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낙조
석양의 덕양정
- 김 중 근
창문 밖으로 겨울 빛이 하얀 빈 들녘에 쏟아진다. 함박 눈이 펑펑 내리더니 노을이 밖에 가득하다. 점심 식사도 별 즐거움 없이 마치고 이제서야 덕양정의 겨울 석양이 눈에 들어온다. 덕양정은 전북 익산시 웅포면에 위치한 정자로, 금강을 내려다보는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해가 지는 동안 햇빛은 대기를 통과하면서 더 긴 경로를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짧은 파장의 빛은 산란되어 사라지고, 긴 파장의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게 된다. 이로 인해 노을은 주로 붉은색과 주황색으로 물들어 보인다.
겨울 덕양정의 석양은 이지적이고 차거운 듯 하면서도 참 애절하다. 몰려온 추위 속에 빙토의 땅으로 자신은 떨어지지만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은 희생적인 생활이 몸에 배어있다. 덕양정의 떨어지는 석양은 자신이 풀어놓은 빠렛뜨 위에 오묘한 물감을 풀어 온갖 색으로 채색한다. 덕양정의 겨울 하늘은 황홀한 노을이 가득해진다. 그 곳의 노을은 드러나지 않는 은은함과 애절함으로 사람들은 뜻모를 감성에 젖는다. 그저 물체가 저 산 너머로 넘어가면 절벽에서 떨어지듯이 시커먼 암흑 뿐 일텐데... 석양은 떨어지고 지면서 하늘을 캔버스 삼아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댄다. 금강의 찬 바람이 온 몸을 움츠리게 할지라도 덕양정 석양의 은은함과 애절함은 뒷뜰에 차곡차곡 쌓인 눈같이 그리움의 꽃을 피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덕양정에 서서, 건너편 노을을 바라보면 그 애절함에 빠지게 된다. 시간이 멈춘다. 아!...아름답다.
석양이 온갖 치장으로 분장하고 나온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면 덧 창문 활짝 열어 젖혀 덕양정이 보이는 강가를 바라본다. 그러면 유난히 그 곳 노을의 색은 강 건너 한산면 일대의 산과 들에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선홍색으로 진하게 물든다. 밀려오는 노을은 애절함을 불러일으킨다. 붉게 황혼이 내리면 집 속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발길은 금강 줄기가 내려 보이는 덕양정에 제일 먼저 달려간다. 노을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처럼 그 곳의 석양은 모두에게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모든 이의 감정을 외면치 않고 붉게 칠한 노을은 하늘에 떠있는 붉은 해와 달을 같은 모습으로 이 강가에 띄워 놓는다. 이 곳은 하늘 뿐만 아니라 오랜 그리움과 애절함 까지도 복사된다. 널리 온유함과 애절함이 배어있는 붉은 노을을 다시 가슴에 복사한다. 또한 붉은 선물 차곡차곡 준비된 온유의 정이 금강 물에 붉게 젖는다. 순간 노을을 보면서 빙토가 된 가슴들이 살며시 녹는다. 강가의 거친 들판이나, 거친 대지 위에서도 감성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환상적인 기쁨이 된다. 저마다 가슴 속에 묻힌다. 붉은 노을 햇살이 척박한 감성에 아름다운 노을을 피게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계층간 갈등이 더 한층 심할 때 마다, 혼자 보기 아까워 나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내가 기분이 우울하거나 침체되어있을 때마다 덕양정에 자주 찾아온다. 세상에는 많은 슬픔과 괴로움이 있다. 그리고 누구나 상처를 만난다. 상처받아 괴로울 때 가장 가까운 곳에 상처를 감싸주고 위안이 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만 막상 둘러보면 그렇지않다. 그러나 덕양정의 석양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마음 길이 통하여 저 깊고 넓은 금강물처럼 노을과 서로가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좋다. 그 노을이 주는 감칠 맛은 내가 어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저녁 노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하고 그려보는 것으로 부터 상상이 자유스러워진다. 그 강물 위로 철새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 또한 평화스럽다. 때론 가창 오리떼의 군무가 하늘에 멋진 작품을 연출할 땐 장관을 이룬다. 이 곳에서는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 곳에 서서 노을을 바라다 보면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덕양정의 노을은 매일 저녁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자연의 선물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해주므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금강 하구 웅포의 덕양정에서 천년에나 한번 자랄 소나무와 팽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를 관조하며 맑은 노을을 느끼는 기쁨이란 너무나 크다. 일상에서의 답답함을 탈피하여 노을과 함께 걷는 금강면 둘레길은 덕양정과 어울어져 한점의 멋진 사진 작품이 된다. 무미건조한 내 심성에 넉넉함을 주는 덕양정의 낙조야말로 큰 환희요 즐거움이다.
바람없고 햇빛 좋은 날 금강변의 덕양정에 오르리라!....
- 2025년 1월 9일
웅포의 덕양정 노을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