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이 있으면 검지에 힘을 줄 것!
강아지와 아기의 공통점은
한국말을 안 쓰고도 원하는 것을 정확히 전달한다는 것이다.
베이비 보스, 아기 회장님 같은 별명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반려인이나 부모님이 애써 그 요구를 무시하려고 해도
강아지는 레이저 눈빛과 들릴 듯 말듯한 주파수의 낑낑거림으로,
아기는 공공장소에서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액션과
마법의 검지로 원하는 것을 얻고야 만다.
육군 특전사의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구호를
매일 실천하고 사는, 귀엽고 한편으로 존경스러운 친구들이다.
그대는 마법의 검지를 본 적이 있는가?
아이는 통통하고 고사리 같은 앙증맞은 손으로
정확히 검지를 제외하고 주먹을 쥔 뒤,
그 검지를 빳빳하게 세워
원하는 것, 가고 싶은 곳을 향해 가리킨다.
어린아이들은 소근육 발달이 중요하다던데,
내가 본 검지 마법사들의 소근육은 걱정할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손가락이 짧다고 그 힘이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전에 쇼핑몰에서 두 살도 안 되어 보이는 깜찍한 아이가
헬스를 꽤 다녀보신 듯한 근육맨 아버지께 안겨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는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는지,
왼손은 아버지 팔에 올리고,
오른손은 검지를 꺼내 정확히 반대 방향을 향해 가리켰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지,
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머뭇거리셨다.
그러나 아이가 그 검지로 가리킨 고사리 손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우! 우!" 절도 있는 메시지를 전하자,
아버지는 아기 보스가 제시하는 비전대로
반대 방향으로 보스를 이동해 주셨다.
다 큰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반려인이나 부모님께 부탁할 때가 아닌,
바깥세상의 누군가에게 나의 결연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검지로 무언가를 가리킨다고 마법같이 상대가 설득되지는 않겠지만,
어린아이가 검지를 빳빳하게 세운 그 에너지와 단호함과 같이,
나도 카리스마 눈빛과 설득력 있는 어조로
굳건한 신념과 비전을 전달한다면 되지 않겠는가?
스스로 확신이 있음을 보여야 상대도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때, 이루어야 할 프로젝트가 있을 때,
그대, 검지에 젖 먹던 힘까지 쥐고 쭉 뻗어라!
-아이와 강아지의 순수함을 예찬하며
빠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