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아래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특히 사람은.
나는 글을 쓰면 거기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좋게 말하면 습관, 조금 나쁘게 말하면 강박이다.
글을 처음 썼던 날, 흰 바탕에 검은 글씨만 있는 것이 휑해 보여
형식적이라도 한 장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렇게 우연히 그려본 10cm*5cm의 세상 속에
웃고 있는 사람들, 뛰어다니는 작은 동물들, 파란 하늘을 보니
검은 사인펜과 색연필만을 통해 축복받은 느낌이었다.
분홍,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사인펜으로 그린 검은 테두리 안으로 색을 칠하다가 생각했다.
바깥세상에서 무슨 시련을 겪더라도
이 작은 직사각형에서만큼은
내가 행복과 평화를 누릴 수 있겠구나.
요즘 사람들이 이런 말을 많이 하더라.
무슨 분야 사업은 레드오션이다, 어느 쪽 입시는 레드오션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온 세상이 다 포화 상태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 걱정 없이 하나의 것만 파고들어도 성공은 쉽지 않은데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지하땅굴로 꺼질 것 같다.
그런 말을 듣고 좌절한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레드오션이라고 해도 그 속에서 푸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푸른 부분이 없으면 당신이 푸른색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보여주면 된다고.
내가 수많은 나무와 풀을 색칠해 보면서 깨달았는데,
초록도 종류가 정말 많다고.
누르스름한 초록, 푸릇푸릇한 초록, 말차 같은 초록, 파스텔 초록, 형광 초록...
미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색연필만 줄 세워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나는 너무 평범한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만의 고유한 재능과 특색을 들여다볼 여유 없이
타인의 화려한 색만 보고 압도당한 것일 수 있다.
블루오션으로 가는 것도 상황에 따라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의 진심이 담긴 꿈이 새빨간 바닷속에 있다면
두려움에 무릎 꿇지 말길...
태연하게 당신의 옷장 속 새파란 수영복을 꺼내,
시뻘건 파도를 부셔가며
힘차게 헤엄쳐 가길...
-파란 수영모와 파란 오리발까지 야무지게 챙기며,
빠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