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될까 했더니
하늘부터 물었다.
“어디로 가고 싶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날고 싶었다고,
멀리 가고 싶었다고,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바람이 말했다.
가벼운 것들은 다 날 수 있어.
그러나 너는 아무 데로나 가겠지?
나는 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 데나 가고 싶지 않았다.
아무 데나 가는 것은 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람이지.
날개도 없고, 의지도 없고,
그저 흐르는 대로 흩어지는 것.
새는 흐르지 않는다.
그는 날고,
날아서 닿고 싶은 곳이 있다.
방향 없이 나는 것은
도망이고,
흘러가는 건
잊히는 일이다.
새가 될까 했더니
나는 도착하고 싶은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저 떠오르기만 하다가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다시 내려왔다.
새가 될까 했더니
나는 그저 바람을 흉내 낸 몸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