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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부자 Dec 29. 2024

<일상>24년 마지막 토요일의 기록

오늘 나의 RAS(망상활성화체계)가 작동을 했다. 난 좀 더 성장했다.

명상, 목표 읽고 쓰기, 일기쓰기, 공감 및 댓글달기의 루틴을 약속대로 지키며 시작한 하루였다. 


독서를 시작한 이후, 책을 고르고 선택해서 주문하고, 배송된 책을 받아보는 과정이 내 일상에서 설레고 의미 있는 순간 중 하나가 되었다. 새 책이 도착하면 상자를 열고 책 표지의 색과 디자인을 음미하며 첫 장을 넘겨 목차를 읽어보는 시간. 책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는 나에게 작은 행복감을 선사한다. 이 경험은 마치 부모님께서 겨울을 대비해 연탄을 창고에 쌓아두고 따뜻한 겨울을 기대하며 느꼈던 희망과 비슷한 감정 같다.


이번에 선택한 책들은 에세이 두 권, 문학 한 권, 그리고 자기개발서 한 권이었다. 특히 에세이는 내가 언젠가 써보고 싶은 장르이기에 블로그 이웃이 추천한 “태도에 관하여”와 “어떤 비밀”을 담았다. 또한, 하와이 대저택에서 소개된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아주 오래된 가르침”과 세계문학전집 “고도를 기다리며”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것 같아 설렘을 더했다. 새 책을 책꽂이에 정리하며 느끼는 뿌듯함은, 늘어나는 책과 함께 내 내면도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내와 늦은 아침을 먹고 소파에 앉아있다 베란다 너머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밝고 투명했다. 그리고 순간 얼마전 다육이에 물을 주었던 기억이 나서 손을 잡고 베란다로 향했다.


그동안 율마와 다육이의 관리는 아내가 했지만 이제는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내가 관리를 좀 해보겠다고 하긴 했지만 식물의 성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눈에 확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취미였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베란다의 다육이를 보고 내 그런 생각은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다.


며칠 전 잎이 말라 있던 다육이들이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주름진 잎이 마치 새로 생기를 얻은 듯했다. 아내는 다육이가 선인장과 같은 식물이라 물을 자주 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 번 물을 머금으면 잎에 저장해 조금씩 꺼내 쓰는 특성이 있어, 적당히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찍어둔 사진과 비교해본 다육이의 변화는 놀라울 만큼 확연했고,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카메라에 담았다.


다육이는 사막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까지 물을 저장하며 진화해왔다. 그 강인함과 생명력이 주는 감동은 단순한 식물 이상의 울림을 준다. 작은 물 한 방울도 소중히 간직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다육이의 모습을 보며, 자연의 신비와 모든 생명체의 놀라운 적응력을 다시금 깨달았다.


책 속에서, 그리고 베란다의 다육이들 속에서 오늘 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책장은 나를 성장하게 하고, 다육이는 삶의 생명력을 상기시켰다. 작은 행복이 일상 속에 스며드는 순간들이 모여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간다.


주말은 온전히 아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께하며 보내기로 약속했다. 평일 5일은 나를 위해 보냈으니 주말만큼은 그녀가 좋아하는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오늘은 그녀의 취미인 볼링을 함께하기로 한 날이었다. 볼링장 모임은 오후 두 시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으니 아직 한 시간이 남았다. 평소 같았으면 TV 앞에서 시간을 흘려보냈을 텐데, 오늘은 자연스럽게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실내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운동하며 늘 하던 대로 하와이 대저택의 영상을 틀었다. 오늘 본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RAS(망상활성화체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뇌 속에 있는 이 신경망은 외부 자극과 내부 생각을 필터링하며 우리가 집중해야 할 정보를 선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특정 모델의 자동차를 사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도로에서 그 차가 유난히 자주 보이기 시작하는 현상, 바로 RAS의 작용 덕분이었다. 나는 한동안 수입차가 왜 그렇게 많이 보였는지 의아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웃음을 지었다. 영상에서 작가는 RAS가 행동과 목표 달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면화하면 RAS가 부정적인 정보를 자연스럽게 걸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작가는 세 가지 문장을 주문처럼 마음에 새기라고 제안했다.    

나는 의지가 있다.

나는 이겼다.

나는 할 수 있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며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이 메시지를 반복했다. 단순한 말 같지만, 마음속에 신념을 담아 되새기니 묘한 힘이 느껴졌다.


볼링장으로 가는 길, 차창 밖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뜻했다. 옆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아내의 얼굴은 그 햇살만큼이나 밝고 환했다. 마치 그녀의 웃음이 차 안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볼링장에서 나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아내가 볼링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간단한 조언을 해주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며 웃고 즐기는 모습은 나에게도 큰 기쁨이었다.


볼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말했다. "24년 마지막 주말인데 이렇게 그냥 보내는 건 좀 아쉽지 않아?" 그녀의 말에 나는 동의하며 인근 마트에 들렀다. 맥주 몇 병과 막걸리 한 병, 그리고 형님께서 보내주신 어묵으로 간단한 어묵탕을 준비하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 어묵탕을 끓이며 온 가족이 식탁에 모였다. 형님이 보내주신 어묵으로 만든 탕은 따뜻하고 진한 맛이었다. 아내와 막내는 연신 "너무 맛있다"며 칭찬했고, 아내는 형님께 꼭 감사 인사를 전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함께한 저녁 식사는 소소했지만, 가족의 웃음과 대화로 가득 찬 순간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아내는 오징어게임 시즌 2를 보겠다고 했다. 함께 보자는 아내의 권유를 뒤로하고 나는 녹차를 우려내어 그녀와 한 잔 나눈 뒤 서재로 향했다. 책상에 앉아 도착한 책 중 하나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펼쳤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두 원로 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연극으로 연기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책은 단숨에 읽기에는 난해한 부분이 있었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절반쯤 읽고 나머지는 내일 아침 루틴 시간에 더 집중해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덮고 잠시 오늘 하루를 돌아보았다.

주말이니 운동을 쉬어도 되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했고, RAS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었다. 또한, 볼링장에서 지인들과 술 한 잔 할 수도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저녁을 함께 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을 독서로 채우며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기회로 삼았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단지 생각을 조금 바꿨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들이다. 자투리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며 운동, 독서, 사색을 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자투리 시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생각이 나를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이끈 것이다.


오늘의 작은 변화들이 나에게 신기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런 사소한 변화들이 결국 거대한 나비효과가 되어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오늘을 자랑스럽게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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