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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업전략론 김우성 Dec 02. 2024

프롤로그 : 우리는 중국이 무섭지 않다

두려움이 과하면 병이다.

현재 우리 산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중국'입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중국산 전기차의 진출을 보도하고 메모리에 중국이 거세게 침략하여 금방이라도 우리나라 산업 전체가 무너질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비를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제 중국의 거센 공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고통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몇몇 산업들은 산업 헤게모니를 잃고 밀리기도 했습니다. 무섭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중국이 우리나라가 키워 온 산업을 무너뜨리고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그저 그런' 나라로 만들까 봐 겁이 납니다.


당연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은 승자와 패자를 뒤바꾸고, 그로 인해 영향받는 무수한 사람들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산업혁명 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을 벌였고, 내연기관차가 탄생하자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예전에 책을 옮겨 쓸 때 사람이 직접 옮겨 썼지만(글씨가 이뻐야겠죠?), 그 역할은 타자기가 대신했고 수많은 타이피스트가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그 타자기가 쇠퇴하면서 이제는 컴퓨터 워드가 그 역할을 대신했죠.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마다 기존 산업의 강자들이 무너지고 신규 산업의 강자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모습을 우린 많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이 그 산 증인입니다. 6.25로 무너진 경제를 일으켜 세우고자 대한민국의 산업인력들은 갖은 고생을 하며 산업을 키워왔고, 산업에서 닥치는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우리는 올바른 선택과 노력을 해서 이렇게 눈부신 제조업 기반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했는데, 중국이라고 못 할까요? 예, 중국도 잘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이기는 과정은 산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그것을 굳이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히 중국도 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이미 기존의 산업 헤게모니를 가진 우리와 충돌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밀려날 수도 있고,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다면, 중국의 부상에 뭔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면, 이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볼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산업 또한 중국과 같은 보조금과 산업스파이, 인력 빼내기로 성장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초창기 디스플레이 연구원들 중 일본에서 오신 분들이 꽤 존재했습니다. 그분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나, 발전에 도움을 충분히 주셨겠죠. 마찬가지로 중국의 부상에도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유사합니다. 비슷합니다. 다만 그 '규모'와 '시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방식'이 다릅니다.


혹자는 그리 말합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산업은 멸망할 수밖에 없다고. 중국의 추격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그런데, 이거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데...? 넛 크래커(Nut Cracker)라고 한참 일본을 못 쫓아가고 중국에게 추격당해서 망하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 2000년대부터 시작해서 샌드위치니 넛크래커니 말들이 많았죠. 20년이 지나도 우리는 호두 신세입니까? 도대체 그 호두가 얼마나 단단하기에 아직도 깨지기는커녕 더욱더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건가요.


저는 '멸망'을 바라는 일부의 비관적인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한순간의 기세만 보고 영원을 판단하죠. 중국이 불같이 일어나니 불에 타 죽겠다고 아우성치지만,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그들이 우리 기업들을 대비하게 해 줬다고 합니다. 아뇨, 이미 기업들은 피부로 느낀 지 오래입니다. 그냥 그들은 이미 벌어진 결과를 보고 또 다른 결과를 예측할 뿐이죠.


저는 자신 있게 주장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당연히 중국과의 경쟁에서 부침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여전히 성장하고 우리나라의 GDP를 끌어올려줄 것입니다. 일부 산업은 쇠퇴하겠지만 다른 일부 산업이 그 자리를 메꿀 것이고, 우리가 강점을 가진 영역은 또 다른 강점으로 우리를 이끌 것입니다.


중국은 지금은 기세가 좋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내재적인 문제점 때문에 큰 홍역을 겪을 것이고, 그 홍역을 제대로 이겨내고 사회 전반적인 체제를 변화시켜야 진정한 경쟁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섬멸할 수는 없습니다. 산업영역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모두 이기지 못했듯, 그들도 일정 부분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의 것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두려움이 과하면 병이 됩니다. 산업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고 언론의 선동에 겁먹기만 한다면,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산업에 대한 공부이며, 특히 '산업의 원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저는 그 '산업의 원칙'을 도출하고 그것을 독자 분들과 같이 알아보는 데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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