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통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인연,
핏줄,
연민,
도리,
집착,
광기…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을 붙잡고 있기에
나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무엇인가를 지우고, 포기하고, 잊는다면
이 고통은 사라지는 것인가?
아니, 아닐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오, 죽음이여.
죽음이라는 축복이
내게로 다가와
이 고통을 거두어가길
신이시여,
부디 죽음 뒤에는
이 고통이 사라지게 하소서.
나에게도,
그에게도,
부디 이 고통과 함께
모든 기억이 사라지게 하소서.
아.
어쩌면 이 고통은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기묘한 착각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기묘한 착각은
고약한 신이 심어놓은,
바보 같은 집착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