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공포영화에 지하실 나오면 재미가 없나요? 지하실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걸러야 하나요?
무조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당장 그 유명한 공포영화인 '컨저링'에도 지하실이 나온다. 그 유명한 박수 장면의 배경도 지하실이다.
공포영화의 고전인 '이블데드'시리즈도지하실 없으면 서러우며, 아예 이런 클리셰를 비튼 '캐빈인더우즈'같은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공포영화에 등장 시 무조건 재미없는 요소가 있느냐 묻는다면 답할 거리가 따로 있기는 하다.
그건 바로 '엿보기'다.
왜 재미가 없느냐? 이 요소가 등장하는 순간 내용이 뻔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하실은 거기서 진짜 놀랄 만한 게 튀어나올 수도 있고, 지하실이 열릴 때까지의 플롯이 재미있을 수라도 있다.몇몇 영화들은 지하실이 주는 약점-플롯의 고정-을 극복하고자 플롯 상관없이 괴물과의 장렬한 싸움과 고어씬에 집중하기도 하며 아예 지하실 장면을 최후반부로 몰아넣어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등 영리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엿보기'는 어떠한가? 엿보기 영화는 보통 두 종류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엿보기 당하는 피해자 시점의 영화고 두 번째는 엿보는 가해자 시점의 영화이다. 물론 둘이 적절히 짬뽕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만, 크게 분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첫 번째 시점의 영화는 보통 이렇게 전개된다.
A : 누가 날 보고 있는 것 같아...
B : 누가 널 봐? 너 요즘 좀 이상해~
A : 그런가..? 내가 이상한가... 설마 내가 미쳐서 애먼 사람을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의심스러운 일 또 발생)
A : 아니야! 진짜로 누가 본다고
B : 쯧쯧병원아저씨여기요
(그리고진짜로사건발생)
그리고 두 번째 시점 영화는 보통 이렇게 전개된다.
A : 후후 맘에 드는 사람발견~ 도촬 좀 해볼까~
B : 누가나보고있는것같은데
C : 어휴 뭐래 B 너 요즘 예민해서 그려
A : 어이쿠 들킬 뻔 그래도 성공적도촬중~
B : 아니이게뭐람 날 보고 있잖아/이 카메라는 뭐지?
A : 살인마로 등장하여 쓸어버린다
(이후 또 카메라 설치/새로운 영상 구경하며 엔딩~)
어째 이런 전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둘의 플롯이 적당히 섞이기도 한다만어디까지나 혼합물 수준이지 화합물 수준에 이르지는 않는 편이다.
그 외에도 본인 소유 건물에 카메라 설치하고 구경한다든지(보통 관광객 등이 묵는 별장이나 여관이다)피해자들이 어떠한 사유 등으로 경찰신고를 하지 않아 사건 해결을 미적지근하게 하든지.(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과 동시에 보는 사람 복장 터지게 하는 주범)아님 범죄자에게 로맨스를 부여한다던지(우웩!!!!) 조금이나마 변주를 주기도 하나 큰 틀은 대동소이하다. 무슨 영화를 봐도대충 플롯이 그려진다는 사실은 영화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데 큰 공헌을 하고 만다.
거기다 이 장르 최악의단점. 그놈의 '현실밀착스릴러' -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리얼공포! 이런 느낌이 불쾌감을 유발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 짜증 나 죽겠건만. 영화에서까지 봐야 한다니 고역이기 그지없다. 도촬범이 보통 못생긴 백인 남성인 것은 덤이다. 피해자를 엿보고 찍는 장면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감독이 변태인 게 틀림없다는 생각만 드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다.
히치콕이 만든 '이창'은 분명 선구자적인 영화였건만. 후배들은 자극적인 요소만 뽑아 재미없는 영화를 줄줄이 뽑아내고 있으니 통탄할 만한 일이다.
이번에 리뷰하는 영화인 '와쳐'도 동일한 소재를 이끄는 영화다. 과연 이 영화는 '엿보기' 영화의 무재미를 혁파할 수 있을 것인가?
남편을 따라 루마니아로 이사 온 주인공. 하지만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엿보는 사람이 등장하며 그의 신경을 돋운다. 하지만 주변 인물들은 그런 주인공을 신경쇠약으로나 치부하고(심지어 남편까지!) 주인공의 불안은 점점 극에 달하는데...
중간중간 고양이를 키우는 이웃, 스트리퍼 일을 하는 좋은 이웃 등이 나오긴 하지만 큰 줄기는 앞서 분류한바 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스토리라인을 아주 정석적으로 따라가는 편이다.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주인공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체험하면서도 내용 유추가 쉽게 가능하다. 누가 와쳐인가. 저 사람인가 주인공인가를 헛갈리게 하는 플롯도 너무 많이 써먹어 지루함만 유발하는 편이다. 중간에 주인공이 남편과 함께 의심스러운 사람 집에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남편이 아니라고 넘길 때조차 '남편이 개자식이다 딱 봐도 문제 일으키는 거 귀찮으니 저러는 거다. 주인공이 제대로 본 게 확실하다'라고 자조하게 될 정도다.
다만여성 감독이라 그런지 소재의 태생적 한계치고는 인상적인 요소들도 종종 보인다. 주인공을 안 믿어주고 심지어 주인공의 의구심을 확인할 순간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신뢰하지 않는 남편의존재라거나.주인공이 자신의 재능인 연극과 스트리퍼 친구의 권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 마지막에서야 자신의 말이 진실이었음을 깨달은 남편놈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주인공 등. 여타 영화들과 다르게 관음하는 장면을 비교적 덜 선정적이게 그리는 부분도 플러스요소라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루마니아라는 만리타국에 온 탓에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고초를 겪는 등의 설정도 흥미요소였다만
결국 소재 탓에 지루함을 견디는 것이 어려웠다.
독특한 흥미요소조차도 주인공의 끝없는 불안감과 무력감에 함께 침전되다 보면 불투명해지고 마니. 보는 관객도 덩달아 관음되는 고통에 스트레스받으며 '그래서 결말엔 억울함을 푸냐? 남편놈이랑 헤어지냐?'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꾸역꾸역 시청하게 된다.
감독이 이런 걸 노렸다면야 성공했다고 여겨진다만 관객의 입장에서 즐거운 영화는 아니었다. 공포를 보고 싶었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발 그만하세요~~
총평 : 곰탕 맛있게 끓이고 싶음 뭐 하냐 사골뼈가 맛없는데
P.s.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배우 이름은 '마이카 몬로'. 이 작품 외에도 최근 화제였던 '롱레그스', '미지의 집착' 등에서도 주인공으로 출연한 바 있다. 두 작품에서 모두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느라 불안한 상태인 주인공을 연기하는데, 개인적으로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칭찬... 이려나)
P.s. 2. 로튼토마토 보고 속은 영화 2. 로튼토마토 평론가들이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 것인지? 은근히 평점 높은 영화들이 많아 어이가 없다. 평론가는 변태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