생각을 멈춰야 해
한시도 멈추질 않잖아.


최근 몇 년의 전쟁은 청년 시절의 전쟁과는 다르다.

청년 시절엔 국내판 전쟁이었다면, 지금은 글로벌 전쟁이랄까.


'어느 하루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스스로 쉬거나 논다는 생각을 해 본 기억이 오래다.

머릿속에 휘몰아치는 생각들을 잡아서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제대로 쉴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불과 며칠 전, 어릴 적 가장 친했던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넌 좀 생각을 멈춰야 해. 한시도 생각을 멈추질 않잖아.'




수많은 전장에서 전투를 치르는 동안
나는 인고해야 했다


과거로부터 지속된 일을 끊어내야 했다.

직장의 동료/선배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완벽에 대한 강박'을 떨쳐내야 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을 줄여야 했다.

혼자도 잘 '노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가끔씩 밀려오는 외로움은 주체하기 어려웠다.


건강을 위한 운동을 중단했다.

이건 실수이긴 하다. 이건 어떤 이유로도 핑계가 안되지.


그리고, 소위 혼밥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시간이 더 필요했으니까.




아직 진행 중이지만
잠시는 쉴 수 있을 듯하다


몇 년 간 지속된 전쟁 속의 이 전투를 멈추고 잠시나마 쉴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 새롭게 만나야 할 전장과, 치러야 할 다른 전투들이 아직 많고

이 전투만 해도 아직은 진행 중이지만, 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끝나지 않은 전쟁 중에, 그리고 아직 한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중에,

'숨을 쉴 수 있다'라고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이 전투의 결과와 관계없이

'무'에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흐리게만 보였던 고지가 선명해 보인다.

저 고지의 높이가 앞동산인지, 백두산인지는 끝나봐야 알 것 같다.

저 고지를 탈환할 날이 언제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자신이 생겼다.




지난하고 오랜 그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이 전투를 끝낼 고지 탈환을 위해 많은 것들을 조금씩 준비해 왔고

그 길을 걷는 데 있어 든든한 길잡이도 있고 친구도 있다.

하긴, 그래서 지금까지 그나마 가쁜 숨이라도 쉬고 있었던 게지.


그간 겪었던 크고 작은 전장에서 겪은 경험들은 순간순간의 통찰을 이끌고 있고,

수많은 전투에서 생긴 생채기는 앞으로 있을 전투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게 한다.




나에게 전쟁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 자체,

나에게 전장은 수많은 분야,

나에게 전투는 지금까지 해 왔고 앞으로 할 수많은 프로젝트.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전투에 흥분된다.

전쟁, 할 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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