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읽고
4대 비극 :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어
작가 소개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64년 잉글랜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에서 비교적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엘리자베스 여왕 치하의 런던에서 극작가로 명성을 떨쳤으며, 1616년 고향에서 사망하기까지 37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희곡들은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세계 문학의 고전’인 동시에 현대성이 풍부한 작품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크게 희극, 비극, 사극, 로맨스로 구분되는 그의 극작품은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총망라할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철학까지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전통을 계승하고, 당시의 문화 및 사회상을 반영하면서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는, 시대를 초월한 천재적인 작품들인 것이다.
그가 다루었던 다양한 주제가 이렇듯 깊은 감동을 이끌어 내는 데에는 그의 시적인 대사도 큰 역할을 한다. 셰익스피어가 남겨 놓은 위대한 유산은 문학뿐 아니라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와 같은 문화 형식, 나아가 심리학, 철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도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책 선택 이유
얼마 전, 우리 집 막내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라도 꼭 읽어보세요.”
그 말에 저는 자연스럽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어 들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비극이고, 죽음으로 끝나는 사랑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막내와 이야기 도중, 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비극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4대 비극’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괜히 허세 부린 것 같아 머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저는 <리어왕>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막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비로소 진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를 읽어보겠다는 마음으로요.
<로미오와 줄리엣>도 충분히 슬펐는데, 그보다 “더 비극적인 이야기”라는 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진심을 놓치고, 사랑을 오해하고,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비극이란 어떤 깊이를 가질까? 그런 물음들과 함께 조용히 책장을 넘겼습니다.
줄거리&요약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햄릿, 오셀로, 맥베스와 함께 우리에게 4대 비극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리어왕은 인간 본성과 권력, 배신, 광기와 후회라는 주제를 심도 깊게 다루는 작품으로 영국의 전설적인 왕 리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리어 왕은 나이가 들어 왕위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고자 결심합니다. 세 딸 고너릴, 리건, 코델리아를 불러 딸들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하게 하고, 그 말의 크기에 따라 나라를 나누어 주겠다고 선언합니다. 큰딸 고너릴과 둘째 리건은 아첨 섞인 말로 아버지를 기쁘게 하며 땅을 얻지만, 막내 코델리아는 진심 어린 말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리어는 이 대답에 분노하여 코델리아를 내쫓고, 프랑스 왕이 그녀를 데려가 결혼하게 됩니다. 한편, 리어는 고너릴과 리건에게 왕국을 나누어 준 뒤 자신은 권한 없는 왕으로 머물며 두 딸의 집을 번갈아 가며 지내려 합니다. 그러나 권력을 손에 넣은 두 딸은 점점 리어를 냉대하고, 결국 그는 추방당한 처지에 놓입니다. 이 과정에서 리어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고, 광기 속에서 인간의 본질과 자신의 어리석음을 통찰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리어의 가족 이야기와 함께 또다른 인물 글로스터 백작 가문의 비극이 병행되어 그려집니다. 글로스터 백작은 서자인 에드먼드의 거짓말에 속아 적자인 아들 에드거를 오해하고 내쫓습니다. 에드먼드는 권력을 탐하며 아버지와 형을 배신하고자 음모를 꾸밉니다. 그러나 에드거는 변장을 통해 생존하며, 나중에는 정신적으로 무너진 리어를 도우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리어는 점점 자신이 저지른 실수들을 깨닫고, 코델리아의 진심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코델리아는 아버지를 구하려고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영국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포로로 잡혀 에드먼드의 명령에 따라 목숨을 잃게 됩니다. 리어는 죽은 딸을 안고 슬픔 속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한편, 에드먼드의 악행도 드러나고, 에드거는 부친 글로스터를 돌본 뒤 결투를 통해 정의를 회복합니다. 고너릴과 리건 또한 에드먼드를 둘러싼 질투와 음모로 인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습니다.
결국,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권력의 허망함과 인간의 나약함이 드러나며 비극은 막을 내립니다. 살아남은 인물들은 허무 속에서도 남은 책임과 희망을 안고 왕국의 재건을 다짐하게 됩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여기서 잠깐! <리어왕>은 단순히 한 왕의 몰락과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린 고전 비극이라고 알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에게 남은 건 ‘누가 옳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놓쳤는가’, 그리고 ‘어떤 진심들이 오해되고 외면되었는가’였습니다.
<리어왕>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여섯 명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이 인물들은 단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등장인물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을 대신 고민해주는 사람들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생각했던 것 처럼 <리어왕> 속 여섯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말로 진심을 전하지 못했던 코델리아,
사랑마저 권력 아래 놓았던 고너릴,
진실을 외면한 대가를 온몸으로 감당한 리어,
소리 없이 끝까지 선함을 지킨 에드거,
야망 속에서 진실을 놓쳐버린 에드먼드,
그리고 조용히, 끝까지 남아 책임을 짊어진 켄트.
이 여섯 사람의 선택과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리어왕>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합니다.
“진심을 알아보는 눈을, 우리는 지금 갖고 있나요?”
(책의 자세한 내용은 리어왕 세계문학전집 윌리엄셰익스피어 4대비극 .. : 네이버블로그 참고바랍니다.)
인상 깊은 구절
슬프다, 너무 늦게 뉘우친 자! - 오, 왔는가?
이게 자네 뜻인가? 말하게. - 말들을 준비하라.
배은망덕, 너 대리석 심장의 악마여,
자식에게 나타날 땐 바닷속 괴물보다
더욱 흉악하구나.
1막 4장- 49 page
나의 생각&서평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흔히 아버지와 딸들 사이의 갈등, 한 왕의 몰락을 그린 비극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그 안에는 진심과 오해, 말과 침묵, 사랑과 권력이라는 더 복잡하고 섬세한 질문들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리어가 세 딸에게 사랑을 말로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가족 간의 대화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조건화되고 거래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리어는 결국, 말하지 못한 사랑보다 아첨 섞인 말에 속아 자신의 가장 진실한 딸을 내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곧 몰락으로 이어집니다.
권력은 사라지고, 사랑도 함께 떠나갑니다. 그는 외로움 속에서 미쳐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광기 속에서야 진실을 봅니다. 자신이 잃은 것, 외면했던 것, 그리고 너무 늦게 알아차린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작품이 말하는 비극은 단지 왕의 몰락이 아닙니다. 진심을 알아보지 못한 인간의 어리석음, 사랑의 본질을 오해한 결과, 그리고 그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리어가 사랑을 시험한 순간부터 비극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딸들의 말이 진심인지, 행동이 진실인지 보려 하지 않았던 그 오만함이 결국 모든 걸 무너뜨립니다.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진심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을까?
말보다 마음을, 표현보다 진실을 먼저 볼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리어처럼 너무 늦게 후회하고, 너무 늦게 깨닫고, 때로는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진심을 알아보는 건 아닐까 하고요. <리어왕>은 그저 옛 이야기, 한 왕의 비극이 아닙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 사랑과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주, 진심을 놓치고 있는지를 조용히 되묻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작품을 읽고 처음으로 이렇게 질문해보게 되었습니다. 진심은 왜 가장 늦게 보이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그 진심을 알아보는 데, 과연 얼마나 용기 있고 준비되어 있을까?
부끄럽지만, 저 역시 코델리아의 침묵을 처음엔 단순한 고지식함으로만 보았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너무 늦게 그녀의 진심을 이해한 리어를 보며, 저 또한 삶에서 놓쳐왔던 말 없는 진심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조용히 스스로를 돌아보며, 감정 깊숙이 잠겨 있던 그 질문 하나를 꺼내 봅니다.
나는 지금, 내 주변의 진심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