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school Musical (season1~3)’
여러분은 첫사랑이 있으신가요?
첫사랑이 곁에 있던 시기, 감정을 기억하시나요?
혹은 여전히 첫사랑은 그저 막막하게 느껴져 아리송하신가요?
저에게 첫사랑은 처음하는 사랑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처음 하는, 단순한 좋아한다는 그러한 감정을 교류하는 형태의 관계가 아닌 평생을 두고 생각을 할 사랑을 첫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단연코 확신할 수 있는 첫사랑이라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의 첫사랑은 고등학생 시절이었습니다.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나타날 법한 일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런 저에게 그런 경험은 오지않으리라 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던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경험을 배우고 말았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인데도 여전히 선명하고, 선명하다 못해 생생히 재연이 됩니다.
그 분은 항상 주위에 친구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었습니다. 검정색 긴 후드집업 같이 생긴 가디건을 입고 다니며 급식실을 휘젓는 분이었습니다. 설정 과다라고 믿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농구부에서 에이스 역할까지 톡톡히 수행하던 멋진 선배의 표본이었습니다.
그런 분을 보자마자 저는 눈을 떼지도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흐물거리는 미역줄기 반찬을 뜨다가 저도 모르게 조리 도구를 떨어뜨리기 까지 했으니, 선명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복을 받았던 건지, 저는 그분과 여름에 연인이 되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다가간것도 아닌, 그분의 연락으로 인해 서로의 호감을 확인하게 되면서 였습니다. 선후배가 같이 참여하는 방학 프로그램에서 그 분은 저를 보았고, 저는 당연히 그 분을 조용히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그 분에게 연락을 받고 그 길로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었을 때, 저는 자는 게 아까울 지경이었습니다. 매일매일 그 분과 결국에는 사귀게 되는 결말을 상상했으니까요.
그렇게 그 분과 연인이 되고, 저희는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날의 기억은 여전히 제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기억입니다. 헤어지기로 한 날, 그 분은 저의 모든 결정을 직감했다는 듯이 헤어져주겠다, 헤어지자고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을 상상만 해오다가 실제로 들은 저는 인쇄실에 앉아 소리를 지르며 울었습니다. 소리를 내며 운다는 건 소설에서나 보던 표현이었는데,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심장을 누가 억지로 도려내면 이런 느낌일까하는 생각이 전부였습니다. 저에게 첫 사랑은 그렇게 아프고 사무치고 모든 과정이 후회되는 사랑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받았지만 나는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그 첫사랑은, 돌이켜보니 서투른 그 당시의 제가 제자신을 갉아가며 그 사람에게 내 모든 걸 주기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많은 것을 빼앗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되는 사랑입니다. 저는 그 사랑으로 인해 몇년 가량을 정신을 못 차리고 살기도 했습니다. 의미없는 행동과 만남과 화풀이를 반복했고, 그 몇년은 저를 매우 위태롭고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처음들을 배우고, 또 선물받으며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별에 진한 그리움이 너무 사무쳐 행복만 있었다고 할 수는 없는 그런 사랑이었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또 다시는 할 수 없는 사랑이라고 확신이 들어서인지, 더 서러웠던 것도 같습니다.
(아직 얘기를 풀지는 않았지만, 전 지금 그런 사랑을 다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저에게 첫사랑은 그리 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새로운 영화를 감상하고 후기를 써볼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던 중, 첫사랑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첫사랑과 같은 영화가 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나 가끔 어린시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리고 그 어린시절의 기억이 온전하지 못하거나 희미하게만 연상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 모든 것이 희미해도 하나 확실한 건 있습니다. 저의 첫 영화는 이 영화였다는 사실이요.
- High School Musical
Once in a life time
means there's no second chance
일생에 단 한번이라는 것은,
두번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야
이 구절은 제가 첫사랑이라고 부르는 영화의 ost 중 ‘Everyday’라는 곡의 가사 일부분입니다. 밑에 첨부해놓은 영상을 꼭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인 ‘Troy’는 농구부이며, 친구가 많은 ‘인싸’역할의 주인공입니다. 여자주인공인 ‘Gabriella’는 과학과 책을 좋아하는 조용한 성향의 주인공입니다. 본인과는 너무 다른, 또 외적으로도 아름다운 가브리엘라에게 한눈에 반한 트로이와, 본인과는 너무 다른, 또 외적으로도 멋있는 트로이에게 한눈에 반한 가브리엘라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편의상 여주, 남주로 칭하는 부분도 있을 것인데,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제 첫영화인 만큼, 저에게는 이 영화가 첫사랑이었습니다. 이 영화 이후 저의 이상형은 농구하는 멋있는 키 큰 남자 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트로이 같은 멋있는 남자가 고등학생인 저에게 다가온 것 이었고, 전 이걸 그 당시 당연히 운명처럼 받아들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순간 그 사랑은 제 첫사랑이 될 운명이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드리겠습니다.
남주인 트로이가 여름방학에 잠시 일하게 된 일터에서 훼방을 놓는 샤페이라는 여자 캐릭터로 인해 여주이자 여자친구인 가브리엘라와의 관계에 정착하고 집중하지 못하며 서운함을 느끼게 되고, 이 과정에서 남주와 본인의 생각과 뜻이 다르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된 여주는 그를 떠나게 됩니다. 후회를 하고 뒤늦게 붙잡으려고 했지만,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듯이 운이 많은 남주조차도 이번에는 여주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 둘은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회적인 고민 그리고 타인들의 시선과 영향으로 인해 헤어지게 됩니다. 고2 방학, 이별을 맞이했던 18살 소녀인 저에게는 이게 마치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린시절 봤던 이 영화를 그때 자주 꺼내봤던 것 같습니다.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된 것 처럼, 시나리오에 맞게 이별을 하고, 이유도 그럴싸하게 비슷했기에, 저는 제가 마치 이 영화의 주인공을 대변해서 사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영화의 주인공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였습니다.
헤어졌지만, 기지를 발휘한 친구들 덕에 깜짝 등장한 가브리엘라를 보고 트로이는 마치 첫 눈에 반한듯한,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하고 다가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떠올릴때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다시 찾아옵니다. 이 장면을 처음 본 유치원생이었던 저의 그 감정도 함께요.
그 어린것이, 사랑에 대해서 뭘 알기라도 할까 싶었지만, 그 어린 것이 이 장면을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 영화덕에 제 첫사랑을 매일 같이 트로이 같은 사람일거라고 속으로 그리고 그리며 기다렸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만났고 지금은 그 순간까지 어찌저찌 잘 지나왔습니다. 비록 지금 제 곁에 없지만, 그래도 확신하는 것은 그 사람은 제 첫사랑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 속 장면을 봤던 그 벅찬 감정을 처음 느낀 그 시점, 그리고 그 감정과 똑같이 울었던 제 모습은 영원히 그 시절이 처음일 것 이니까요.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저만큼 특별하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꼭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첫사랑이 오래도록 첫사랑의 형태로 남아있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첫사랑은 언제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