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강 위로 달빛이 조각난다.
어제는 그 물 위를 건너가던 배를 봤다.
배는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물결에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
가만 바라보다가 문득,
이 강이 내게 잊힌 얼굴들로 흘러간다 생각 했다.
죽어 썩어버린 육신과, 떠나는 자들의 뒷모습,
그리고 아직 드리우지 않은 그림자들까지.
물은 언제나 흐르지만,
한 번도 같은 얼굴로 흐른 적이 없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고
강 위엔 깃발이 펄럭인다.
나는 그 것이 신호인지 장례인지 알 수 없다.
파문은 계속 번져만가는데
물 위에선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달빛은 강을 지워버렸다.
더 이상 물결이 있는지도 알 수 없을때
그때 어디선가 잃은듯한 이름 하나가
물속에서 떠오르는 듯했지만
끝내 닿을 수 없었다.
나는 오늘도 서쪽으로 가는 배를 기다린다.
아무도 그 배가 온다고 말하지 않아도
나는 계속 기다린다.