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신분석적 실천법

심리학 이야기

by 이상혁 심리상담가

부부 관계란 단순히 함께 사는 두 사람의 생활 방식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두 개의 무의식이 함께 살아가는 독특하고도 복잡한 구조물이다. 정신분석적으로 바라볼 때, 부부 관계는 두 개인의 어린 시절 상처, 부모와의 동일시, 욕망의 흔적, 억압된 기억, 결핍에 대한 무의식적 기대가 끊임없이 교차하며 만들어지는 '심리적 장場'이다. 이 관계 안에서는 과거에 말해지지 못한 욕망이 현재의 삶을 왜곡하고, 반복되며, 다시 재현된다. 따라서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정신분석적 방법은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무의식을 탐색하고 언어화하여 서로의 상처와 반복을 인식하고, 그것을 조금씩 수정해가는 깊고도 섬세한 작업이다.

정신분석적 접근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지금 벌어지는 일은 대부분 이미 벌어졌던 일의 반복이다”라는 점이다. 이를 ‘반복 강박’이라 하는데, 부부 싸움에서 반복되는 패턴, 예를 들어 ‘항상 나를 무시한다’, ‘늘 혼자라고 느낀다’, ‘그 사람은 날 통제하려고 든다’는 식의 감정은 종종 현재의 배우자보다 과거의 누군가에게 더 가까운 무의식적 반응이다. 이는 흔히 유년기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애착 방식이 현재의 관계 속에서 재현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반복을 의식화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내가 배우자에게 느끼는 어떤 감정은 사실 내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감정일 수 있으며, 이 감정이 지금 이 순간 왜 그렇게 격렬하게 발현되는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복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느꼈을 때, 나는 상대에게 무엇을 기대했나?”, “그 기대는 어디서 왔고, 지금도 유효한가?”, “나는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어떤 역할을 연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질문들은 그동안 간과했던 우리의 내면을 바라보게 해준다. 이는 부부가 서로를 ‘상처 주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도록 도와주며, 관계를 살아 있는 장場으로, 계속해서 수정 가능한 무의식적 작업장으로 바꾸는 힘이 된다.

정신분석은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여기서의 언어는 단순히 ‘대화’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억압되었던 감정, 금지되었던 생각, 감추어진 욕망을 말로 꺼내는 작업이다. 부부 상담에서 종종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말해지지 않았던 것들,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말하면 파국이 날까 봐, 혹은 나조차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몰라서 등을 조심스럽게 꺼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원망이나 분노, 실망이나 질투 같은 형태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말들의 이면에는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결핍이 반복되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단서가 들어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타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반응과 해석을 다르게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은 ‘투사(projection)’다. 투사는 마음속에 있는 불편한 감정이나 욕망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방어기제다. 예를 들어, 내가 스스로를 무가치하다고 느낄 때,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저 사람은 나를 무시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경향을 갖고 있다. 부부 관계는 이러한 투사와 투사의 교환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심리적 무대다. 따라서 부부가 서로를 비난하고 방어하기보다, 내가 상대에게 무의식적으로 떠넘긴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드러내는 분노는 어쩌면 내 것일지도 모른다. 이 작업은 종종 고통스럽지만, 그것 없이는 관계는 진정한 변화에 도달하지 못한다.

정신분석은 궁극적으로 ‘나도 모르게 반복되었던 방식’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천천히 수정하며, 더 나은 형태로 욕망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이것은 곧 ‘서로를 고치려는 노력’을 내려놓고, ‘서로를 통해 나 자신을 이해하는 노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화나게 했을 때, 그것이 단지 그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무의식적 상처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그리고 그 상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리하여 서로의 반응 너머에 있는 ‘말해지지 않은 고통’을 듣고 말하게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친밀함의 시작이다.

이러한 작업은 상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무의식적 근력 운동’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감정을 억누르는 것도 아니고, 감정에 함몰되는 것도 아닌, 감정을 관찰하고 언어화하는 힘이다.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그것은 나의 어떤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가?”, “그 감정을 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반복하고 있으며, 다른 방식은 가능한가?” 이 질문들을 반복적으로 던지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부부 관계를 개선한다는 것은 단순히 잘 지내는 법 이상이다. 그것은 내 안의 상처와 반복을 마주하고, 그것을 통해 나와 타인 모두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정신분석은 그것을 ‘치유’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이해’이며, ‘언어화’이고, ‘인식’이다. 치유는 그 다음에 온다. 말해질 수 있을 때, 이해받을 수 있을 때, 반복을 인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덜 잔인해질 수 있다. 그것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 이상혁 심리상담가




https://blog.naver.com/eyja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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