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사역 지금이 기회다[Prologue]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속마음과 처절한 현실 그리고 사역적 대안

by 열정도다리

[Prologue] 멸종위기사랑의 시대, 교회가 아이들의 '동훈 아저씨'가 되어야 하는 이유

“이번 주는 잘 지냈니?” “네..”, “몰라요...”, "그냥요...“, "졸려요....", "수련회 안 가고 싶어요.”

주일 아침, 반별 모임 시간에 제가 항상 듣는 말들입니다. 같은 반에 앉아 있지만 아이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이 있습니다. 같은 반이 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서로 대화하지 않고, 앞에 앉은 저를 통해서만 말이 전달되는 신기한 현상이 매주 발생합니다. 그 차가운 정적 속에서 몇몇 아이들은 눈이 아닌 정수리만을 저에게 보여줍니다.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반 분위기가 살도록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척하지만, 사실은 위축되어 있고 고민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모르겠지요? 저의 쫄림을... 어떤 주일은 학생부 행사가 있어 반별 모임이 없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설교가 길어져 반별 모임을 10분만 한다고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사실 너무 좋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아쉬움을 표현하지만요.

저는 20대부터 40대인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청소년 사역의 '현장'을 지켜왔습니다. 수백 명이 모이는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고, 개척교회에서 단 몇 명의 아이와 씨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지역교회 청소년부에서 매주 아이들과 부대끼는 평범한 새가족반 교사입니다.

저는 심리상담가로서 아이들의 찢겨진 내면을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상담가로서 현장에서 제가 경험하는 아이들의 현실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픕니다. 학교와 가정, 친구 관계라는 거대한 굴레 속에서, 혼자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우리의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는 교회를 다니는 아이들도 꽤 많습니다. 교회는 그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여러분 교회의 청소년부 현실은 어떠신가요? 요즘 아이들은 기운이 없어 보이고, 교회라는 공간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입니다. 예배 시간에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해 꾸벅거리고, 아이들의 눈동자에서 생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학생 숫자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예배실의 빈자리는 매주 조금씩 더 넓어져만 갑니다. 그 텅 빈 공간을 바라볼 때마다, 이대로 다음 세대가 소멸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현장 교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릅니다. 우리 교회의 다음 세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많은 전문가가 다음 세대의 위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이야말로 교회에게 ‘최고의 기회’인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회에는 ‘진짜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관계가 단절되고 조건 없는 사랑이 희귀해진 ‘멸종위기사랑’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본래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으며, 누군가와 더불어 온기를 나누도록 창조된 존재입니다. 세상이 차갑게 식어갈수록 사람들은 더욱 뜨거운 사랑을 갈구하게 마련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교회와 다음 세대에게는 기회인 것입니다.

교회에는 ‘진짜 사랑’이 있습니다. 손해 보는 사랑, 끝까지 품어주는 사랑, 기약 없이 기다려 주는 사랑. 사람을 능력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대하는 곳은 이제 우리 교회밖에 없습니다. 다음 세대는 그 사랑을 간절히 찾고 있습니다. 그 사랑에 목이 마른 세대입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셨나요? ‘이지안’이라는 삶의 무거움을 가지고 살아온 한 청년에게 ‘박동훈’이라는 어른이 그 청년을 믿어주고 그 청년의 언덕이 되어줍니다. 이지안은 그 좋은 어른 덕분에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도 ‘세상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다’는 것을 교회선생님들을 통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아직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선생님들의 사랑을 통해서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랑이 아이들을 교회에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품고 기도했던 아이들이 때때로 교회를 떠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깊이 각인된 교사의 '진짜 사랑‘이 어느 날 아이가 교회로 돌아와 하나님의 품을 다시 찾게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선생님들, 무너져가는 교회학교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선생님들, 정말 귀하십니다. 선생님들을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물론 각 교회의 사정이 다르고, 여기에 담긴 이야기들이 모든 아이의 상황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생생한 현장과 그들의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면,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역의 실마리를 분명히 발견하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그 '진짜 사랑'을 우리 아이들에게 경험하게 해줍시다. 이 책이 그 사랑의 물길을 터주는 작은 이정표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