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몇 번째 인생을 사십니까?

영화 <미키17>을 보고

by 김막스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영화 <미키17>에서 주인공 미키(Mickey)는 익스펜더블(expendible, 소모품)이다. 고도의 기술로 발명된 프린터를 통해, 이전의 기억을 그대로 가진 미키의 몸을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 미키는 매번 완전히 죽고, 새로운 몸으로 다시 부활한다.

새로운 몸으로 프린팅되는 미키


죽어도 다시 사는 미키. 신과 같은 존재로 취급될 법하지만 (실제로 미키는 마이클의 닉네임인데, 마이클이라는 이름의 뜻으로 "신과 같은 자"도 있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이용한다. 매번 생체 실험 등 위험한 일을 감당하는 미키.

약물 실험을 당하는 미키


그의 희생으로 인류는 구원을 얻는다. 그가 실험을 당한 덕분에 감염을 방지할 백신을 얻는다.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외계생물체(크리퍼)와 평화협정을 맺게 된다.

평화협정을 맺기 위해 외계생물체(크리퍼)와 대화하는 미키


정작 부활의 삶을 사는 미키는 불행하다. 아무도 죄없이 죽어가는 그를 사람들은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 친구라는 놈(티모)은 "죽는 느낌은 어때?"라는 멍청한 질문이나 하며, 죽어가는 자신을 눈 밭에 버려둔다.

"죽는 것은 무슨 느낌이야?"라고 묻는 친구 티모


희생양의 죽음은 슬프기는 커녕 너무나 평범한 일이다. 사람들은 그가 몇 번 죽었는지도 까먹는다. 그래서 이름 붙인다. 미키17(17번째 미키)이라고. 미키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죽는 게 여전히 두렵지만, 지금의 삶에 딱히 미련은 없었다. 죽어도 됐다. 새로운 미키(미키18)가 나타나기 전까지.

서로를 보고 놀라는 미키17과 미키18


내 자리가 (그리고 여자친구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자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 나 하나 사라져도 세상 그 누구도 빈 자리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 대체가능성. 그게 미키를 뒤흔들어 놓았다. 멀티플(multiples)이 돼서야, 반드시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한 미키.

여자친구 나샤와 미키


미키를 찍어내던 기계(프린터)를 폭파하며, 생명은 대체불가능한 것임을 인류는 마침내 선포한다. 그리고 새로운 행성에서 정착하며 살아간다. 그 땅에서 서식하는 생명체와 더불어서.



목숨이 하나라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한번 단 한번만 살기 때문에 너와 나의 삶이 의미있고 또 소중하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가 생각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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