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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그리고 자원

직장인으로 25년, 그리고 나의 미래는 무엇일까?

by 나만의 결


무언가를 시작할 때,
시간이 드는 것이라면 최대한 빨리 시작하고,
자원*이 드는 것이라면 최대한 오래 숙고하라.


어쩌면 나도 꽤 많은 부분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시간을 제외한 자원이 들지 않는 것은 바로 시작한다. 작년 세무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됐을 때가 그랬다. '세법개론'이란 책을 냅다 주문했다. 걷지도 못하는 녀석이 뛰어가고 싶은 것 마냥. 비싼 강의가 부담이 돼서 남이 듣다 남은 강의를 반 가격에 수소문해서 구매했다. 물론 여기에는 꽤 많은 시간과 자원이 들었다.


그리고 한 달 반 동안 모든 것을 제쳐놓고 강의를 수강했다. 회계원리나 재무회계가 선행과목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무조건 세법을 먼저 알아보고 싶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로, '해보면 알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였을 거다. 출근해서 남들이 아침 일찍 오지 않을 것 같던 구석에서 한 시간, 점심에 삼십 분, 퇴근하고 도서관과 집에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내 시간은 언제든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역적이지는 않으나, 멈출 수 있고, 방향을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다. 더구나 그 유연성 크기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물론 시간도 자원이고 한정적이다.


하지만, 자원은 비가역성에 추가하여, 멈추거나, 방향을 전환하기가 어렵다. 물건을 사고 나면 반품하기 어렵고, 직원을 채용하면 자르기 어렵다. 장사나 사업을 시작하면 초기 투자 자본을 일으켜 시작한 일은 돌이키기가 어렵다. 그래서 숙고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져야 한다.




시간과 자원을 다른 관점에서 자주 생각하기도 한다. 자원의 대표는 돈이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가? 평일 8시간을 한 해 동안 계산하면 약 2,000시간, 평일 4시간은 1,000시간, 주말 10시간 역시 1,000시간이다. 이동하거나 생리적인 것을 해결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한 해에 약 4,000시간을 주변과 교감하거나, 현재를 위해 투자하거나, 미래를 위한 준비에 사용할 수 있다.


10분을 기다려 탄 버스는 20분 후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택시로는 10분이 걸린다.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부여된 시간은 그 무엇보다 비가역적이다. 자원이 부족하면 시간을 비용으로 희생해야 한다. 하지만, 자원만 확보된다면 시간을 자원으로 사용해서 다시 자원으로 만들 수 있다.


돈이 넉넉하지 않다. 그래서 거의 모든 판단에는 항상 돈이 개입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부쩍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넉넉하지 않음을 느끼고, 그 가치에 대해 무거움을 느낀다. 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즐거운 삶은 살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그저 남은 생을 살아가기에.




* 자원 : 시간도 자원의 한 형태이지만, 시간을 제외하고 미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자원으로 정의한다. 또한, 자원 중에 가장 활용도가 큰 것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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