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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말고 while(21)

밤편지 - 민들레(우효)

by 박경민
"오늘은 일찍 퇴근했어. 퇴근하고 바에 들러서 위스키를 한 잔 했네."
"오~ 위스키. 그래 이제 위스키도 좀 알 나이가 됐지."
그녀가 밝게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P도 짧게 웃었지만, 곧 머리를 소파 등받이에 기대며 낮게 말했다.
“근데, 이상하게 오늘은 술이 잘 안 넘어가더라.”
“왜? 무슨 일 있었어?”
걱정이 묻어난 목소리였다.
“그냥… 별일은 아니고, 좀 피곤해서.”
P는 회사 후배이야기를 해주었다. 요즘 사무실 분위기에 대해서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바에서 들었던 질문을 그녀에게 전했다.
“아까 바에서, 어떤 남자가 그러더라. ‘스물한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스물한 살...?"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22화. 민들레


P는 시에나 바를 나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여 빠르게 씻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하나 꺼냈다.

거실은 불이 켜지지 않은 채, 노트북의 대기등만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탈칵.'

맥주 캔을 따는 소리가 텅 빈 거실에 울렸다.

거품이 입술에 닿자, '위스키보다 맥주가 낫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좀 전에 바에서 만난 남자의 질문이 떠올랐다.

“스물한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P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맥주를 한 모금 더 삼켰다.

‘과연 나는 스물한 살의 나로 돌아가고 싶을까?’

그런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휴대폰 화면이 불을 밝혔다.

와이프였다.

그녀와의 결혼은 5년 전이었다. 결혼 후 4년 동안은 서울에서 함께 살았지만, 지금은 떨어져 지낸 지 1년이 넘었다. 와이프가 제주에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와이프가 회사 안에서 좋은 기회와 함께 제주 본사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을 때, 둘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함께 고민했었다.

P가 일을 그만두고 같이 내려갈지, 각자의 자리를 지킬지.

결국 여러 이유들을 고민해 본 끝에, 와이프는 제주로 갔고, 그는 서울에 남았다.

주변에 선배들은 '주말 부부가 좋지'라며 내심 부러워했지만, 오늘처럼 불 꺼진 집에 홀로 앉아 있으면 '과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 자기야? 퇴근했어?"

전화기 너머로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말투의 여운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아까 했지. 제주는 지금 비가 오네."

“비? 서울은 오전에 잠깐 소나기가 내렸었는데. 지금은 조용하네."

그녀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은 늘 그렇지 뭐. 오늘도 퇴근이 늦었어?”

P가 어제 새벽 늦게까지 일한 것을 알기에 걱정을 담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일찍 퇴근했어. 퇴근하고 바에 들러서 위스키를 한 잔 했네."

"오~ 위스키. 그래 이제 위스키도 좀 알 나이가 됐지."

그녀가 밝게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P도 짧게 웃었지만, 곧 머리를 소파 등받이에 기대며 낮게 말했다.
“근데, 이상하게 오늘은 술이 잘 안 넘어가더라.”

“왜? 무슨 일 있었어?”

걱정이 묻어난 목소리였다.

“그냥… 별일은 아니고, 좀 피곤해서.”

P는 회사 후배이야기를 해주었다. 요즘 사무실 분위기에 대해서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바에서 들었던 질문을 그녀에게 전했다.

“아까 바에서, 어떤 남자가 그러더라. ‘스물한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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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시작해봅니다. 하고 싶었던, 미루고 미뤘던. - 비판적인 시선, 따뜻한 마음으로 아니 어쩌면 비판적인 마음, 따뜻한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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