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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학교를 찾아 중국에서 제주로

by 제주IB아빠

2024년 8월. 우리 가족은 중국 심천에서 인천으로. 그리고 다시 김포에서 제주로 이동을 하는 중이었다.

대한민국의 여름은 중국 심천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무더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중국 심천에서 7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웬만한 더위쯤은 별거 아니라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온몸으로 느껴지는 지구 온난화의 열기에 다소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제주에 도착하니 마음이 한결 푸근해졌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에게 제주는 낯설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2020년, 코로나가 일상을 지배하던 시기에, 우리 가족은 제주에서 6개월여의 시간을 보낸 소중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2020년 2월말 갑작스레 중국 국경이 막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렇게 끝을 알수 없는 제주살이를 시작했었다. 물론 이번에는 전적으로 두 부부의 선택이었으니 그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우리 부부는 2018년 아니 정확하게는 2017년 가을에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와이프는 휴직계를 제출하고) 중국 심천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먼저 이직을 하고 와이프는 잠시 휴직을 하였으나, 약 1년 4개월 후 와이프도 같은 회사에 다른 포지션으로 자리를 구하게 되어 우리 부부는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맞벌이를 해본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중국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중국을 좋아하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비슷하게 당시 다니던 직장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우연찮게 찾아온 기회를 잡아 인생일대의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몇 날 며칠 동안 우리 부부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결국 더 늦기 전에 도전! 을 외치게 되었다.

(중국으로의 이직 과정 및 경험에 대해서는 추후에 별도로 다시 글을 올리는 것으로 하고...)


그렇게 우리 부부가 중국말은커녕 영어도 모르는 두 아들을 데리고 (물론 나의 중국어도 별 볼 일 없었지만, 와이프 역시 중국은 생각지도 못한 곳이었기에) 중국 심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햇수로만 7년이 흘렀으니 길다면 꽤 긴 시간을 보내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결정을 한 이후 우리 부부가 가장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은 아이들 학교 문제였다.

중국에 처음 올 때 첫째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막 마친 상태였고, 둘째는 유치원에 다니던 중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유년 시절의 절반 정도를 중국에서 보내며 국제학교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었고, 큰 아이는 IB교육과정의 국제학교를 다니며 학교생활에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부부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 - 보다 정확히는 대학 입학 과정 - 에 대해 동의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한국의 IB 교육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IB 정식학교로 지정된 공립학교가 대구와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교과목과 교과서 내용은 일반적인 학교와 동일하나 PYP, MYP, DP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이 초, 중, 고등학교 과정에 접목이 되고, 영어가 아닌 모국어로 교육 과정을 진행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물론 IB 교육은 한국에 소재한 국제학교에서도 많이 채택하고 있는 교육 방식이기에 해외에서 귀국하는 학생들 중에는 국제학교로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매년 수 천만 원에 달하는 학비는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돈 이외에도 한국의 공립학교에서 진행하는 IB 교육 방식이 더 매력적으로 여겨진 데에는 이 교육 과정이 영어가 아닌 모국어를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점에 있었다.

우리 부부는 이미 아이들이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겪은 언어의 혼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큰 아이에 비해 모국어가 튼튼하지 못했던 둘째가 겪었던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에 모국어를 사용한 교육 방식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둘째는 중국 국제학교에서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한 동안은 사고의 주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였고 그 이후 중국어가 익숙해진 뒤에는 중국어를 좀 더 자주 그리고 편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언어를 사용한 커뮤니케이션은 문제없이 보였으나, 우리가 보기에는 영어와 중국어로 깊은 사고와 고민을 하는 것에 상당히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였다.


대구와 제주도 중 우리의 선택은 당연하게도 제주도였다. 표선초, 표선중, 표선고로 이어지는 그 교육과정이 아이들과 잘 어우러지길 바라며 우리는 심천에서 인천으로 다시 김포에서 제주로 이동 중이었다.

제주에서 IB 교육을 채택해서 시작한 지 4년 정도의 시간밖에 되지 않은 초기이고 그렇기에 이미 오랫동안 과정을 운영해 본 국제학교와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한국의 입시제도 및 기존의 교육방식과 다르기에 누군가는 모험을 한다고 여길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의 결정에 아직까지는 후회가 없다. 직접 경험해 보고 오랫동안 고민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었고 , IB 학습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앞으로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공부하고 본인의 인생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제주로 이주한 이후에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며 겪게 되는 성장 경험담을 IB교육 및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과 그리고 자녀 교육에 고민이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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