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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나무 Dec 19. 2024

시간의 우물

내 시간의 우물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을까?

우물!

수돗물이 흔하지 않았던 때에

땅을 파서 지하수를 괴게 하여 만든 우물.

그 우물에서 물을 길어

세수도 하고 밥도 짓고 빨래도 하곤 했었다.


처음 우물이 생기고 난 후

그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저 밑에서 솟아 나오는 물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 같이 보였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물을 길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흐르다 보면

솟아 나오던 물이 점차 줄어들다

어느 날 갑자기

샘물이 멈추어 버린 깊은 우물의 바닥이 

동굴처럼 시커멓게 드러나기 시작하면

그 우물에서는 더 이상 물을 긷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도

우물에서 물을 길어 사용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이 세상에 태어난 첫 번째 그날은 마치

이제 막 땅을 파고 지하수를 끌어올렸기에

끝없이 샘물이 솟아 나올 것만 같이 생각하고

가뭄이나 폭염 등 어떤 상황에 따라

샘물이 마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지 않듯

사람에게 얼마간의 시간이 주어졌는지

우리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새 생명이 태어났을 때

우리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의 

아주 길고 긴 시간이 주어진 듯

끝이 없는 미래만 생각한다.


하지만,

1년, 3년, 8년, 14년, 17년, 20년, 24년......

계속 시간을 보내다 보면

우물 안의 물이 말라가 듯

사람의 시간도 무한에서 유한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내 시간의 우물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을까?



(2024.04.02.  서랍 속 이야기를 꺼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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