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어제 계엄이라는 충격적인 일을 겪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
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벌어진 군사쿠테타 이후
2024년 윤석열 정부에 의해 벌어진 군사 쿠테타.
굉장히 충격적인 일인데.
오늘은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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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지도 않았고 총알 하나 발사되지 않았는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면 그런 일까지 벌였을까...이해하자.
-야당이 너무 대통령을 몰아 붙이니까 이런 비극적인 일이 생긴 것이다.
-그냥 모든 것을 덮고 넘어가자.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워서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왜 책임소재나 따지고 있냐.
심지어는
-계엄을 방해한 야당 인사를 수사 후 구속시켜라
-대통령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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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내란죄가 벌어진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다고
이딴 개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 단 말인가.
어제의 일이 조금만 잘못 흘러 갔어도
오늘 난.
당장 인테넷 이용부터
민주 국가의 시민에게 부여된 자유가 사라질 뻔 했다.
지금껏 아무런 제한 없이 누려왔던 것들이
모두 쓰레기 통에 강제로 쳐 넣어질 뻔 했는데.
뭐? 그냥 좋은 게 좋은거니까 넘어가자고?
심지어 대통령이란 자도
자기가 명령해 투입한 병력을 물렸으니
그냥 아무일 없던 것으로 하자는...
갑자기 혈압이 막 오른다.
정말 우리나라는 구제 불능인 국가인가?
아무리 여론 선동 조작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이 많다고 해도.
만 하루가 지난 것도 아니고
일주일이 지난 것도 아니고
일년이 지난 것도 아닌데.
기억력이 3초도 안되는...
자기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몰라.
밥을 끊임없이 주면 그걸 계속 받아 먹고
결국 배가 터져 죽는
어리석은 금붕어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막말로 파견나온 계엄군이 마음만 독하게 먹었으면
어제 국회는 그야말로 피바다가 될 수 있었다.
그것 뿐이 아니다.
영장 없이 강제 수색, 압수, 구속 등등
그야말로 지옥이 눈앞에서 펼쳐 질 수 있었다.
국회 의원이 필사적으로 계엄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면
오늘부터 포고령에 의해 지옥이 펼쳐졌을 거란 이야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딴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라고 말하는
금붕어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는 거였다.
'나에게 아무 일도 안 일어났고,
어찌 되었건 잘 해결 되었으면 그만 아닌가'
...라고 말하는 금붕어들.
난 오늘 진짜 너무 놀랐다.
그때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아..이래서 대통령이 이런 사람이 되는 거구나..."
그리고 이어서 갑자기 떠오르는 말...
"모든 국가는 그 국민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사르데냐-페에몬테 왕국의 프랑스계 보수주의자인
조제프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가
1811년 러시아 헌법 제정에 관한 토론을 하면서 한 말이다. )
지금 우리나라에 이 말처럼 딱 맞는 말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