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물 없이 떠난 제주가 이토록 새롭다니!
애정하는 수필가 신미경 작가님의 최신작. 시간 노동자에게 자유를 사려면 어떤 조건들이 있는지 돈, 건강 등에 대한 작가님의 자유로운 생각들이 담긴 책이다.
마흔 살에 처음으로 가장 가벼운 짐으로 길을 떠나니 진짜 청춘이었을 때는 결코 알지 못했던 젊음을 느낀다.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부치는 수화물이 없고, 제주에 도착해 도내 버스를 타도 번거롭지 않았고.
신미경 「자유의 가격」 중
책 속에선 1박 2일 제주도로 가볍게 떠났던 작가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작년 봄에 떠났었던 나의 짧았던 제주여행이 생각났다. 비행기를 타며 수화물이 없었던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정말 '가벼운 여행'이란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었다.
가난했던 배낭여행에서 '부치는 수화물'은 사치였기에 늘 공항에서 노숙을 하면서도 10kg에 맞춘 배낭이 전부였었던 시절이 있었다. 액체 수화물을 최소 용량으로 맞추어 소분한 짐을 메고 떠났던 기억이 생각났던, 배낭 메고 떠났던 여행.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지하철 첫 차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탔다. 물론 타기 직전까지 등 뒤에 있는 가방이 좀 무겁긴 했지만 마음 만은 너무나도 가벼웠던 순간. 창가 좌석에 앉아 여유롭게 아래를 바라보며 짧은 비행시간을 즐겼다.
날씨가 너무 맑아서 보이는 제주 바다에 감탄. 착륙과 함께 비행기에서 금방 내려 공항에 마중 온 친구를 만나기까지 채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배낭마저 숙소에 맡겨버리고 무작정 걸으러 간 해안 길은 나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마음이 참 고된 시간을 보내다 떠났던 여행이었기에 많이 잊고, 오로지 나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아주 많지는 가보지 못했지만, 제주는 참 좋아하는 여행지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비행기라는 이동 수단을 경험하게 해 준 곳이고, 추억 가득한 수학여행지의 장소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고는 서울촌놈(!)이었던 남편을 제주도에 처음 여행 데려가 보기도 했었고, 3대(엄마 나 그리고 딸)가 함께 여행을 가서 아주 멋진 추억도 많이 쌓은 나에겐 고마운 여행지다.
그랬던 나의 제주여행에 늘 빠지지 않았던 것은 렌터카. 늘 여행의 시작은 공항 근처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리고 그 차에 짐을 싣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으로 제주공항에서 도내 버스를 타고 여행을 시작했다. 같은 여행지인데, 색다른 시작이 좋았다. '무려 버스비가 1,150원이라니!' '엄청 싸잖아'라고 외치며 올라탄 버스는 도민들이 가득한 시골 느낌이 물씬.
차 없이 하는 여행이 준 가장 큰 소득은 그동안 차를 타고 즐길 수 있었던 모습과는 다른 제주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자주 있지 않은 버스 시간에 맞춰서 뛰어야 하는 수고스러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깊숙한 제주를 느꼈다랄까. 버스로만 갈 수 있는 여행지를 가다 보니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이 여행 오는 곳이었구나. 새삼 느꼈다. 내가 그동안 갔던 제주 핫플은 한국인들이 가득했는데, 버스로 다니는 여행지들은 외국인들이 많았다. 제주의 자연경관을 보러 외국인들이 이렇게도 많이 오는구나는 한라산 등반을 하면서 더 많이 느꼈다.
백팩을 메고 떠나는 여행답게, 가벼운 두 손으로 느낀 자유와 색다른 제주가 참 좋았다. 그 경험을 계기로 더 자주 떠나야겠다는 다짐도.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사람은 시간도 잊고 내가 누구인지도 잊고 순수한 몰입을 경험한다. 그때부터는 돈벌이가 아닌, 돈을 받는 취미 생활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일이 시작된다. 백팩을 메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어디에서든 일하는 프리 워커로 살 수 있을까.
신미경 「자유의 가격」 중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니던 시절부터 했던 생각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어디에서도 일하는 프리 워커의 삶. 여행이 삶의 최고의 행복이었던 때엔 그렇게 자유로운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꿨고, 사실 지금도 그 꿈이 사라지진 않았다.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좀 멀어졌다고 생각했었을 뿐. 그런데 다시 자주 읽고, 가끔 쓰는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금 그럴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든다.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나에겐 독서인데, 내가 독서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실질적인 경제적 대가는 전무하다. 단순한 취미이지만, 뭐 꾸준히 하면 뭐든 되겠지. 싶은 가벼운 마음이 들어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