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자세
여느 이십 대가 그러듯이
그녀도 몸매를 가꾸겠노라 외쳤다
다른 이는 들을 수 없게, 우렁차게 마음속으로...
비밀은 아니지만, 성공하기 전까지 알려져서는 안 된다
본디 늘씬했던 것처럼 알려지고 싶기에...
오랜 세월 미루고 미루던 과제였지만
책상에 앉을 때 톡 튀어나온 뱃살을
이제는 귀엽다고만 할 수 없게 된 터였다
더 이상 볼록이 아닌 불룩 이었기에...
천 원짜리 물건들을 판다는 가게에서 수줍게 구한
오록볼록한 연두색 매트를 꺼낸다
돌돌돌돌 경건하게 굴려서 펼친다
그녀의 얼굴에는 염려와 결연함이 한데 뒤엉켜 있다
오른발, 그리고 왼발
숨 넘어가게 천천히 매트에 오른다
양팔을 하늘로 뻗어 손을 마주댄다
땅에서부터의 기운을 끌어올려
손바닥으로 모았다고 상상해 본다
그리고는 왼다리를 덜덜덜덜 떨며
오른발을 왼편 허벅지에 갖다 댄다
성공이다!
그녀의 굳은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어어어어
피사의 사탑처럼 왼편으로 몸이 기운다
바닥에 힘없이 추락한다
하지만 그녀는 낙심하지 않는다
엉덩방아보다 출렁이는 뱃살이 두렵기에...
매일 새벽 그녀는 나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