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면 어떤 카디건도 아깝지 않아
강아지 카페에는 상주견도 있지만,
미용 후거나 반려인이 여행 중이어서 맡겨지는 강아지들도 있다.
이 친구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반려인을 잠시 잊고 손님들과 신나게 놀거나,
하늘이 무너진 표정으로 눈에 초점 없이 굳어버린다.
엄마랑 나는 슬픔에 잠긴 친구들이
자신이 카페에 버려졌다는 오해를 하거나
언제 올지 모르는 반려인을 기다리다 우울해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만져주고 옆에 있어주려고 한다.
처음에는 몸에 힘을 주고 눈을 안 마주치던 강아지들이,
아니면 벌벌 떨던 강아지들이
나에게 폭 안기며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
내가 이 작은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하지만 이런 나도 어떤 날은
끝없는 사랑, 관심과 마사지에도
몸의 긴장을 풀지 않는 강아지를 만났다.
나는 "엄마 기다리는 거야? 엄마 올 때까지 편하게 누워있다 가자"
라고 말을 걸어주며, 등을 쓰다듬고, 미간을 손가락으로 쓸어 올려주고,
그냥 옆에서 가만히 기다려주기도 했다.
그런데 혼자 카페에 맡겨진 게 충격이 컸는지
이 친구는 두 시간 전과 상태가 똑같았다.
무언가를 잃은 후 현실 부정을 하는 사람처럼
이미 정신이 쏙 빠져
혼란 속을 헤매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니 나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소중해서 아껴 입고 아껴서 드라이하는
나의 캐시미어 카디건으로 그 친구를 감싸주었다.
물론 이것으로도 마음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았지만 어떡하겠는가?
그 친구의 머릿속에
'이 낯선 공간에서도 위로는 안되지만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은 있구나'
라는 생각이 스치기라도 했다면 좋겠다.
내가 언젠가 큰 상실감에 빠졌을 때
완벽한 위로가 안되고 큰 도움이 안 되어도
옆에서 숨 쉬는 누군가가 있어줄 것이라고 믿고 싶기에..
-최고의 위로법이라는 게 있을까 고민하며
빠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