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좋아요. 당신도 내가 좋나요?
2025.6.29. 일.
그와 처음으로 함께 공부하는 날입니다. 그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의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저는 외출 준비가 조금 늦어져 지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인근 카페에 들러, 그에게 메뉴를 묻고는 커피를 사갔습니다. 우리는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는데, 그가 옆자리에 앉아도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려면 옆자리에 앉아야 편하다고 했습니다. 괜찮다고 했지만 저는 살짝 긴장이 되었습니다. 혹시 그가 흑심을 보이지는 않을지 걱정도 됐습니다. 약간의 긴장감 속에서 그가 준비해 온 프린트물로 함께 공부를 하고, 그가 모바일에서 찾은 IElTS 리스닝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가 약속이 있다고 해서 두 시간 후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저는 그를 인근 전철역에 데려다주었습니다. 헤어지면서 그는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습니다. 저는 그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물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좋아요. 당신도 내가 좋나요?"
친구로서 좋다는 뜻으로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친구로서의 감정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날 밤, 공부 외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냐고 그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저는 친구로서 자주 만나서 영어로 대화하고 싶었기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와 카톡으로 대화하며 그가 방글라데시에서 제일 좋은 국립대학을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와 마찬가지인 거고요. 그가 체스를 잘해서 방글라데시의 체스 대화에서 금메달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매일 운동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술, 담배를 안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졸업 후 미국으로 취업하길 원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저의 호감도는 점점 상승하고 있었지요. 똑똑하고, 책 읽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소식하고 운동하며 절제된 삶을 사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가지고 있지 못한 모습이니까요. 제가 존경할 수 있는 부분을 그는 지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영어가 매우 유창하기까지 하고요. 저는 그에게 함께 체스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이참에 체스를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았고, 그와 함께 체스를 하며 영어를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는 우리가 공부하기로 한 일요일 외에도 만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가끔 통화도 할 수 있냐고도 물었는데 그건 제가 영어를 못해서 힘들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느 날, 그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요즘 재밌는 영화가 없다고 하자 쥐라기 공원을 보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표를 바로 예매하고 다음 날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도서관을 가고, 공부를 하고, 영화관을 가는 것. 이 모든 게 제게는 아주 오랜만의 일입니다.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헤어질 결심"이 마지막입니다. 이것들을 함께할 친구가 생겨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게다가 저의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친구라니요. 게다가 가까이 살아서 자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 첫 만남부터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예감 정도가 아닌 앎이었는지도 모르죠. 이 친구와 저는 연인이 되겠다는 앎.
어쩌면 사랑은 함께한 시간과는 상관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순간입니다. 첫 만남 1초에서 모든 게 이미 결정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도 역시 첫 만남 1초의 순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