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과 사회초년생, 재테크 초보를 위한 글을 시작하며
'돈'은 좋은 것이다. '돈'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돈은 삶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돈이 부족하면 어떨까?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그늘지게 되고 힘들어진다.
돈은 경제의 동맥이자 우리 삶의 윤활유이다.
돈이 돌지 않으면 경제가 무너지고 가정에 돈이 없으면 삶이 삐걱거리게 된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소설, 영화 등에서도 돈(재산)은 항상 빠지지 않는 감초 역할을 한다.
대체 돈이 뭐길래…
지금 생각해도 가슴 저린 장면 하나가 머릿속에 담겨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늦가을.
외부 강의를 마치고 서울역을 지나던 길이었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꽤 쌀쌀했고 광장 여기저기 노숙자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그들 사이를 빠르게 걸어가다가 한 노숙자 부자(父子)를 보았다.
바닥에 포장박스를 깔고 앉아 있는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 곁에,
지치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멍하니 앉아 있던 네댓 살로 보이는 아이.
그 아이는 그때까지 노숙자 가운데서 내가 본 유일한 아이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도 내내 그 부자의 모습이 눈에 밟혔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그때 그 겨울을 잘 지냈는지, 지금은 그때의 어려움을 딛고 잘 살고 있는지…
그들이 평안하고 따뜻한 삶으로 돌아갔기를 바랄 뿐이다.
돈은 소중한 것이다.
돈이 인생의 목적이 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삶을 위한 목표는 될 수 있다.
유대인들의 말 중에
‘가난은 시 속에서는 아름답지만 집 속에서는 미움이다.
설교에서는 깨끗한 것으로 울리지만 실생활에서는 가엾은 것이다.’는 말이 있다.
돈을 중시하는 유대인 다운 격언이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 중 누구도 이 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돈은 소중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아니다.
돈은 인생에 편익을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능 키는 아니다.
우리 삶에 있어 진정으로 소중하고 기쁨을 주는 것은 오히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고,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고,
돈으로 가족을 살 수 없고,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없으며,
돈으로 믿음을 살 수 없고,
돈으로 건강과 생명을 살 수 없다.
돈으로 이 모든 것까지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각박해졌을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필요로 하고, 재테크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위해, 재테크를 위해 행복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돈의 무게는
(내 경험에 의하면) 크게 모자라거나 가득 넘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찰 듯 말 듯 약간 아쉬움이 남을 때이다.
마치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이 마음을 숨기고 밀고 당기며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때가 가장 긴장감 넘치고 행복하듯이…
(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돈은 조금 넘치는 것이 좋다. 노후에는 비워지면 다시 채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것보다 많은 것이 좋다.)
나는 자녀들에게 악착같이 아껴서 부자가 되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과하지 않은 목표를 세우고 그에 필요한 만큼만 아끼되,
나머지는 지금의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쓰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미래가 중요한 만큼 오늘도 중요하다.
자녀의 미래가 중요하듯이 자녀의 오늘도 소중한 것이다.
나는 30년의 직장생활 중 20년을 은행에서 전문 PB를 했었다.
그동안 몇 권의 책도 썼고 강의도 많이 했다.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곧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아들을 위해 사회초년생, 재테크 초보를 위한 글을 써보려 한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2030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는 내 아들이 자린고비처럼 악착같이 모으는 재테크보다는
적당히(?) 쓰면서 모으는 즐거운 재테크를 하기를 바란다.
쉽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목표 시점을 조금만 늦추거나 목표 규모를 조금만 줄이면 되지 않을까?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된다.
지금 시대에 재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재테크는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재테크는 더욱 즐거운 것이 되어야 한다.
보다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재테크,
꿈이 없는 재테크가
사람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좌절시키고, 오늘의 소중함을 잊게 했으며,
한탕주의를 꿈꾸도록 만들고 있지는 않는가?
미래를 위하여 오늘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늘의 우리 삶 그 자체도 소중한 것이다.
오늘 얼마나 저축하고 얼마나 소비할지는 각자 자신의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몫이다.
즐거운 재테크라고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다.
때로는 희생이 필요할 때도 있다.
때로는 즐기며 때로는 참고 견디며
우리가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그 길을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미리 가 본 경험자로서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싶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제 내 아들과 사회초년생, 재테크 초보를 위한 길을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