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주 피사체 보다 중요한 보조 피사체
저는 사진에 관한 전문가가 아닙니다.
글 내용 중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저의 주관적인 생각과 의견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특정 주제에 관해서는 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풍경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찍어온 건 일출과 일몰사진인 것 같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접근하기도 쉬워 수많은 풍경사진 종류들 중 가장 난이도가 낮은 편이며 일출 일몰 풍경 특성상 어지간해선 실패하는 일도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일출, 일몰사진의 경우에는 촬영장소로 가는 여정 또한 즐겁다.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새벽에 나와 한산한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평소 도심지에서 교통지옥을 자주 겪는 나의 입장에선 거의 힐링이 되는 경험이다.
일출 사진의 경우 주로 해가 뜨는 시간에 앞서 현장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해가 일찍 뜨는 여름에는 상당히 일찍 여정을 나서야 한다.
반면에 겨울엔 해가 늦게 뜨기 때문에 여유는 좀 있지만 한겨울의 바닷바람은 상당히 춥기 때문에 방한대책을 단단히 준비하고 나서야 한다.
일출사진이든 일몰사진이든 반드시 해를 담아야 할 필요는 없다.
눈부신 태양은 사진에 극적인 느낌을 선사해 주지만 일출 전, 일몰 후 여명이 드리운 풍경 또한 색다른 아름다움이 가득하므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일출 직후나 일몰 직전에 해가 낮게 깔려 있을 땐 맨눈으로 해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햇빛의 강도가 약해져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면상의 밝은 곳(태양)과 어두운 곳(배경)의 밝기의 차이는 카메라가 수용할 수 있는 관용도를 훨씬 넘어서기 때문에 이때 또한 엄연히 역광인 상태이므로 적절한 노출 선택이 중요하다.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태양이 낮게 깔려 비교적 그 빛이 약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역광인 상태이므로 그림자가 지는 암부의 디테일은 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 또한 매력적이다.
그러나 일출 전, 일몰 후 해가 보이지 않을 때는 배경 전체의 밝기가 비교적 균일한 편이기 때문에 내가 담고자 하는 배경의 디테일을 모두 살려낼 수 있다.
보통 ‘매직아워’라고 부르는 시간대인 일출 전, 일몰 후 시간대에는 햇빛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고 하늘과 구름 등에 산란된 빛으로 가득 차 있어 콘트라스트가 낮은 부드러운 빛이 드리우며 특히 해가 있는 쪽 방향의 하늘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펼쳐져 있다.
일몰사진의 경우에는 상당히 여유가 있다.
일출사진과 달리 새벽같이 이동해야 할 필요도 없고 원하는 장소에 도착해서 적절한 포인트를 찾고 촬영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 시간적으로 충분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일몰 특유의 분위기와 나른한 늦은 오후의 기분은 일출 사진을 찍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유 있는 저녁의 기분 때문인지 일몰사진엔 일출사진과는 다르게 포근한 느낌이 담겨있는 것 같다.
일출, 일몰 사진을 담는 풍경사진가들의 로망 ‘오메가’
바닷가에서 일출 일몰 사진을 찍다 보면 속칭 ‘오메가’ 사진이 담고 싶어진다.
태양이 수평선에 걸쳐진 상태에선 태양의 모양이 문자 ‘오메가(Ω)‘처럼 생겨 이러한 사진들을 오메가 라고 한다.
오메가 사진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흔하게 접할 수 없는 광경이므로 자주 일출 일몰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의외로 보기 힘든 장면이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저 멀리 수평선이 닿는 곳까지 구름이 없어야 하며,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많아 하늘이 뿌옇게 덮인 날이면 구름이 없더라도 볼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상 특성상 서해바다의 하늘은 미세먼지가 상당히 자주 끼어있어 일몰 때의 오메가는 더욱 만나기 힘들어 일몰보다 좀 더 부지런해야 하는 일출(동해바다 쪽) 때나 확률적으로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접하기 힘든 오메가 사진은 많은 풍경사진가들에게 있어 한 번쯤은 담아보고 싶은 사진이기도 하다.
태양을 크고 선명하게 담기 위해서는 상당한 망원의 렌즈가 필요하다.
위 사진은 웅장하고 멋진 장면이지만 여러 번 보다 보면 금방 식상해지는 사진이다.
사진에서 볼 게 태양 말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 일 것이다.
그렇다, 풍경사진을 찍을 때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멋지게 담기 위해서는 해당 주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배경이 필요하다.
때로는 주 피사체 보다 보조 피사체가 더 중요하다.
일출 일몰사진을 찍으러 왔지만, 주제인 태양보다 일출 일몰이 발생하는 장면을 어떤 배경과 함께 담는지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위의 사진도 잔잔한 남해바다의 해수면 위로 드리우는 일몰 장면이 푸근하고 충분히 아름답지만
몇 발 짝 옮긴 바로 옆 장소에서 전경에 벤치와 조형물을 깔아 두고 담은 사진은 좀 덜 지루하고 흥미롭다.
정답은 없다. 어떤 사진이 더 좋은 사진인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바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와 저런 경우에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고 내가 원하는 장면만 의도한 대로 담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