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추경, 괜찮을까?

by 강준

안녕하세요, 강준 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첫머리 발언에서 “작년 12월 3일 이후 심리적 위축이 심해져 서민의 고통이 매우 크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건전재정이나 재정균형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너무 침체가 심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며 “국가 재정을 사용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어떤 배경에서 이런 발언을 했으며, 현재 정부의 계획이 어떤지 다뤄보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한국 경제 상황, 어느정도길래?


먼저 수치를 통해 현재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래는 한국 내수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의 증가율 추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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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보시면, 작년 1월부터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었고, 최근 들어서는 아예 마이너스 증가율, 즉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드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건설 투자의 흐름은 더 심각합니다. 2023년 4월부터 지금까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입니다. 이 정도면 건설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지점은 최근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줄기 시작했다는 것인데요, 이는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키웁니다. 이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인 인플레이션과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가가 하락한다니, 얼핏보면 좋아보입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침체의 늪이라고 불릴 만큼 한번 빠지게 되면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고,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가격이 더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지금 당장 구매하실 건가요? 아니면 미래에 더 싼 가격에 구매하실 건가요? 지금 당장 필요한게 아니라면, 당연히 미래에 가격이 떨어졌을때 구매를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물건을 팔아야 되는 기업의 입장은 어떨까요? 자신들의 물건을 사줘야 매출이 오르고 그 매출을 기반으로 투자를 하여 일자리를 창출해야 되는데, 수요가 계속해서 줄어드니 기업은 가격을 더욱 낮춰야 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매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없겠죠. 수익성은 계속 나빠지고, 투자 여력도 줄어들며, 일자리 창출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줄어드는 일자리는 다시 가계의 소득 기반과 연결됩니다. 소득 기반이 약화되면 소비는 다시 줄이게 되고, 물가가 더 떨어질 거란 기대는 더 강해지며, 결국 모든 경제 주체가 미래로만 소비를 미루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이게 바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입니다.


그래서 ‘적절한 인플레이션은 경기 성장에 필수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입니다. 적당한 물가 상승은 소비를 유도하고, 투자를 견인하며, 경제가 돌아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내수 시장이 부진하다라는 말이 많았지만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드물었습니다. 덕분에 성장률이 떨어져도 일시적인 조정 국면으로 받아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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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모두 증가폭이 점차 줄어들며 침체 조짐이 지속적으로 누적 되어왔는데, 결국 이 세 지표가 동시에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는 트리플 감소까지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으며,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정부가 나서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려 하나?


결국 정부는 국가 재정을 직접 투입해 내수 시장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전 국민에게 소비 쿠폰을 차등 지급하는 데 들어가는 3조 2000억 원 규모의 예산입니다. 소비 위축을 막고 시장에 현금을 흘려보내, 가계의 지출 여력을 당겨보겠다는 의도죠.


건설 경기 부양에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됩니다. 총 2조 7000억 원이 건설 분야에 배정 됐고, 그 중 핵심은 악성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일단 매입하는 구조입니다. 이 주택들은 나중에 시장 안정 후 민간에 다시 매각하는 ‘환매조건부 방식’으로 처리되는데, 이는 건설사의 자금난을 완화하고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한 임시 안전판 성격이 강합니다.


여기에 더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장기 연체 채무를 정부가 대신 정리해주는 구조도 마련 됐습니다.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의 무담보채권을 정부가 일괄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이 정책에만 4000억 원이 들어갑니다.


이 외에도 벤처·중소기업 지원, AI 확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 등 미래 먹거리와 산업 기반 정비에도 약 1조 2000억 원이 추가로 투입됩니다.


하지만 이 돈은 빚입니다. 그것도 책임이 따르는 빚이죠.


이 재정 투입은 단순히 경기를 떠받치는 데 그쳐선 안 됩니다. 소비를 자극하고,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곳으로 흘러들어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이 돈은 ‘투자’가 되고, 미래의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 돈이 단기 생존을 위한 소비성 지출로만 쓰인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가 재정에 남습니다. 그리고 이 빚의 상당 부분은 외채입니다. 수익을 못 내는 빚, 외국 자본이 주체인 빚은 결국 외환위기를 맞이하게 합니다.


지금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라 위기의식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국가 채무만 늘어난다면, 그 비율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건 ‘얼마나 썼는냐’가 아니라 ‘어디에 썼느냐’입니다.


[이미지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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