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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vs 무릎, 어깨 vs 어깨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by 희야

'무릎에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라는 증시 격언은 너무나 유명하다.

주식이나 펀드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격언은 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모든 자산 투자에 적용된다.

'바닥에 사고 천장에서 팔려는 욕심을 버려라,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격언은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적용하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시장 심리를 거스러는 것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이 격언의 해석부터 잘못을 저지르는 투자자도 많다.


왼쪽 무릎일까? 오른쪽 무릎일까?


'바닥에서 살려는 욕심을 버려라'는 말의 의미는...

'바닥을 기다리지 말고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면 매수하라. 바닥을 기다리다가 매수 기회를 놓친다'... 가 맞을까 틀릴까?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스스로 점검해 보자.


답은 천만에. 전혀 아니다.

이렇게 해석하여 투자하면 망한다.

오히려 정반대의 의미를 갖고 있다.

'바닥에서 살려는 욕심을 버려라'는 의미는 '바닥을 기다리지 말고 미리 사라'는 의미가 아니라 '바닥을 미리 예단하지 말고 바닥을 확인한 후에 매수하라'는 의미이다.

바닥은 아무도 모르는 신의 영역이고, 지나고 보니 거기가 바닥이었던 것이다.

바닥을 예상하여 미리 매수하면, 바닥을 뚫고 지하 1층, 2층,... 지옥까지 내려갈 수 있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는 것이 아니다.


자산을 매수하는 무릎은 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왼쪽 무릎이 아니라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오른쪽 무릎인 것이다.

왼쪽 무릎에서 사면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과정을 버티지 못한다.

십중팔구는 공포에 휩쓸려 손절 처리하기 마련이다.

이 격언을 잘못 적용하는 투자자의 심리 이면에는 바닥에 잡으려는, 제일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이 자리 잡고 있다.

욕심이 부르는 조급함이다.

절대 바닥을 미리 예단해서 사면 안 된다.

바닥을 확인하고 무릎에서 사도 늦지 않다.

본격적인 시세는 무릎에서부터 터진다.

바닥에 사서, 많이 먹으려는 욕심을 버려라.

누구나 가장 싸게 사고 싶다.

그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 이 격언의 의미이다.

생선 대가리는 남에게 주는 것이다.


왼쪽 어깨일까? 오른쪽 어깨일까?


'어깨에서 팔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최고점에서 팔 욕심을 버리고 오를 만큼 오르면 적당한 수준에서 매도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역시 천만에.

'점을 예단하여 미리 매도하지 말고, 고점을 확인하고 시세가 꺾인 것을 확인한 후에 매도하라'는 의미이다.

고점을 찍기 전에는 머리가 어디인지 어깨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수익 나서 미리 매도하고 만족한다면 다행이지만,

서둘러 판 후회하고 재진입(종목을 변경해서라도)해서 물리는 경우가 흔하다.

고점 전에 미리 매도하는 이유 역시 일 좋은 가격에 팔려는 욕심이 조급함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자의 특징은 상승 추세 중에 가격이 조금만 흔들려도 (수익 상태임에도)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자산 가격은 하락할 때는 비교적 가파르게 하락하지만,

오를 때는 느릿느릿, 등락하며 매물을 소화하면서 천천히 올라간다.

고점까지 모두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밥그릇에 맞게 한 사람씩 떨구며 올라가는 것이다.

손절은 신속해야 하지만, 익절은 느긋해야 한다.

자산을 매도하는 어깨는 고점을 향해 올라가는 왼쪽 어깨가 아니라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오른쪽 어깨인 것이다.

생선 꼬리는 남에게 주는 것이지만,

미리 매도하여 몸통까지 남에게 주는 실수를 저지르면 안 된다.


매도는 토끼같이 빠르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많은 투자 격언들에서 '매도는 신속하게 하라'라고 강조한다.

'매수는 처녀같이, 매도는 토끼같이', '바닥은 깊고 천장은 짧다', '사는 것은 기술, 파는 것은 예술' 등등.

최고점을 기다리다 매도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당한 수준에서 신속히 팔라는 뜻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 격언들은 '고점 전에 서둘러 팔라'는 의미가 아니다.

매도 시점 결정은 신중하게 하되,

일단 팔기로 결정하면 머뭇거리지 말고, 가격에 연연하지 말고 팔라는 의미이다.

즉, 고점 확인 후 추세가 꺾인 것을 확인할 때까지 신중하되, 머리를 지난 어깨다 싶으면(추세가 꺾였다면) 신속하게 과감히 팔라는 의미이지

고점 전에 미리 팔라는 의미가 아니다.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팔아라?


재테크는 단기 고수익이 아니라 변동성이 작은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고점 확인 전에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미리 매도해야 할까?

이 또한 아니다.


재테크 시 단기 고수익 자산이 아니라 변동성이 작은 안정적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크게 상승할 자산이 아니라 상승할 확률이 높은 자산을 고르는 것이다.

하지만, 세는 아무도 모른다.

주가는 우리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고, 합리적으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시세는 시세에게 물어보라'는 증시 격언도 있다.

안정적 자산이라고 매수했는데 생각 보다 시세가 크게 움직인다면 미리 팔 이유가 없다.

이럴 때는 목표수익률을 익절 기준으로 잡고(추가 상승 후 목표수익률 수준까지 재하락하면 매도하되,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어깨가 목표수익률 보다 높다면 어깨에서 매도) 추가 수익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안정적 수익을 위해 투자해야 하지만, 추가 수익의 기회가 주어지면 그것을 포기하지는 말라.


둘의 차이가 구분이 되시는가?

고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면 안 되지만, 투자 과정에 큰 수익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깨에서 팔라'는 격언에 따라 고점 확인 후 매도해야 한다.

단, 목표수익률을 넘긴 후 다시 목표수익률까지 재하락하면 고점 확인 여부와 상관없이 매도하여 목표수익률은 챙겨야 한다.

고점은 지나고 보니 고점인 것이지 투자 과정에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재테크 시 목표수익률에서 멈추지 말고, 고점 확인 후 오른쪽 어깨에서 팔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분산 투자를 한다면 성공하는 자산도 있고 실패하는 자산도 있다.

목표수익률에 도달했다고 매도해 버리면 다른 자산의 손실을 메꿀 방법이 없다.

또한 목표수익률을 연 단위로 설정했을 때 1년 중에 투자에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시장이 좋을 때 수익률을 여유 있게 확보해 둬야 시장이 나쁠 때 손실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과 함께,

'올라가는 무릎'과 '내려오는 어깨'를 잊지 말고 기억하기 바란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격언은 이미 '생선 대가리(바닥)와 꼬리(고점)는 남에게 주라'는 격언에서도 일맥상통함을 보았겠지만,

앞으로 다른 글에서도 이런 일맥상통의 교차점을 반복해서 보게 될 것이다.

그만큼 이 격언은 중요하고, 그래서 제일 먼저 다룬 것이다.

이 격언 하나만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해도 투자에서 절반은 성공하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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