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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젬마 Dec 02. 2024

내가 자영업을 때려치운 이유

공황장애와 폐업의 연결고리

"그래서 뭐 하려고?"

"아까워서 어떡해"


폐업을 하며 정말 많이 들었던 말 들이다. 그 들은 걱정이 되어 내게 한 말이겠지만 뒤돌아서면 이상하게 이마가 뜨겁다. 정말 날 위한 말 들인가? 내가 힘들어서 그만둔다는데 내가 어떤 점이 힘이 들었는지,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는 전혀 궁금해하지 않고 그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난'그동안 수고했어, 고생 많았다' 이 한마디면 되는데 말이다. 단 한 번을 공감해 주지 않는 나의 대문자 T들에게 정말 경의를 표한다.


 

사주를 보면 소위 남의 밑에서 일할 팔자는 아니라는 말을 여러 번 들어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진행시켰다. 아주 빠른 속도로.


"인생 뭐 있어? 지르는 거야, 그냥! "


그렇게 차린 나의 첫 가게를 1년 만에 옮기고 7년을 더한 어느 날, 나는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마음속이 아니라 정말 육성으로 읊조렸다.


" 그만둬야겠다." 하고.


우선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너무나 힘이 들었다. 근무 특성상 사람들에게 만족을 시켜주기 위해 내 열정을 쏟아부었고 서비스를 했으며 애정을 담았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하고 있으면 머릿속에 탁! 스치는 손님이 있다. 그러면 그 손님은 그날, 아니면 그다음 날에는 꼭 방문할 정도였으니까.

 어느때에는 손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격 하게 공감을 해서 같이 울고 웃고 화내면서 어느새 정이 들었고, 그 집 아이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을 거쳐 대학생이 되는 과정을 함께 했으며,또는  고등학생이었던 손님이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여 대학을 복학하는 것들도 지켜봐 와서 거의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 가족 같은 관계라고 생각이 들었었다.

 대문자 F성향상 손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공감을 통해 함께 울고 웃고 화내기를 반복했다.  연차가 쌓이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런 과한 공감을 하는 성향 탓에 집에 들어오면 정말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고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었다.


예약 없이 오는 대로 손님을 받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육 체적으로도 힘이 들었고 결과물에 대한 내 만족감 또한 부족하여  예약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예약을 받지 않고 일할 때보다 누가 언제 뭘 하러 올지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일을 시작하다 보니 마음이 편했고 내 시간을 쪼개어 쓸 수 있다는 점과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는 점이 정말 좋았었으나, 하다 보니 노쇼도 빈번했고 정해진 예약 시간에 오지 않고 한참 늦게, 또는 한참 빨리 오는 바람에 앞 뒤 시간이 엉망이 되는 일도 많았다. 처음 보는 신규 손님들이 노쇼를 하는 건 그렇다 치는데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그렇게 나에게 잘해주고 친해졌던 손님들이 그럴 때는 정말 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힌 기분에 배신감이 들었다.


" 오늘 2시에 예약하셨는데 안 오셔서 전화드렸어요!"


"어~비 와서, 좀 있다 갈게"


할 말을 잃은 날들이 많아졌다. 좋게 좋게 설명을 드려도 그런 일들이 반복이 되었으며,' 네가 나한테 이래도 돼?'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 손님들도 있었다.


예약제를 처음 시행 할 때 마냥 좋아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너무 힘들어하는 J성향도 있는 나는 그런 일 들이 빈번 해 져 갈수록 마음이 너무 힘들어져 내려놓는 수밖에는 없었다.


언제나 손님들은 내 맘 같지 않다.


그러나 나는 그 와중에 '나'도 중요했다. 그리하여 손님들을 골라 받게 되었고, 매출은 반 포기 상태가 되었다.

신규 손님은 받지 않았고, 예약 시간을 잘 지키는 손님들로만 받다 보니 매출은 한 없이 떨어졌다. 그래도 떨어진 매출이 고정되어 쭉 이어져 다행(?)이라며 위안삼았다. 스스로 타협한 결과 값이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게 내 최선이었다. 일은 해야만 하고 , 이 일의 가장 큰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돈은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질질 끌고 이어 가던 어느 날이었다.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내가 겪은 공황장애 증상


1. 두근거림 : 출근 전, 양치를 하는데 갑자기 아무 일도 일어지 않았음에도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꼭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손님이 갑자기 많아지면 우선 호흡이 딸리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심장이 어디서 뛰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뛰고 있고 맥박이 뛰는 게 느껴진다.


2. 떨림: 결과물에 대한 성패의 생각이 들 때에도 떨림이 느껴진다. 손을 떤다거나 다리가 후들거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는 내가 가고 싶지 않은 자리에 참석을 하면 숨이 막혀오고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식은땀이 난다.


3. 질식할 것 같은 기분: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싫지만 겪어내야만 할 때,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곧 죽을 것 같았다. '아, 나 쓰러질 것 같다'라는 생각에 거의 잠식되어 있다.


4. 비현실감: 그렇게 증상이 시작이 되면 나의 육체와 나의 정신이 구분이 되는 것같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고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내가 미쳐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5. 오한:거의 증상이 동시다발 적으로 오지만 제일 큰 건, 온몸이 춥다. 추운데 뜨겁다. 오한이 오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침 기상시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설명 할 수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집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았다. 우울증은 늘 내 옆에서 친구처럼 함께 했다.


이러한 증상을 겪었지만 "당신은 공황장애입니다."라는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건 아니었다. 그렇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면 진짜로 난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내 자신을 가둬둘 것같았다. 그리고는 다시는 일을 할수 없을 것 같아 겁이 났다.

 내가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테니까.

약을 먹으며 버티는 나 자신 또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폐업을 결정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그만 두면 뭐 할 거냐고 물었을 때, 그 질문에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다.


"왜?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돼?"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내 계획이야"


오늘로써 폐업 한지 2달을 꽉 채웠다.

가게를 정리하고 폐업수순을 밟고 부가가치세까지 내고 나서야 폐업이 실감이 되었고, 그만두어서 속이 시원하다거나 하는 마음 따윈 없었다. 또, 다음 일을 정하지 않았음에 불안해 해야 했지만 계획이라는 걸 안 하는 게 내 계획이었다. 더이상 감정의 소용돌이에 이리저리, 오르락 내리락  휩쓸리고 싶지 않았던 것같다. 단 한순간이라도 평온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운동 중이다. 생각이 많으면 운동 밖에는 답이 없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 중에 마음이 너무 힘들고 와 같이 공황장애나 불안증을 겪고 계시다면, 생각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하시다면, 지금 당장 아무 생각, 아무 계획 하지 말고 제발 밖으로 나가 천천히 뛰기력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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