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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통역사의 이야기 1 - KT 위즈 통역사 이연준

외국인 선수들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또 한 명의 선수, 스포츠 통역사

by Singles싱글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이야기할 때 우수한 번역가의 조력을 빼놓을 수 없다. 프로 스포츠 또한 마찬가지다. 엔트리엔 없지만, 늘 덕아웃에 있는 존재. 없으면 경기 운영에 큰 차질을 빚지만 등번호는 없다. HIDDEN PLAYER, 전력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또 한 명의 선수, 스포츠 통역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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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통역사 이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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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않고 저에게만 보여주는 모습도 있고요.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같이 이겨내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하고 싶은 등번호는

27 이연준의 2와 행운의 7을 합쳐 행운의 이연준을 완성하고 싶다.


스포츠 매거진도 아닌 패션 매거진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라지는 않으셨나요?

홍보팀을 통해 인터뷰 내용을 전달받았을 때 당연히 스포츠 관련 매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패션 매거진이라고 하셔서 놀랐죠. ‘나 패션에 자신 없는데 어떡하지?’ 하고요.(웃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행스럽게도 패션에 관한 질문은 아니에요.(웃음) 이번 기획은 스포츠 통역사의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어요. kt wiz에서 근무하신 지는 3년 정도 되셨다고 하더라고요. 담당하는 선수와 대략적인 업무는 어떤 것이 있나요?

7년째 저희 팀과 동행하는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 선수와 올 시즌부터 저희 팀으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담당할 예정이에요. 선수들이 코칭 스태프와 팀 동료들과 소통할 때 도움을 주는 건 기본이고, 보통 시즌 준비를 위해 해외로 훈련을 떠나거든요. 캠프지에서 활동할 때 언어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드리고 있고, 팀에서 국제 업무를 볼 때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필요한 부분은 도와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kt wiz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한 선수와 올해 처음으로 팀에 합류하는 선수를 동시에 담당하시게 됐네요.

쿠에바스 선수는 이제 한국 선수라도 생각하셔도 무방해요. 팀에 완벽히 적응한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선배로서 후배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거든요.(웃음) 그런 그의 말을 제가 선수들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듣는 선수들이 가끔 저한테 이런 농담도 해요. “형이 하고 싶은 이야기 하시는 거 아니죠?”라고요. 그 정도로 팀에 녹아들어 있고, 경기 중에 쿠에바스에게 감독님의 이야기를 전하러 올라가면, 투수 상태에 대한 감독님의 정확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해요. 그런데 시간 제약이 있어서 저에게 내려가라고 신호를 주시면 쿠에바스는 심판님께 이런 이야기를 해요. 본인은 통역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을 더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헤이수스 선수는 저희 팀 소속으로는 올해가 처음이지만, 작년에도 시즌 중에 종종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어요. 쿠에바스와 친분이 있거든요. 그래도 좀더 가까워져야 해서 캠프에 가기 전부터 메신저로 연락을 나누고 있어요. 작년에 다른 팀에서 뛴 선수이기 때문에 전 소속팀 통역보다 잘해주고 싶어요. kt wiz가 더 좋은 팀이라고 느꼈으면 하는 책임감도 들고요. 귀여운 경쟁심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년에 천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프로야구의 인기가 놀라울 정도였어요. 통역사로 한 시즌 내내 선수들과 동행한 만큼 그 인기를 실감한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보통 포스트 시즌 경기를 하면, 원정석까지 홈팀 팬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저희 kt wiz 팬분들이 원정석에 정말 많이 오셨어요. 그날 많이 체감했어요. 선수들뿐만 아니라 프런트 직원들도 너무 행복했고요. 쿠에바스도 그렇고, 로하스, 벤자민 선수도 저희 팀에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했는데 모두 똑같이 정말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했던 게 기억나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유독 kt wiz는 다른 팀에 비해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 비결 중 하나가 좋은 통역사를 만난 걸까요?(웃음)

제가 담당하기 전에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낸 선수들이다 보니 그렇게 볼 수는 없을 것 같고요. 팀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보니 최대한 운동 외에는 다른 부분을 신경 쓰지 않도록 밀착 케어를 하는 편이기는 해요. 경기 외적인 부분도요. ‘어덜트 시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또 선발 투수들은 일주일에 한 번, 최대 두 번 정도 공을 던지거든요. 그래서 코칭 스태프가 경기에서 선수에게 원하는 내용이나, 전략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전달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요. 사실 통역사 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코치님들이 따로 부르셔서 다 전달한 게 맞냐고 하신 적도 있어요. 그런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어요.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리그 영상을 꾸준히 찾아보면서요. 또 포수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보니 포수와 나누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달하려고 해요. 그래도 제가 담당하는 동안 좋은 기록을 계속 유지해주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다 보니까 마음이 뿌듯해요.


이연준 통역사의 업무에서 쿠에바스 선수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쿠에바스 선수가 작년에 또 SNS상에서 중계에 잡힌 모습이 멋있어서 꽤 화제가 되었잖아요.

맞아요. 그 영상을 저한테 얼마나 보내던지. ‘너만 나를 무시하는 거다 내가 이렇게 잘생기고 멋있다’고 하면서 의기양양해하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그래도 외국인 선수가 화제가 되기도 하고 큰 사랑을 받아서 기쁘기도 했어요. 그래도 화보 촬영 같은 건 일 년에 한두 번 이면 좋을 것 같아요. 메이크업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더라고요.(웃음)


사실 쿠에바스 선수가 2024시즌 초반에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별명이 ‘슬로우 스타터’이기도 하고 원래 시즌 시작 때보단 점점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선수이긴 해요. 그런데 유독 작년 시즌 초에는 승리 운도 따르지 않다 보니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주변에서도 괜찮다고 하는데도 본인 스스로 성적을 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까요. 선수가 힘들어하니 저도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또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않고 저에게만 보여주는 모습도 있고요.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같이 이겨내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이연준 통역사가 생각하는 통역사의 자질은 무엇일까요?

우선 프로야구 통역사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융화력이 있어야 해요. 통역사라는 업무가 언어를 잘한다고 잘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담당하는 외국인 선수 외에도 다른 선수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해요. 제가 담당하는 선수가 팀에 녹아들기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전력 분석 코치님이나 다른 코치님보다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야구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룰은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해요. 시간은 한정적인데, 실수하지 않고 정확하게 선수에게 통역하기 위해서죠. 마지막으로는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프로야구 자체가 경기 수도 많고, 경기장 밖에서도 선수들을 케어해야 해서 개인적인 시간이 적은 건 사실이거든요. 대신 시즌이 끝나면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보다 시간이 여유롭고요. 시즌 중에 온전히 열중할 수 없는 이들이라면, 통역 업무는 추천하지 않아요.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선수가 있을까요?

작년까지 함께한 웨스 벤자민 선수가 떠오르네요. 작년에 한국을 떠나면서 저에게 본인이 더 잘해야 했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했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 저도 마음이 좋지 않죠. 선수도 울고 저도 울고. 그래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요! 동갑이지만 형 같은 친구였어요. 인생 교훈도 많이 가르쳐주고, 되레 제가 힘들 때 옆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곤 했어요. 정말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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