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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젬마 Dec 10. 2024

동거인 A의 모순

당뇨 is 뭔들?

친구 A와 동거를 하게 된 지도 어느덧 8년이 다 되어 간다.

뼛속까지 F인 나와 전형적인 T 성향을 가진 그 친구와의 동거는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하루 걸러 싸우기 일쑤였고, 서로의 말을 이해지 못해 이해가 될 때까지, 혹은 어느 한 사람이 지쳐 백기를 흔들 때까지 밤새도록 우는 일도 다반사였다.


관심사, 취미, 웃음코드, 일처리 방식등, 살 부대끼며 살기에는 너무나도 공통분모가 없었지만

 누군가 나에게 왜 같이 사냐고 묻는 다면,

어떤 한 가지가 이 날 이때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말할 것 같다.


그것은 단연코 그 친구에 대한 나의 측은지심이 아니었나 싶다.

제 아무리  오래된 친구라 해도, 보고 있으면 답답하거나 화딱지 나는 부분은 셀 수없이 많다. 

그러다가도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있고 그 친구 또한 편하게 챙김을 으며, 나의 울타리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마치 자식을 키우면 이런 기분일까? 대리경험을 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못하는 영역은 친구가 하고, 친구가 못하는 영역을 내가 하면서 박 터지게 싸우더라도

서로 상부상조하다 보니  꽤나 정이 든 것도 사실이며,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었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기저기 떠 도는 방랑자의 삶을

살았음에도 대체로 해맑고 , 나와는 다르게 감정기복 없이 무던한 친구는 최근 3년 사이 

당뇨판정을 받고 갑작스레 당뇨환자가 되었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2형 당뇨처럼 후천적으로 생긴 것이 아닌, 어린 나이 때부터 발병하는 1형 당뇨였다는 것인데, 중고등학교 시절 역도선수가 꿈이었던 친구는 체급을 유지하기 위해 했던 막대한 운동량과 비례하는 근육량 때문에 당뇨 녀석이 숨죽이고 있다가 30대 중반이 되고

운동은 아예 담을 쌓고 살면서 정크푸드 같은 악랄한 음식만 먹으니 근육은 빠지고 자리에 지방이 여기저기 끼인 상태가 되어 그제야 실체가 드러났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친구의 배를 보면 인슐린 주사를 식사 전과 취침 전 

매일 맞기 때문에 피멍과 주삿바늘 자국들로 빼곡하다.

 한번 맞는 것도 괴로운데 매일 몇 차례씩 주사를 놓 모습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같이 산책하자고 억지로 끌고 나갔다가 저혈당이 와서 식은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친구를 위해 편의점에

오렌지 주스를 사러 사방팔방 뛰어다닌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하여 이 측은한 친구를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슬로푸드를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몸에 흡수되는 음식과 오르내리는 혈당관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그간  지켜봐 와서 알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나도 사람인지라 피곤하고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일 때에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잡곡밥, 버섯볶음, 고사리나물, 된장찌개 같은 건강식 위주로 먹이고 있다.

당뇨에 좋은 음식은  다이어트식단과도 일맥상통하다 보니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직접 조리해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정작 이 친구는 여느 당뇨환자와는 달리 당뇨병을 대하는 태도가 불량하다.

음식을 선택적으로 가리기 때문이다.

 

오늘의 자신 달디 단 케이크가 먹고 싶주저 않고 사 먹는다. 그러나 내가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말하면 본인은 당뇨환자니까 같이못먹는다는 어불성설을 내뱉어 나를 황당하게 만든다.

어떨 때는 가족들이 삼겹살을 먹자고 하면 소화가 더뎌 당 수치가 늦게 오르기 때문에 인슐린주사를 어느 정도 맞아도 저혈당 오는 일이 많아서 먹으면 안된다 말하면서도, SNS에 삼겹살 먹방이 나오면 입맛을 다시며 내일 꼭 먹을 꺼라 다짐한다.


 옆에서 그 친구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기가 막히지만,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웃어넘긴다.

그러나 이건 웃어넘길 일 아니다.

주삿바늘로 배를 수만 번 찌르는 것보다 무서운'당뇨합병증'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유병자는 533만 명가량이며, 당뇨병 전단계(1400만 명)까지 포함한다면 2000만 명 가깝게 당뇨병 고위험군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당뇨 유병율은 높아가고, 관리 수준은 엉망이며, 과체중 비만이 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합병증이 오면 혈관이 좁아지고 뇌, 눈, 심장, 신장,

다리, 피부등 각 기관들이 무사하지 못하는 큰 문제를 야기한다.

그렇게 망가진 하나의 기관또 다른 병증을 동반함과 동시에 돌이키기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건강하나 잃은 것뿐인데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불행은 지속되고. 지켜봐 줄 가족이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







저녁밥을 든든히 먹고 핫도그 후식으로 먹는 친구에게 옆에서 잔소릴 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먹고살자고 돈 버는데, 먹는 걸로까지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

그런 말을 듣고 있으면 저 깊은 단전으로부터 탄식이 나온다.

 


제발 스스로 가학 하지 않길바란다. 찰나의 식욕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경각심을 갖기를 바란다.

(이대로 살다 정말로 당뇨 합병증 까지  온다면

방조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 같아 뼛속까지 서늘해진다.)



당근은 냄새도 맡기 싫다지만 김밥에 든 당근은 먹는.

두부는 싫어하지만 청국장은 좋아하는.

찌개에 든 애호박은 싫어도 노릇노릇 애호박 부침을 좋아하는 그 친구를 위해 오늘도

야채믹스 잔뜩 때려 넣은 계란말이를 만들어 도시락을 싼다.

제발 건강히 먹고 건강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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