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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O Jun 20. 2020

03 | 38.5℃, 인후통, 근육통.

얼음팩과 해열제 한알. 코로나 증상들에 대항할 수 있던 전부.

전화 통화들을 마치고 난 뒤, 잠시 머리를 뉘었다.

점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한 숨을 내쉬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코로나 양성 확진, 고문 아닌 고문 같았던 전화통화들, 도피 같았던 이동, CT촬영,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들에 둘러싸여 병원 입원. 정신이 아득해졌다.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접이식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 선생님이었다. '아까랑 같은 분인가?'싶었다. 뭐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있어야지.

'혈압과 체온 좀 잴게요.'라고 말하시고는 왼팔에는 혈압 측정을 위해 측정 밴드를 채우시고, 오른쪽 손 검지에는 무슨 핑거팁 같은걸 끼우셨다.

혈압 측정기의 시작 버튼을 누르니 '위-잉'소리와 함께 팔을 조여 오는 측정 밴드.

동시에 내 귓 속에 체온계를 넣은지 얼마 안되 삐 소리와 함께 측정된 체온, 37.9℃.

조여오던 팔의 혈압 측정 밴드의 바람이 빠지며 나온 혈압 수치, 130/87.

그리고 그 아래 적인 99%라고 쓰인 수치. 간호사 선생님께 이게 무엇인지 여쭤보니 '혈중 산소포화도'라셨다.


열이 좀 있으시네요.
아이스팩 드릴 테니 우선 겨드랑이 사이에 넣고 계시면 열이 좀 내릴 거예요.


'네'라고 대답을 하고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이게 다인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은 나는 또 물어봤다.

"열이 더 오르면 어떻게 해요?"
⏤ "못 견디겠다 싶으시면, 옆에 전화기 보이시죠? 저희 간호사실로 연락 주시면 도움드릴게요."
"입원하신 분들은 대략 며칠 만에 퇴원하시나요?"
⏤"대략 3-4주 정도 있다가 나가세요. 다른 병실에 계신 분은 두 달 넘게 계시는 분도 있긴 해요."

'두 달? 두 달이라고? 난 안 그럴 거야. 얼른 회복해서 나가야지.'하고 속으로 되뇌었다.


이어서 간호사 분의 질문과 안내들이 이어졌다.

"혹시 드시는 약은 있으세요? 챙겨 오신 것 있으시면 보여주세요."
 "곧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코로나 검사 한번 더 하실 거예요. 식사도 곧 들어올 거고요"
"옆에 있는 '격리병동 입원 생활 안내서' 읽어두시고요".

간호사님은 손 소독제를 손에 짜서는 열심히 비벼 소독을 끝내고 문을 열고 나가셨다.



격리 병동 입원 안내서   

출입제한

- 감염 예방을 위해 병실 밖 이동은 절대 금지
- 응급상황/문의/요청사항 발생 시
    - 입실 한 의료진 혹은 담당 간호사에 문의할 것
    - 호출기 사용할 것
    - 본인 핸드폰 사용할 것
- 정규 입실 시간 (최소 4회 이상)
    - 오전 6시
    - 오전 7시 30분
    - 오후 12시
    - 오후 5시 30분

접촉 주의

코호트 격리(동일 질환 환자끼리 같은 병실 내 입원하여 진료하는 것을 의미) 시
- 병실 내에서도 마스크 상시 착용
- 다른 환자와 접촉 금지
        - 본인 침상, 화장실 손잡이, TV 리모컨 이외에는 만지지 말 것
- 접촉한 경우, 알코올 티슈로 닦을 것

손 씻기

- 감염 예방을 위해 비치된 손소독제와 손세정제를 이용하여 수시로 손 씻기를 시행할 것  

소지품

- 개인 물품만 사용할 것
      - 자가 복용약은 담당 간호사에게 알려줄 것
      - 퇴원 시, 병실 반입 물품은 퇴원 시 반출이 불가능
      - 전자기기의 경우 반출이 가능하나, 락스 희석액으로 소독 후 반출 가능

폐기물

- 입원 기간 중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는 지정 폐기물 통에 버릴 것
- 폐기물 만진 후, 손 씻기 수행  

안전사고 예방

- 침대 난간은 상시 올려 낙상 예방
      - 침대 바퀴는 상시 고정
      - 시설 내 전체 금연  

식사

- 질병 치료를 위한 병원식을 원칙으로 함
- 식사시간
    - 아침 : 오전 7시 30분
    - 점심 : 오후 12시
    - 저녁 : 오후 5시 30분    

CCTV

- 상태 관찰 및 안전을 위해 24시간 CCTV 설치 및 녹화 중  

면회

- 감염 예방을 위해 보호자 면회 제한
      - 일체의 외부 간식, 화분, 생화 등의 반입을 금지  

다인실 병실 사용 안내

 -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는 같은 확진 환지끼리 다인실 병실로 배정받을 수 있음  

음압 병실

- 정의
    - 음압이란 양압의 반대로 내부의 기압이 외부보다 낮음을 의미
    -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르는 성질이 있음
    - 음압병실은 병실 내부를 음압으로 유지함으로써
    - 병원 내 공기의 외부 배출을 방지
    - 병원체의 외부 유출을 예방할 수 있음
    - 병실 내 공기는 HEPA 필터가 설치된 별도의 배기시설을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여과하여 배출
- 유의사항
    - 별도의 조작은 금지되어 있음
     - 소음이 있을 수 있으며,
    - 이를 위해 귀마개가 필요할 경우 간호사실로 문의할 것    

(병원마다 차이가 있을 부분들은 일부 배제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가이드를 덮어 서랍에 넣고 읽은 내용들을 복기하고 있으니 또 다른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우선 입원하셨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 진행할 거고요.
내일 주치의 선생님께서 오셔서 병원 생활에 필요한 내용들도 안내해주실 거예요.


말하기가 무섭게 지퍼백에서 검사를 위한 스왑을 꺼내서 공격 태세(?)를 갖추셨다. 난 턱을 들었다.

역시나 검사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콧 속으로 들어온 스왑은 순식간에 목 뒤까지 내려갔다 올라왔다. 그리고 하기도 검사라며 가래침을 뱉으라고 하셨다.

몇 번의 검사 이후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께 관련 규정을 물어 확인 할 수 있었다.



입원 중, 코로나 검사

실제 코로나 양성 확진 이후부터는 상기도검사와 하기도 검사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1️⃣ 면봉(스왑)을 이용하여 콧속과 입 안에서 검체를 체취하는 검사는 상기도 검사2️⃣ 가래침을 뱉어 하는 검사를 하기도 검사 라고 지칭했다.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완치∙퇴원 기준

위 두가지의 검사를 동시에 진행하며,
✅ 두가지 검사에 대한 결과 수치가 40을 넘어야 음성으로 판정되며
✅ 2회 연속으로 음성이 나와야 퇴원 할 수 있다.

 


2020년 6월 25일 기준, 완화된 퇴원 기준

PCR 검사의 맹점 중 하나가 증상이 없거나 전파력이 없는 환자의 검사를 시행하여도, 체내 바이러스의 사체가 검출되며 이 경우도 양성으로 판정 될 수 도 있기 때문에 장기 입원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었고, 그 중에 나도 하나였다.

그러던 중, 6월 25일 기준 질병관리본부는 완화된 새로운 퇴원/격리 해제 기준이 발표되었고, 나도 그 기준 안에 들 것 같다.

이미지 출처: 전진우 그래픽기자, 뉴시스


뜻밖의 심리검사

설문지 같은걸 주셨다. 첫 장에는 'COVID-19 입원환자 심리검사'라고 쓰여있었다. 내 앞선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들의 심리가 불안했었나 보다. 혹시나 모를 만에 하나의 상황을 위해 심리검사도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사실 이 부분까지 신경 써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찬찬히 한 문항, 한 문항 곱씹으며 내 기분과 느낌들을 답 해 내려갔다. 꽤나 복잡하던 생각도 정리가 되었다. 하나 확실했던 건, 난 자살할 확률은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완료한 내 설문지를 간호사 선생님들 드렸다. 그리고는 폰으로 사진을 찍어 다른 의사 선생님께 문자로 보냈다. 아마도 반출해 나가기엔 감염 위험이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



식사, 그리고 잠들 수 없던 밤

저녁 여섯 시가 좀 안되었을 즈음, 노크를 하고 들어오시는 간호사 선생님의 손에는 흰 봉투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일회용 도시락에 담긴 식사가 있었다. 허기가 져서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리고 배가 고팠던 지라 허겁지겁 식사를 한 후 먹은 것들을 모두 봉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열이 계속 오르는 게 느껴졌다.

옆에 있는 체온계를 꺼내서 체온을 쟀다. 38.5℃. 체온은 멈출 줄 오르고 계속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죽을병 아니면 약은 최대한 늦게 최소한으로 먹자'주의를 가진지라 우선 아이스팩을 간호사님 말대로 겨드랑이에 꼈다.


목에서는 점점 가래가 끓는 게 느껴졌다.

목도 따끔따끔 아파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한 기사에서 침은 그 어떤 진통제보다 낫다는 것을 본 기억이 있어, 최대한 침을 삼켜 아픈 목을 달래보고자 노력했다.


열이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침대에 닿은 부위의 근육들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누우면 얼마 되지 않아 근육통이 느껴졌고, 오른쪽으로 돌아 누우면 그쪽으로 근육통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엎치락 뒤치락하기를 한 시간을 하다 '안 되겠다'하고 간호사실로 전화했다.

현재 상황을 설명해드리고, 어떤 조치를 받을 수 있냐 물어보니 해열제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참아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양 겨드랑이에 아이스팩을 끼고 우선 더 버텨보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시간은 새벽 두 시 반이었다.

그렇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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