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간 운동을 쉬어야 한다. 오전에 책을 읽고 운동하는 시간에 자전거가 아닌 책상에 앉아 영상을 시청했다. 오늘은 인생강의/김민식PD편이었다.
김민식PD는 내가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처음으로 선택한 책 “영여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였다. 최근 “월급 절반을 재테크하라”라는 책을 출간했고 그 책에 관련된 내용의 강의였다.
“스스로를 믿고 지지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3감’입니다.
나를 좋아하는 마음의 자존감,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의 자신감,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 책임이라는 마음의 책임감
이 세가지가 필요합니다.”
하와이 대저택 제공
책임감.
나는 '책임감'이라는 말에 오래 머물렀다.
아주 익숙한 단어였다. 사실 너무 많이 들어서 너무 자주 말해서 때로는 의미가 퇴색된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학교, 직장 심지어 아이들 교과서 안에서도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였다. 그래서일까. 책임감이라는 단어는 어느 순간부터 ‘너는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식의 외부적 의무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쓰는 책임감은 대개 ‘타인을 위한 다짐’이다.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거나 조직에서의 역할을 완수해야 한다거나 언제나 타인의 시선과 외부의 기대라는 맥락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 책임감이 없다는 말은 곧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라는 비난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책임감은 늘 '누군가를 위해' 발휘되어야만 가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오늘 영상 속 문장을 듣는 순간 그 단어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나는 문득 ‘나 자신을 위한 책임감’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태도나 사회적 요구를 넘어서 “나는 내 삶에 대해 책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지게 되었다.
타인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분투하면서 우리는 때로 자기 자신을 소홀히 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보다 내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먼저 고민하게 되는 삶을 고민하면서 책임감이란 말이 자주 그렇게 우리를 짓누른다.
하지만 책임감이란 내가 나와 맺는 약속일 수 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상처받는 건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릴 때 우리는 혼란에 빠지고 삶은 방향을 잃는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진심인가?
내가 택한 선택이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인가?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는 순간 책임감은 더 이상 무거운 짐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지켜주는 단단한 기둥처럼 느껴졌다. 책임감은 곧 나를 지지하고 끝까지 믿어주는 태도다.
다시 말해 어떤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수단이 아니라 그 목표에 이르는 내 존재 전체를 끌고 가는 삶의 태도인 것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나 자신이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나는 이 선언이야말로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고 하든 어떤 결과가 따라오든 그 모든 선택의 무게를 내가 감당하겠다는 자세가 바로 책임감의 본질이 아닐까.
내가 지키지 못해도 괜찮다고 타이르기보다는 지키기 위해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정직하게 살아내는 것.
그렇게 해서 단 한 걸음이라도 스스로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오늘 새롭게 정의한 책임감이다.
나는 오늘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책임감은 내 삶의 방향을 내가 쥐고 가겠다는 조용한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