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할 때 보이지 않는 것들

by DJ

건강할 때는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숨을 쉬고, 두 발로 땅을 딛고 걷고, 음식을 맛보고, 깊은 잠에 빠지는 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경이로운 기적인지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합니다. 우리 몸의 수만 가지 세포와 기관들이 정교한 질서 속에 완벽하게 작동할 때, 우리는 그 안락함에 취해 건강을 마치 공기처럼 당연한 권리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그 정교한 톱니바퀴가 단 한 번만 어긋나도, 우리가 공들여 쌓아 올린 삶의 평화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병이 찾아오는 순간, 삶의 모든 질서는 한꺼번에 뒤바뀝니다. 어제까지는 사소했던 몸의 이상이 날카로운 고통으로 변하고, 당연하게 흘려보냈던 평범한 하루는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소망이 됩니다. 자유롭게 산책을 하는 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통증 없이 고요하게 잠드는 밤, 아무런 걱정 없이 내 몸을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순간들. 건강할 때는 결코 꿈조차 꾸지 않았던 이 소박한 풍경들이, 건강을 잃고 난 후에는 도저히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먼 곳의 별처럼 애틋하게 빛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너무 많은 것들이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 믿으며 살아갑니다. 나를 지탱해 주는 가족과 부모님, 매일 출근하는 회사와 곁에 있는 동료들이 늘 변함없이 곁에 머물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건강한 몸과 평온한 마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우리에게 공짜로 주어진 것 중 그 무엇도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평화는 사실 수많은 조건이 기적처럼 맞물려 유지되고 있는 위태롭고도 소중한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상의 모든 조각에 대해 깊은 감사함과 동시에 차가운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건강과 관계, 그리고 일터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자각할 때, 우리는 비로소 매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깨닫는 후회를 반복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것들을 다시금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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