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동안 브런치 대신 종이 일기장에 하루 있었던 일을 간단히 기록했다. 시간이 없어서 이곳에 방문하지 못했다는 건 그저 핑계이며 자기 합리화 같다. 5모, 6모를 치르고 다른 친구들처럼 번아웃이 오거나 슬럼프를 겪은 것도 아니다. 어떠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니다.
정신과 방문 기간을 한 달에 한 번에서 두 달에 한 번으로 늘렸다. 오랜만에 약 용량도 줄였다. 시간이 날 때 가끔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되는 하루가 점점 늘어났다.
내가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늘 그랬듯이 섣부른 기대가 더 참기 힘든 절망을 낳을까 봐 우울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도 두려웠다. 한 달간의 공백은 너무나도 잘 지낸 나 자신에 대한 이해 기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수술 과정으로 비유하자면 진단-입원-수술-재활 단계 가운데서 재활 단계에 포함된달까.
나도 잘 지내도 된다는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가장 분명한 것은, 나는 이전보다 지금 더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오늘을 맞이할 수 있게 허락해 준 어제의 나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