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돈 걱정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 돈과 관련되지 않는 일이 얼마나 될까?
30살 즈음에 찾아오는 또 다른 변화는 ‘돈 걱정’이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학창 시절 최고의 목표는 ‘취직과 이를 통한 경제적 자유’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취직을 하고 난 후 인생 최고의 목표는 ‘경제적 자유와 이를 통한 조기은퇴’가 된다.
(그리고 더 나이 들어 정년이 다가오면, '가능한 오래 버는 것과 재취업'이 다시 목표가 된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돈 걱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돈 걱정이 시작된다.
30대 중반 김 대리 얘기를 들어보자.
“제게 30살 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돈 걱정’이라고 할 겁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도 넉넉지 않는 집안 형편 탓에
등록금은 학자금대출이나 국가장학금으로 충당하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벌었습니다.
부모님이 도와주시기도 했지만 그래도 항상 쪼들렸죠.
친구들과 여행이라도 한번 갈려면
몇 달간 생활비를 아껴 조금씩 모으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나라도 더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졸업하고 취직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학교는 돈 주며 다녀야 하지만, 취직하면 돈 받으며 다니잖아요?
돈에 쪼들릴 일은 없을 것 아닙니까?
악착같이 스펙을 쌓고 취업 준비를 했던 덕분에 다행히 졸업하기 전에 지금 직장에 합격했죠.
그때가 27살 겨울이었습니다.”
“첫 월급을 받던 날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정말 뿌듯했죠.
첫 월급의 반을 부모님께 드렸더니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이시더라고요.
그리고, 그동안 신세 졌던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도 하고 밥도 샀죠.
저축은 안 했냐고요? 궁금해하실 줄 알았습니다.
첫 달에는 비상금조로 조금만 남겨 놓고 따로 저축은 안 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달부터는 착실히 저축했습니다.
60%는 저축했죠. 10%는 부모님 용돈으로 드리고 30%는 제 생활비로 쓰고…
얼마나 모범적입니까?
꼬박꼬박 적금 부으면서 이제 제 인생에서 돈 걱정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 걸요.
아, 이게 돈 걱정이 끝난 게 아니라 본격적인 돈 걱정이 시작되더만요.
대학시절에 용돈이 부족하거나 여행비가 없어서 궁했던 건 애들 장난인 거예요.
30살 이후에 생기는 돈 걱정은 단위부터 다르더라고요.
당장 결혼비용부터 그랬죠. 결혼비용 때문에 결혼도 2년 미루었고요,
결혼비용을 쓰는 문제 때문에 아내와 꽤나 다퉜죠.
결혼하고 나서는 애 낳는 것도 ‘돈’의 지배 하에 있더군요. 나 참…
결혼하는 것과 애 낳아서 기르는 것을 비용 계산해 가며 시기를 정하는데,
거 뭐랄까… 정말 묘한 기분이더군요.
마치 돈이 제 인생 스케줄을 옭아 매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에요.
결혼하기 전에 부모님께 드리던 용돈을 아내가 줄이자고 하는데 부모님께 염치가 없더라고요.
게다가 제 용돈도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받고 있습니다.
이건 오히려 대학 다닐 때 보다 더 짜요.
대학 다닐 때는 가끔씩 친구들과 기분이나 낼 수 있었지.
지금은 집사람이 경제권을 꽉 잡고 있으니 기분 한 번 냈다가는 뒷감당이 안됩니다.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면 웬만하면 저녁 자리는 피합니다.
가끔씩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나 싶은데,
이렇게 살지 않으면 답이 안 나오니…
하여튼 제게 30대는 본격적인 “돈 걱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아직도 진행형이고요…”
가상으로 지어 낸 김대리 이야기지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30,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서서히 돈의 위력과 아쉬움을 깨달아가게 된다.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돈에 궁해지고,
돈에 절망하고,
돈에 압도당하고,
돈을 시기하거나 질투한 적이 있을 것이다.
가끔 돈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사람도 보는데,
그것은 십중팔구 진심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돈에 대한 열망,
부(富)에 대한 욕구가 잠재되어 있고,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돈에 대한 열풍이 더욱 거칠게 휩쓸고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돈에 대한 열기가 식기는커녕 오히려 더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