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통해 배운 인생의 교훈
70평생 살면서 참 많은 일을 해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보람 있었던 시절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삿짐센터를 운영했던 25년입니다.
저는 이사를 단순히 짐을 옮기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사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그런 순간에 함께하며, 사람들의 기쁨과 걱정을 나눴던 그 시간이 제게도 커다란 교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작가로 활동하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이사를 하는 분들이라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그리고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실제로 글을 쓰는 게 익숙하진 않네요.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지겠죠.)
이삿짐을 싣다 보면 사람의 인생이 그 짐 속에 담겨 있다는 걸 느낍니다. 크고 작은 가구들, 책 한 권, 오래된 앨범 속 사진까지, 그 모든 물건에는 그 집주인의 사연이 깃들어 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한 할머니께서 작은 상자를 꼭 품에 안고 계시더군요.
“할머니, 제가 들게요” 했더니, 상자를 꼭 쥔 채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내가 평생 모은 추억이야. 사진과 편지가 들어있어서 떨어뜨리면 안 돼.” 그 순간 저는 그 상자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그분의 인생 자체라는 걸 깨달았죠. 어떻게하면 평생의 추억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요.
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상자는 단순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아니었습니다. 80~90년 인생이 담긴 아주 소중한 무언가였죠.
그래서 이삿짐을 옮길 때마다 늘 ‘이건 단순한 짐이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손끝에 정성을 담았습니다. (이 경험 이후로 고객들의 짐을 더욱 소중히 했던 거 같네요.)
이사라는 건 설렘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새 집에서의 기대와 동시에 떠나는 공간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죠.
젊은 신혼부부가 작은 월세 방에서 첫 집을 꾸미며 기대에 차 있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그분들은 살림살이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다루며 밝은 미래를 꿈꾸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하지만 반대로, 어려운 상황에서 떠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사업이 어려워져 작은 집으로 옮기는 가장의 표정은 늘 무거웠습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때마다 ‘이삿짐센터 사장’이라는 제 직업이 단순히 짐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힘을 보태는 일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며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협력과 소통의 가치입니다.
이사란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직원들과의 호흡, 고객과의 소통이 잘 맞아야 성공적인 이사가 가능합니다.
한 번은 직원들과 밤늦게까지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객이 갑자기 이사 날짜를 바꾸는 바람에 일정이 꼬여버린 상황이었죠. 그때 제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힘들겠지만, 우리가 잘 마무리하면 고객이 고마워할 거야. 내일은 우리도 좋은 날이 올 거야.”
결국 모두 힘을 합쳐 무사히 이사를 끝냈고, 그날 고객이 고맙다며 건넨 커피 한 잔은 평생 잊지 못할 따뜻한 보상이 되었습니다.
제가 느낀 건 이사가 단순히 물리적인 이동이 아니라는 겁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환점이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합니다.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새롭게 채울 공간을 상상하며 설렘을 느끼기도 하죠.
저는 이사라는 과정을 통해 많은 걸 배웠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짐 속에서 들여다보며, 스스로도 인생을 돌아보게 되더군요.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에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건, 제게 큰 의미였고 행복이었습니다.
70대 중반에 이르러 돌아보니, 이삿짐센터 사장으로 살았던 25년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시간 속에서 사람들의 인생을 함께 경험했고, 그로 인해 저 자신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이사를 준비하고 계신다면, 단순히 짐을 옮기는 날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이사는 새로운 삶을 여는 중요한 날입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고맙습니다”였습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이사를 통해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하며, 저도 계속해서 제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브런치 스토리에 처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들을 것입니다.
제 이야기를 공유하겠습니다.
서로 듣고 들어주는, 그런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